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이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황금가지
미성년자 범죄에 관한 소설입니다. 광고 카피를 좀 옮겨보면, '중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 엄중히 처벌할 대상인가, 교화하고 지도해야 할 대상인가?' 라고 하죠. 일본의 형법 41조로, 미성년자들은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된 원인에 환경 탓이 크며 그들은 가소성 (可塑性)을 지니고 있어 다시 환경을 바꾸어 갱생시켜줄 수 있다는 이론에 바탕하여, 소년범을 환경이 좋은 곳에 옮기고 갱생시켜줄 수 있도록 하는 상황입니다. 그 취지 자체는 틀림없이 좋은 것입니다만, 여기에서는 가해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탓에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죠. 실제 일본 내의 상황이 이와 같은지까지는 알아보지 않았습니다만, 여하간 소설 내에서의 설명을 보자면 피해자들은 이 소년범들에 대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하며, 그들과 접촉하지도 못하고, 그들 자신이 사죄하러 오기 전까지는 아무 위안도 얻을 수 없는 형편입니다. 실제로 갱생되었는지 어떤지 피해자들은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주인공인 히야마 다카시는 4년 전에 소년범들에게 아내를 잃고 나어린 딸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 형사가 그를 찾아오는데, 소년 B ㅡ즉, 4년 전 아내를 살해한 소년범 중 한 명이 살해당했기 때문에 그가 범인이 아닌가 하여 찾아온 것입니다. 그로부터 히야마는 그 사건에 다시 부딪히게 되고, 과거를 이겨내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나중에 딸이 자라 이 사건에 대해 물을 때 제대로 답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사건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사건은 점점 그 심연을 드러내고, 미심쩍었던 부분들이 차례차례 밝혀지며 정리되죠.
소설 마지막에 이르러 작가가 최종적으로 내는 결론입니다만, 이건 말해도 딱히 스포일러는 아니다 싶기 때문에 그에 대해 언급해볼까 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류의 소설에서 쉬 빠지기 쉬운 함정, '설교나 고발이 되기 쉬운' 길에 빠지지 않았다는 칭찬을 하고 싶어서요. 피해자들을 생각해 소년범들을 엄중히 처벌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소년범 자신의 미래와 갱생가능성을 생각해 교화해야만 하는가? 그에 대한 작가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라고,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게 읽혔습니다) 중요한 건 '갱생이 대체 무엇이냐' 라는 것이죠. 사회에 뭔가 공헌할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갱생인가? 진정한 갱생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계속 구하고 또한 용서받을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피해자의 분노로 가해자가 제대로 갱생하기 어렵다? 이건 비겁한 변명이죠. 진정 자기가 저지른 죄를 뉘우친다면 그런 건 각오해야만 합니다. 물론입니다. 평생 안고 가야죠. 피해자 역시 평생 안고 갈 텐데요. 피해자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고 출발한 인권은 위선일 뿐입니다.
그래서 사실 이 소설에서 '미성년 범죄자'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범죄와 갱생,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정 용서받을 수 있는 길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소설은 이런 식으로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고 가해자의 인권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감명 깊게 읽힐 만한 소설입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미스터리 소설로서 기능하게 하기 위해 트릭과 반전을 넣은 것까지는 좋지만, 인물들의 과거사가 너무 미성년 범죄에 얽매여 있다는 점은 아무래도 아쉽더군요. 인물의 과거가 밝혀지고 그 관계가 드러나도, '어······ 이 사람도야? 이거 안 그런 사람이 없구만'이라는 감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말 실제로는 이렇게 끼리끼리 거미줄처럼 얽혀지는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소설로서는 오히려 좀 지나쳤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그 부분에서의 작위성을 뺀다면, 대체적으로는 현실감 있게 잘 쓰여진 소설입니다. 한 번쯤 읽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해요.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황금가지
미성년자 범죄에 관한 소설입니다. 광고 카피를 좀 옮겨보면, '중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 엄중히 처벌할 대상인가, 교화하고 지도해야 할 대상인가?' 라고 하죠. 일본의 형법 41조로, 미성년자들은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된 원인에 환경 탓이 크며 그들은 가소성 (可塑性)을 지니고 있어 다시 환경을 바꾸어 갱생시켜줄 수 있다는 이론에 바탕하여, 소년범을 환경이 좋은 곳에 옮기고 갱생시켜줄 수 있도록 하는 상황입니다. 그 취지 자체는 틀림없이 좋은 것입니다만, 여기에서는 가해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탓에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죠. 실제 일본 내의 상황이 이와 같은지까지는 알아보지 않았습니다만, 여하간 소설 내에서의 설명을 보자면 피해자들은 이 소년범들에 대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하며, 그들과 접촉하지도 못하고, 그들 자신이 사죄하러 오기 전까지는 아무 위안도 얻을 수 없는 형편입니다. 실제로 갱생되었는지 어떤지 피해자들은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주인공인 히야마 다카시는 4년 전에 소년범들에게 아내를 잃고 나어린 딸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 형사가 그를 찾아오는데, 소년 B ㅡ즉, 4년 전 아내를 살해한 소년범 중 한 명이 살해당했기 때문에 그가 범인이 아닌가 하여 찾아온 것입니다. 그로부터 히야마는 그 사건에 다시 부딪히게 되고, 과거를 이겨내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나중에 딸이 자라 이 사건에 대해 물을 때 제대로 답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사건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사건은 점점 그 심연을 드러내고, 미심쩍었던 부분들이 차례차례 밝혀지며 정리되죠.
소설 마지막에 이르러 작가가 최종적으로 내는 결론입니다만, 이건 말해도 딱히 스포일러는 아니다 싶기 때문에 그에 대해 언급해볼까 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류의 소설에서 쉬 빠지기 쉬운 함정, '설교나 고발이 되기 쉬운' 길에 빠지지 않았다는 칭찬을 하고 싶어서요. 피해자들을 생각해 소년범들을 엄중히 처벌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소년범 자신의 미래와 갱생가능성을 생각해 교화해야만 하는가? 그에 대한 작가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라고,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게 읽혔습니다) 중요한 건 '갱생이 대체 무엇이냐' 라는 것이죠. 사회에 뭔가 공헌할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갱생인가? 진정한 갱생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계속 구하고 또한 용서받을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피해자의 분노로 가해자가 제대로 갱생하기 어렵다? 이건 비겁한 변명이죠. 진정 자기가 저지른 죄를 뉘우친다면 그런 건 각오해야만 합니다. 물론입니다. 평생 안고 가야죠. 피해자 역시 평생 안고 갈 텐데요. 피해자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고 출발한 인권은 위선일 뿐입니다.
그래서 사실 이 소설에서 '미성년 범죄자'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범죄와 갱생,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정 용서받을 수 있는 길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소설은 이런 식으로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고 가해자의 인권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감명 깊게 읽힐 만한 소설입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미스터리 소설로서 기능하게 하기 위해 트릭과 반전을 넣은 것까지는 좋지만, 인물들의 과거사가 너무 미성년 범죄에 얽매여 있다는 점은 아무래도 아쉽더군요. 인물의 과거가 밝혀지고 그 관계가 드러나도, '어······ 이 사람도야? 이거 안 그런 사람이 없구만'이라는 감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말 실제로는 이렇게 끼리끼리 거미줄처럼 얽혀지는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소설로서는 오히려 좀 지나쳤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그 부분에서의 작위성을 뺀다면, 대체적으로는 현실감 있게 잘 쓰여진 소설입니다. 한 번쯤 읽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