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퀴즈 하나: Neissy가 <256kbps MP3인 경우, CD와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포스트를 올렸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정답: Neissy는 MP3 플레이어를 산다.

 ······는 것이죠. 뭐, 말할 것도 없네요. 한 번 MP3P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은, CDP를 쓰게 되면 크게 세 가지의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① 아무리 작아도 CD 크기 이하로 작아질 수는 없는 태생의 한계상, 부피가 커서 휴대가 불편하다. ② 돌아다니면서 CD 바꿔끼우기가 번거롭다. ③ CDP 들으면서 러닝이라도 하면 음이 튄다. (음이 튄다······ 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를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뭐, 렉이나 버퍼링 같은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CDP야 CDP 나름대로 '앨범 듣는 맛'이 있고 '음질이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앞의 세 가지 단점이 아무래도 이 장점을 많이 상쇄합니다. '음질이 좋다'는 건 위에 언급한 대로 고음질의 MP3에다가 기기 자체가 고급이면 'MP3라지만 인간의 귀로는 CD와 전혀 구분 안 가는' 상황이 되고요.

 그래서 뭐 그렇다는 겁니다. 절대로 '난 남들 다 MP3P 써도 CDP 쓰겠음!'하고 외쳤는데 결국 또 MP3P를 사서 왠지 민망해서 이렇게 열심히 변명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미, 믿어주세요. 어흠어흠.



1.

 하지만 이러니저러니해도 CDP는 기본적으로 음 소스가 CD 즉 무손실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MP3보다 빵빵한 음질을 자랑합니다. 특히나 쓰고 있는 CDP가 소니 거면 더더욱 그렇죠. 어쨌거나 전 포터블 음향기기에서는 소니를 선호하는 사람입니다. 가격은 비싸더라도 확실히 품질을 보장해주기 때문에요.

 그러니 MP3P를 하나 사긴 사야겠다고 생각해도 (아, 일단 운동하면서 음악 들으려면 MP3P 하나 있어야 하긴 하겠더라고요. CDP는 절대로 러닝하면서 못 듣습니다······) 어차피 살 거라면 뭔가 음질이 제대로 된 걸 사야겠다 싶더군요. MP3P와 CDP에서 CDP가 더 좋다고 여겨지는 게 소스 차이라기보다는 기기의 출력 차이라니 일단 좋은 MP3P를 사야 CDP와 비교가능하겠다 싶기도 했고요.

 일단 고급 사양의 MP3P를 만드는 회사는 다음 세 군데 정도가 됩니다. 애플. 코원. 그리고 소니. 이 중에서 애플은ㅡ 아이팟은 확실히 간지나는데다 멀티미디어로 쓸만하다는 평입니다만 정작 MP3P로서는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는 평이 많더군요. 그럼 스킵. 그리고 코원은, 국산이라는 점에 메리트가 있긴 한데 (국산이라 함은 뛰어난 펌웨어 업그레이드와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확장성을 의미합니다) 평을 보아하니 음질에서는 역시 소니가 좀 더 나은 모양이더랍니다. 게다가 소니의 최고급 사양 MP3P에는 (후에 설명하겠지만)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21세기적인 기술도 들어있고 말이죠.

 오로지 음악 감상만을 위하여 태어난 기기. 동영상 기능은 그다지 뛰어날 게 없고 별다른 부가기능도 없지만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만큼은 최강이다! 비싸지만 최강이다! 그것이 SONY STYLE!

 ·····네 그래서 샀습니다. 소니 MP3P의 최고급 라인인, Sony Walkman NWZ-X1050.



2.

 온라인에 보니 괜찮게 할인하는 데가 있길래 좀 싸게 샀습니다. 이래저래 해서 35만원 정도. 싸게 사도 좀 비싸긴 합니다만 뭐 저에게는 할부신의 가호가 있으니 그런 건 넘어가고요······.


어제 택배가 왔습니다



박스를 여니 이런 것들이 보이는군요



왼쪽 상단이 MP3P. 왼쪽 하단이 가죽케이스. 아래가 실리콘케이스 (정품). 오른쪽은 보호필름.



뭐 이것저것 보입니다..
WiFi는 무선인터넷이 된다는 표시
DIGITAL NC 이게 바로 디지털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좀 있다 설명할 획기적인 기능
S-master라는 건 원래 대향음향기기에 들어가는 건데 여기 들어갔다나 뭐라나
아무튼 고급이라나 뭐라나..



3인치 OLED라는 게 보이네요. 액정은 꽤 화질이 좋습니다.
근데 이 MP3P는 동영상 기능은 사실 그리 뛰어나진 않아요. 있으면 아쉬운 대로 쓸만하긴 하지만요.



여타 장식이 필요없습니다.



핸드폰 같네요. 사실 좀 그런 느낌 듭니다.



내용물을 다 펼쳐보면 이렇습니다.
왼쪽 위에 있는 게 번들이어폰인데, 이게 노이즈 캔슬링의 핵심이며 또 구하려면 제법 비쌉니다.
각국의 언어로 들어있는 빠른 설명서 (파란색 소책자)가 조금 인상적이네요.



이것이 기본화면!
바탕의 사진은 기본으로 들어있는 건 아니고, 제가 찍은 사진을 넣고 배경화면으로 바꾼 겁니다.
이 정도는 해줘야 '내 MP3P'라는 느낌이 좀 들죠.



3.

 이제 본격적인 MP3P 자체의 감상에 들어가보겠습니다.


플레이 화면은 대략 이렇습니다.
이 기기는 대부분의 작업이 정전압식 터치스크린으로 이루어지는데, 감도는 꽤 괜찮습니다.
저 앨범 커버를 만져서 드래그하면 앨범 사진이 쫙 펼쳐지면서 드래그해서 앨범을 고를 수 있게 해줍니다.
태그에 따라 앨범  커버를 띄워주는 MP3P를 처음 써보는데, 사소하지만 이게 '앨범 돌리는 맛'을 느끼게 해주네요.
(주로 쓰는 건 결국 폴더별로 들어가 선택하는 방법이 됩니다마는)
맙소사, 이젠 앨범 돌리는 맛도 CDP에 비해 크게 안 떨어져 (...)



 플레이 화면이 뜬 김에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기능에 대해 설명하면, 이 기기는 바깥의 잡음을 분석해서 (이건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는 이어폰이 있어야 가능합니다만) 음파를 중화시킴으로 잡소리를 잡아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끄고 켤 수 있고요. 번들이어폰이 커널형이라 그렇지 않아도 귀에 끼우면 바깥 소리가 손으로 귀를 덮은 것마냥 잘 안 들리는데, 노이즈 캔슬링까지 켜면 물 속에 들어가서 귀속에서 음악이 울리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음악 소리만 들려옵니다.

 좀 멍멍한 느낌도 있는데, 바깥 소리가 시끄러운 버스나 전철 등에선 매우 좋습니다. 버스 엔진 소리나 전철의 덜컹거리는 소리를 싹 다 잡아줘요. 노이즈 캔슬링만 켜놓으면 음량을 1로 해놓아도 버스 안에서 음악을 알아듣는 게 가능할 정도입니다. 오락실에 들어가서도 한 번 이 기능을 시험해봤는데 (오락실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이 기능을 켜면 와글와글하는 소리는 싹 사라지고 가끔 가다 게임 캐릭터 보이스나 효과음 정도만 흐릿하게 들리더군요. 상당한 기능입니다. 음악소리를 크게 하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청력 보호에 상당한 효과가 기대됩니다.

 더불어 '고요 모드'라고 해서, 음악을 안 들어도 노이즈 캔슬링 기능만 켜놓고 주위 잡음을 싹 사라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써먹기에 따라 유용하게 써먹을 구석이 있어 보이네요.

 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이어폰을 커널형보다 오픈형을 선호하는 탓에, 노이즈 캔슬링이 있는 이 번들 커널 이어폰과 전에 쓰던 일반 오픈형 이어폰 중 어느 것을 써야 할지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습니다. 번들이어폰에 노이즈 캔슬링까지 쓰면 말 그대로 바깥 소리가 도무지 들리질 않아서······.

 아, 음질 이야기도 잠깐 해보면.. 일단 같은 이어폰을 MP3P와 CDP에 바꿔끼워가며 Queen과 박지윤을 비교해봤는데, MP3P로 들으나 CDP로 들으나 별 차이는 느껴지지 않더랍니다. 그게 그거. (역시 전에 쓰던 MP3P가 저가형인 탓이었군요, CDP를 쓰자 느껴지던 그 음질 차이는..) 이래서야 요즘 CDP가 안 나오는 이유도 이해는 갑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 기기는 거의 음악 감상을 주력으로 하는 기기입니다. FM라디오 기능이 있는 건 좋긴 한데 사실 MP3P에 그런 기능 있어도 잘 안 쓰고 (아주 가ㅡ끔 쓰죠. 없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인코딩해서 넣으면 동영상도 볼 수 있긴 하지만 사실 좀 귀찮은 작업인데다 그렇게까지 해서 동영상을 보고 싶지도 않고, 사진을 넣고 다니면서 볼 수 있는 기능도 있긴 하지만 굳이 이 자그마한 플레이어로 사진을 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카메라 같은 게 달려있을 리 없습니다. 그냥 넣고서 보기만 하는 기능입니다), WiFi로 무선인터넷을 접속해 웹사이트를 볼 수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홈페이지가 대체로 워낙 화려한 탓에 이런 자그마한 기기로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릅니다. 시험삼아 제 블로그를 이 MP3P로 접속해봤더니 리소스가 부족하다면서 뻗더군요. 아····· 음악 감상 외에는 뭔가 하나같이 어정쩡합니다. 그다지 쓸만하진 않지만 없는 것보단 낫지, 정도의 수준이네요. 음악 감상 하나만큼은 정말 좋습니다마는.

 그래도 한 가지 기능은 제법 쓸만한 게 있습니다. 무엇인고 하니:



이 사진을 다시 한 번 볼까요. 저 화면 하단에 네 개의 아이콘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가 동그랗게 된 것 같은 아이콘을 터치하면



이런 게 뜹니다. 자, 여기서 YouTube를 터치해볼까요



오, 이런 게 검색되네요.



잘 나옵니다.
화면이 좀 노이즈가 낀 것 같지만 노이즈가 아니라 관객 화면에서 박지윤 얼굴로 화면이 전환되는 중에 찍으니 저리 나왔습니다.



속도는 무선인터넷에 준합니다. 음악 듣다가 동영상이 보고 싶을 때, 바로바로 검색해 볼 수 있는 제법 유용한 기능입니다.
아무튼 음악에 관련된 기능만큼은 제법 쓸만하다니까요, 이 MP3P.



3.

 괜찮은 물건을 샀다 싶습니다. 물론 이 MP3P에는 단점도 꽤 있습니다. 무선인터넷에서 한글 자판이 필요한데 한글 입력 기능이 존재치 않는다거나, 동영상 기능이 그리 뛰어나지 않는다거나, 메모리가 MTP 방식이라 안전제거 없이 빼도 되는 건 좋지만 파일 전송 속도가 USB에 비해 너무 느리다거나, 사실상 음악 감상만을 목적으로 한 기기로서 솔직히······ 좀 많이 비싸다거나.

 하지만 음악을 감상한다는, 포터블 플레이어 본연의 목적에는 아주 충실한 MP3P입니다. 딴 건 다 필요없고 음악이다! 음악에 35-40만원 정도 투자할 각오 있다! 하시는 분은 사셔도 좋을 겁니다. 저야 뭐, 어차피, 할부 인생이고······· (먼산)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