혈액형따라 공부법 이렇게

교육청이 아이들에 `숙명론' 심어주나


도무지 제대로 된 근거라곤 찾아볼 수 없는 혈액형 이론이 교육청에까지 침투했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교육청에서 혈액형이 성격형성에 관계가 된다고 전제하고 저런 걸 하게 되는지. 이 죽일 놈의 혈액형이론 같으니.

제 가족과 친척은 '모두' O형입니다. 친가와 외가 모두. 그런데 기질이 엄청나게들 다릅니다. 한 가족 내에서 모두 O형이면 어느 정도 비슷해야 혈액형이론을 믿어보겠습니다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렇다 쳐도 저와 동생은 성격적으로 거의 정반대입니다. 혈액형 분석을 보고 '아 나도 그런데' 하고 믿는 건, 어떤 일면이든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기 때문에 그걸 대입시키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점성술하고 다를 게 없죠. 적당히 일반적인 소리를 대는 두리뭉실함에 휩쓸리는 겁니다. 그런 거 보다 보면 '이건 맞지만 이건 아닌데?' 싶은 부분 꼭 있잖습니까. 어떤 부분에선 그럴싸한데 어떤 부분에선 틀리다면 그건 맞는 겁니까? 반만 맞는 이론이란 게 제대로 된 걸까요? 아니죠, 틀리면 틀린 거죠.

무엇보다, 혈액형이론이 정말 정확한 것이라면 그게 나온 지 이미 몇십 년인데 엄밀한 과학적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정상이겠죠. Rh 혈액형은 또 성격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MN 혈액형은 또 어떤가, 등등. 그런데 그렇지도 않잖습니까. 왜 연구하지 않을까요? 이게 맞는 이론이라면 심리학 등에서도 대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 텐데, 이 이론은 아직도 가십거리의 소재에서만 사용될 뿐입니다.

거짓에 휘둘리지 맙시다. 자기 성격, 혹은 다른 사람의 성격을 그런 걸로 규정짓지 마세요. '이런 거 뭐 믿냐, 그냥 재미로 하는 거지'라고 하시는 분들은- 이런 거에 재미들리면 사고가 이런 걸로 물듭니다. 아무 영향도 안 받고 무언가를 즐기는 건 사실 불가능해요.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남는 게 없는 재미입니다.

근처에도 의외로 저 이론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 많아서 이참에 써봤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