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박태균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미국은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하나의 주체였으며 한국을 지켜주는 우방이자 한국에 개입하는 제국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입맛대로 한국을 조정하기 위해 해방 후부터 항상 한국의 깊숙한 곳에 개입해왔으며, 시대가 흐르고 한국이 성장함에 따라 그 방법은 달리해왔으나 의도는 달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기득권을 얻어내기 위한 방편으로서 미국을 이용해왔고 미국의 개입을 통해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기묘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미국이 개입해줌으로 오히려 국민들이 만족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저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수많은 문헌과 자료를 통해 한미관계에서 한국과 미국이 각기 서로에게서 무엇을 얻어내려 했으며 그 상호작용에 의해 서로의 정책과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었는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자료에 대한 주석이 635개나 되며 책 말미에 달린 주석편으로만 40페이지를 사용한다: 이 무시무시한 수의 주석은 자신의 해석에 반박하고 싶다면 일단 이 자료를 읽고 나서 하라! 고 외치는 것도 같다)

한미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저자 자신의 말마따나 ‘삐딱한 시각 (머리말 인용)’인지도 모르겠으나 실제로 이런 시각은 내가 한미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기에 적어도 나에겐 무리없이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평소 내가 주장하고 싶어도 지식이 부족해 못 말했던 것들을 알려주고 있으니 거부감이 드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전문가들이 본다면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을 내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반인에게는 이 정도 수준이 딱 좋다. 큰 무리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며, 미국의 이승만 제거계획이라거나 군사정부와의 대립, 베트남 파병을 통한 줄다리기 등의 에피소드는 재미와 동시에 지식을 안겨 준다. 다만 근본적으로 모든 정보가 완전 공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정황을 통한 자신의 추측을 말하고 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역사에 있어 추측이나 가정은 위험한 것이니까. 그러나 그 추측이 딱히 억지라는 느낌은 들지 않으며, 충분한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기실, 이 책 전반적으로 저자는 결론을 내리기보다 이 책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듯하다.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하여 ‘학습효과’를 제기한다. 미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통하여 대응법을 학습하고 그에 따라 과거를 참고하여 한국에 대한 정책을 결정해왔으나, 한국은 근시안적인 태도로 앞으로의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고려하지 않으며, (비록 실리가 중요하다고는 해도) 국제관계에서 명분과 도덕을 배제하고 실리만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침으로 장기간의 관점에서의 국익을 생각하지 않음을 볼 때 과거를 통한 학습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실제로는 어떠할까. 과연 현재 미국정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적어도 이런 시각으로 한미관계를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것이 이 책이 나에게 준 학습효과인 것만은 분명하다.



..랄까,
동생이 죽는다고 우는소리를 해서 레포트 해주느라 읽고 쓴 천자 촌평입니다.
(실제로는 천사백자쯤 되던가요)

실은 블로그용은 좀 더 살을 붙이고 내용에 대해서도 추가해서 쓸려고 했는데
이미 귀찮네요. (어이)


뭐 그런 겁니다. 한번쯤 읽어 볼 만은 한 책이랄까요. 나쁘진 않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