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라도라 1
타케미야 유유코 지음, 김지현 옮김, 야스 그림 / 학산문화사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에는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곧잘 사람의 외견으로 그 사람의 내면까지 판단하곤 합니다. 어떤 경우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 서투르기 때문에 진심을 잘 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언제나 마음이 잘 전달된다면 좋겠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토라도라!>는 '사람의 진심'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해주는 괜찮은 러브 코미디 소설입니다. 주인공 타카스 류지는 실은 상냥하지만 겉모습이 무섭게 생겼기 때문에 오해를 받고, 여주인공인 아이사카 타이가는 행동이 포악하게 나와버리기 때문에 상냥한 점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습니다. 이 두 명은 각자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마음은 잘 전달하지 못하고, 모종의 사건을 통해 이 둘은 연합하여 서로의 좋아하는 상대에게 고백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는 줄거리로서, 이렇게 '둘이 연합한다'는 방식은, 이런 러브 코미디에서는 물론, '연합하는 사이에 두 명의 매력을 서로가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가 되기 마련이죠. 대체로 그런 내용인데, 간편하고 가볍게 한 권 읽을 수 있는 라이트노벨답게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만 위에서 말한 바대로 뭔가 생각할 거리도 제공하기 때문에 읽고 나서 단순히 '아, 시간 잘 때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요는, 타카스 류지나 아이사카 타이가나 그 캐릭터가 꽤나 상징적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잠깐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는 법이죠. 사람이란 같이 지내보아야 알 수 있다는 사실을 <토라도라!>에서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쨌든 기본은 러브 코미디입니다만. '보통은 혼자 있을 때만 보이는, 타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모습을 나만은 알고 있어서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혹은 역으로 '다른 사람은 알아주지 않지만 그 사람만은 알아준다'는 이 멋진 러브라인 공식을 꽤나 잘 표현해내고 있어서 읽으면서 풋풋한 사랑의 예감을 아주 잘 느끼게 되지요······ 재미있게 쓰여진 소설입니다.

 이건 시리즈가 꽤 많이 나와서, 이후로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만, 원칙적으로 저는 '소설은 한두 권에서 끝낸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이후의 시리즈도 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드라마도 안 보는 사람이라서요. 한두 권 더 나오고 완결됐다면 모를까, 현재 본편으로만 아홉 권이 나왔으니······ 보나마나 서로 마음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투닥투닥대면서 이어지고 있겠죠. 그게 또 이런 소설의 재미이긴 재미인데, 글쎄, 으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