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그 콘서트를 본방사수 매주 챙겨 본다. 그 중에 '나쁜 남자'라는 코너가 있는데, 여자에게 이것저것 해주면서 "네가 좋아서 그냥 해주는 거야"라고 하는 스타일을 착한 남자라고 표현하고, 지나치게 대범하게 들이대는 스타일을 나쁜 남자라고 표현한다. 어쨌든 그 코너 자체는 재미있게 보기는 하는데, 한 가지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저 착한 남자를 여자는 싫어하고, 남자가 선물 등을 해올 때마다 "너 같이 착해빠진 남자, 매력 없거든?" 이라고 쏘아붙인다. 바로 그 부분이 문제다.. ..아, 절대로 오해하지 말도록. 쏘아붙이는 부분은 결코 문제가 아니다. 그런 남자더러 '착해빠진 남자'라고 표현한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그게 '착한'가?

 착하다는 건 보통 어떤 때 쓰는 말인가? 상대를 억압하지 않고, 이것저것 해주면서 상대가 나를 사랑하기를 기다린다면 그 사람은 착한가? 아마 착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녀관계에서는 그게 미묘해지는데, 이 경우 남자 (여자도 될 수 있겠지만 편의상 남자라고만 가정하자)가 여자 (같은 이유로 여자라고만 가정)에게 선물 혹은 도움을 주는 일은 그 대가로 자신을 사랑하기 바라서다. 그게 나쁘냐고? 나쁘지는 않다. 단지, 나도 너에게 이만큼 해줬으니 너도 나를 조금은 사랑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또 하나의 강압이 된다. 따라서, 그런 관계에서 남자가 정말로 착한 남자가 되려면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보상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설령 자기의 행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해도, 그게 착한 행동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가망이 없는 일에 힘을 쏟는 행위를 우리는 보통 '착하다'고 표현하는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분명한 (나를 친구 이상으로 보지 않을) 상대에게, 그저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해주면서 '편한' 상대로만 남아있는다면 그것은 착한가? 현 시점에서 남자로서 매력을 느끼게 하고 있지 못함이 분명하다면, 앞으로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은 지금 그 남자가 이성으로서 매력을 느끼지 않는 여자의 경우, 그녀의 다른 면이 보이지 않는 한 그녀를 이성으로 보지 않을 것이 거의 뻔한 것과 비슷하다. 현 시점에서 남자를 이성으로 보지 않는 게 분명한데, 그걸 단지 자기가 가진 걸 퍼부어준다고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게 착한 남자인가? ..그건 멍청한 남자다.

 물론 이건 여자가 남자더러 그렇게 말해서는 곤란한 문제다. 나는 남자에게 말하는 거다. 그리고 아마도 (거의 분명하지만) 나 자신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해주지만 가망이 없어 보인다면, 그거 포기하라고. 아니면 적어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부딪히고 깨지든지. 그리고 그렇게 깨졌을 때, 여태까지의 내 봉사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지 말도록. 그런 걸 요구하는 순간 당신은 현명하지 않은데다 심지어 착하지도 않은 남자가 된다. 나는 착한데 저 여자는 착한 남자는 좋아하지 않아서 나에게서 매력을 못 느낀다.. 라는 식으로 자위한다면 더 큰일이고. 소심한 건 착한 게 아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