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크리스토 백작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민음사

 예전에 소프트맥스에서 만들어 히트친 게임 중 <서풍의 광시곡>이라는 게임이 있었죠. 주인공이 음모에 의해 약혼녀와 떨어져 감금되고, 감금된 곳에서 어떤 이를 만나 여러모로 도움을 얻게 되며, 나중에 돌아와 자신에게 부당한 음모를 꾸며 몰아넣은 이들에게 복수한다는 스토리였습니다. 이 게임이 그다지 좋지 않은 전투 밸런스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스토리에 있었는데 (스토리에 어울리는 암울한 캐릭터 그래픽도 이유 중 하나였겠습니다만), 그 스토리가 바로 이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기본을 가져온 것이었죠. 물론 소프트맥스에서는 게임 서두에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원전임을 밝히고 있으므로 그 게임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뭐야 베꼈다고?'라고 분개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사실 말하자면 소프트맥스를 폄하하는 축에서는 <서풍의 광시곡>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빌려왔을 뿐으로, 그 원작이 없었다면 그런 인기를 끌 만큼 대단한 게임은 아니었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게 온전히 다 맞는 말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더라도, 사실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는 점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부정하기 어려우리라 봅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뒤마의 역작으로, 억울한 음모에 의해 약혼녀를 빼앗기고 모든 행복과 멀어져 이프 섬의 감옥 토굴에서 십사 년을 갇혔던 에드몽 단테스가 그 토굴에서 파리아 신부를 만나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또한 그에게서 유산을 얻으며, 그를 통해 자신에게 악행을 저질렀던 이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명쾌한 스토리입니다. 이 소설은 독자의 흥미를 끌만한 여러 가지 매력요소를 지니는데, 어두운 과거를 지닌 지적이고 우울한 주인공에, 그를 둘러싼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음모와 감추어졌던 여러 사건들이 주인공을 통해 밝혀지고 징벌받아야 할 이가 징벌받는 내용, 또 거기에 덧붙여 인물들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찾아가며 또한 혹은 사랑의 결실을 맺기도 하는 등의 이야기가 능숙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읽지 않기 어렵죠. 뒤마는 프랑수아 피코라는 실제 인물의 삶에서 (5권 마지막에 있는 옮긴이의 말에도 나옵니다만 그 기본 줄기가 에드몽 단테스의 그것으로 거의 그대로 치환됩니다) 이 소재를 얻었다고 하는데, 아주 잘 살려냈다 봅니다.

 사실 이 소재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이후로 수많은 소설에서 차용하거나 혹은 표절해왔기 때문에 이제 우리에게는 익숙합니다만, 어쨌거나 원작을 한 번 읽어볼 필요는 충분합니다. 무엇보다도, 읽기 쉽고 재미있습니다! (모험을 즐기는 독자들 대상으로 이만한 추천사는 없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읽다 보니 예전에 한참 읽었던 판타지 소설이 생각났는데, 아주 잘 쓰여진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흥미와 감동을 받을 수 있어 즐거웠어요. 제가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기대했던 건 이런 살아 있는 세계였는데 그런 것 찾기가 쉽지만은 않죠. 판타지랄지, 대중 소설 쓰는 인간들은 공부 좀 많이 해야 합니다······ 라는 건 뭐 여기선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니 그렇다치고, 아무튼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재미있으니 흥미있는 소설을 찾으신다면 읽어보시라고 자신 있게 추천하겠습니다. 글쎄, 유명한 소설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인 법이죠.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