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Neissy, 내 이야기 좀 들어봐.

 나는 소위 A형 성격 B형 성격 등을 논하는 혈액형이론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여자애들 싸이에 가보면 도무지 혈액형이야기가 없는 곳이 드물어. 그래 물론 가십거리로야 재미있을지 모르지. 하지만 그거 정말 도움되지 않는 이론이라구.

 혈액형이론에 대한 비판은 이미 많이 있지. 사람을 단 4가지 성격으로 나누는 게 말이 되냐거나, 우리 가족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일가 친척 혈액형이 다 *형인데 우리 가족들 성격은 다 제각각이고 심지어 정반대기도 한데 이걸 어떻게 설명할거냐, 라는 등의 비판 말야.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는 게 혈액형이론이라고 분명해져가는 듯하지만 그래도 혈액형이론은 의외로 끈질기게 살아남고 있어. 다음과 같은 변명이 있지: ⓐ 혈액형이론을 맹신하진 않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그냥 재미삼아 볼만하지 않으냐.

 흠 글쎄, 내가 생각하기로는 둘 다 문제가 있어. 우선 ⓐ부터 보자구,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지만, 정말 혈액형이론이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나? 글쎄 도움이 될 지도 모르지, 성격은 타고난 것이고 서로 다르게 태어났으니 원래부터 다르다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자고 생각하게 된다면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 혈액형이론같은 야메이론이 필요할까? 내 생각에는 차라리 MBTI 같은 쪽이 훨씬 유익하리라고 생각되는데. 사람을 정말 이해하고 싶다면 제대로 된 이론을 봐야 옳지 않을까? 혈액형과 성격에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는데 마치 연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선입관을 심어주는 이론 같은 걸 자꾸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까?

 그래, 솔직히 말하자구, ⓑ 재미, 재미있으니까 자꾸 끌어들이겠지. 겨우 4가지로 성격을 나눠놓고, 그 성격 설명 중에 90%는 틀려도 '음 뭐 좀 다를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10%만 들어맞아도 '아 맞아 진짜 그래 ㅋㅋㅋㅋ'하기에는 나쁘지 않으니까 말야. 주위 사람에게서 소위 그 '혈액형스런 성격'이 살짝 드러나면 "너 *형이지 ㅋㅋㅋ" 하기에도 편하지.

 하지만 나같은 사람은 말하는 거지. 말이야 그냥 재미로만 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식의 야메이론 계속 즐기면서 정말 영향을 전혀 안 받을 것 같냐고. 자꾸 사용하는 사이에 익숙해지고, 과학적이지는 않다지만 사실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모른다고도 생각하게 된다고. 사람이 그렇게 논리적이고 이론적으로 딱딱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 말이지.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그렇지, 난 그런 웃기지도 않는 이론을 재미있다면서 자꾸 사용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아마 내가 좀 딱딱거리는 거겠지. 하지만 누군가가 누구더러 "너 *형이지? (대답을 듣고 만족스러운 듯이) 그럴 줄 알았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걸 주위에서 볼 때마다 '아 뭐 이런 거지같은 이론이 떠버려서'라는 생각이 든다고. 게다가 재미있으니까 야메라는 걸 알아도 그냥 사용하고들 있고. 그래서 난 "너 *형이지?" "아니 나 #형인데." 라는 식의 대화를 들을 때마다 아주 즐거워.

 그렇지, 사람을 그런 식으로 나눠놓고 '그사람 정말 그래 ㅋㅋㅋ' 라고 낄낄대기나 하는 이론 같은 걸 재미있다고 자꾸 쓰는 게 싫어. 인간에 대한 이해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아. 글쎄, 난 혈액형이론을 가지고 정말 진지하게 탐구해볼 수록, 이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쓸 이론이 아니라는 생각만 들 거라 봐. 가십거리로 낄낄대기에나 적당하지.

 뭐 그렇다는 이야기지. 내가 이렇게 혼자 짜증낸다고 주위의 뭔가가 바뀌리라 생각하진 않아. 왜냐하면 주위 사람을 이해하는 척하면서 간단하게 나눠놓는 놀이는 재미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투덜거려보는 거지. 가끔씩.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