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에 라임

감상/먹거리 2009. 12. 8. 00:02

 글라스에 담긴 음료는 투명했고 자그마한 기포가 글라스 표면에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음료를 맛보고 눈썹을 조금 찌푸렸다. 쏘는 맛이 입천장과 혀를 자극했다. 목을 넘길 때에는 맥주와도 비슷한 감이 있었다. 설탕이 들어갔는지 뒷맛이 약간 달았지만 전체적으로 그리 달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 <탐정은 죽지 않는다>, p.251


 얀 트로닉이라면 아마 이런 걸 마셨겠지 싶어서



이런 걸 사먹어봤습니다



메이드 인 프랑스


 이 탄산수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다음과 같이 광고하고 있습니다: 페리에(Perrier)는 프랑스 남부 지방의 베르게즈 (Vergeze)에서 생산되는 천연 탄산수로, 생수로는 유일하게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전세계 탄산수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한국에는 1992년부터 소개되어 현재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페리에의 트레이드 마크인 세련된 유리병 속의 톡 쏘는 탄산에 함유된 풍부한 미네랄과 칼슘은 몸 속 구석구석 스며들어 시원하고 신선하게 모든 세포들을 깨워주고 특히, 입맛을 돋구어 주며 0 칼로리로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입니다. 활기를 주고 건강함을 선사하는 페리에는 스타일과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트랜드 세터들의 필수 아이템입니다. (출처 워터매니아 (http://watermania.co.kr/goods_detail.php?goodsIdx=3570))



 여하간 샀습니다. 마셨습니다. 그리고


이게 뭐야!?
What the HELL is this!?
하고 외쳤습니다.


 ..아, 간만에 생각과 전혀 다른 맛을 만났네요. 전 이게 기껏해야 좀 안 단 사이다 정도 될 줄 알았는데. 그냥 탄산수였습니다. 말 그대로 탄산수였어요. 혹시 약수물로, 탄산이 있는 약수물 드셔보신 분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딱 그 맛이 납니다. 괜히 0칼로리로 광고하는 게 아니어서, 설탕이 전혀 안 들어갔다보니 전혀 안 답니다. 정말로 전혀 안 달아요. 뒷 향기로 라임향이 좀 나긴 하는데······ 뭐랄까 탄산향수를 마시는 기분이었습니다.

 별 관련은 없지만 그냥 머릿속에서 이 문장이 생각나더군요:


 "여기 사람들은 김릿 만드는 법을 잘 모릅니다. 사람들이 김릿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냥 라임이나 레몬주스와 진을 섞고 설탕이나 비터를 약간 탄 것에 지나지 않아요. 진짜 김릿은 진 반, 로즈 사의 라임주스 반을 섞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섞지 않는 거죠. 마티니 같은 것은 비교도 안 됩니다."
- <기나긴 이별>, p.34


 그래요, 네, 하드보일드한 탄산수입니다, 이 '페리에 라임'이란 물건은. 과장 조금 덧붙여서, 메이지사의 99% 초콜릿을 처음 먹었을 때 정수리부터 학문 (······발음으로 읽어주세요)까지 충격이 왔던 마치 그러한 충격이 느껴졌습니다. 아아 쌉쓸해. 쌉쓸하다는 게 뭘 표현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쌉쓸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어······.

 익숙해지면 꽤 먹을만할 거라고는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탄산 물 자체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아마 먹을만할 테고요. 하지만 전 굳이 뭘 사먹으려면 그냥 블랙커피를 사먹겠습니다. 내가 적응기간까지 거치며 이 비싼 걸 굳이 사마셔야겠니?!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