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글을 보면 그 작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습니다만 어느 정도 동감합니다. 문체나 사용 단어, 논지 전개 등을 보면 작가의 성향을 느낄 수 있는 법이죠.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말해보자면, 전 <키친>의 작가인 요시모토 바나나는 실제로 살아가며 어떤 상처를 입었고 그에 민감하게 반응해보았으며, 세심하고, 다른 사람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어떤 것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사람이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그런 소설입니다. 이 감상문의 부제를 '삶과 죽음, 그리고 상처'······ 라고 적었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친밀한 사람의 죽음을 겪고 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지만, 어떻게든 이겨내고 다시 살아갑니다. 이야기 자체로 나름 재미있게 읽히기는 합니다만, 사실 이 소설에서 스토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의지와, 주인공의 모습을 작가가 얼마나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랄까요? 이 소설을 읽고 남는 건 줄거리보다는 이미지입니다. 한 순간, 한 순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느끼느냐, 그리고 삶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

 문체에 대해 좀 말해볼까요. 사실 제 취향과는 좀 맞지 않았습니다. 촉촉하거든요. 마치 물방울 같은 느낌입니다. 더없이 여성적이고, 세심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문구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쉼표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며 묘사는 외면보다는 내면 세계에 집중되어 서술됩니다.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좀 관념적입니다.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감성적인 소설이죠. 이 소설 중의 문장 중 괜찮다 싶은 부분을 바로 떼어내서 싸X월드에 그림이나 사진 등과 함께 올려도 아주 잘 어울릴 겁니다. (감성적이라고 하지만, 꽤 세련돼요)

 만약 상처를 입은 주인공의 내면을 세심하게 묘사하는 소설을 찾고 계셨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시면 좋을 듯싶습니다. 저 자신의 취향과는 다릅니다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말 와닿을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