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1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학산문화사(만화)

 가볍게 잡히는 라이트노벨입니다만, 읽어보면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말하자면 독자에게 편하게 읽힌다고 해서 작가가 편하게 썼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죠. <늑대와 향신료> 같은 경우가 그랬는데, '오, 이거 머리 좀 쓰면서 썼겠는데?' 싶더군요.

 우선 출판사 소개 책소개를 보면 이 작품을 '경제판타지'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세의 경제 속에서 그 속에 숨겨진 무언가를 발견하고 진실을 찾아가는 내용의 판타지이죠. 거기에 더불어 히로인이 '늑대의 현신'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발생하는 로맨스와 갈등구조가 저 '진실 찾기'에 섞여들어가 소설을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저로서는 교회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는 소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실제로 '다른 신'이 존재하며 이 소설처럼 늑대의 현신이 있다면 아마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까······ 하고는 생각할만하게 써냈습니다. 적어도 소설 내의 세계관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되는, 잘 쓰여진 소설이란 뜻이죠.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이 소설의 갈등구조는 두 가지가 복합됩니다. ① 중세의 경제상황 - 그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상인인 주인공은 그 내막을 파헤치고 거기서 이익을 구하려 든다. ② 일행이 된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늑대소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교회에) 정체를 들켰다간 곤란해지므로 그녀의 정체가 드러나선 안 된다: 그리고 그녀와 같이 다니는 중에 두 명 (아니, 하나는 마리?)에게는 기묘한 애정감각이 싹튼다.

 ①의 경우에, 이 <늑대와 향신료> 1권에서는 (아, 뒷권은 읽어보지 않았으니까요) 적당히 전문적이면서도 중고등학생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만하게 잘 풀어서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조금씩 단서가 주어지다가 모든 것이 결국 밝혀지는 스타일인데, 본격 미스터리만큼은 아니더라도 썩 괜찮습니다. 다만, 그저 단순히 경제 미스터리 소설이기만 했다면 아주 좋은 점수는 받기 어려웠겠습니다. 이 소설을 매력적으로 구성시켜주는 요소는 바로 ②, 늑대소녀와 마음을 열어가고 기묘한 애정이 싹트는 과정을 이 ① 미스터리 요소 사이사이에 잘 녹여놓았다는 점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사이사이에 녹였다기보다는 두 가지가 함께 가는 것이겠습니다만.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②의 경우, 과연 늑대인데 사람의 모습을 한 소녀가 '사람'에게 얼마만한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는 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저 자신이 사람인데 만약 늑대의 모습을 하고 늑대 사회에 섞이고, 그 중에 호의를 가져주는 늑대 암컷이 있을 때 그 암컷에게 얼마만한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죠. 어떨라나요.

 그러나 여하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음 권을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