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는 것치고는 말을 쉽게 하는 편인 나이지만, 그래도 이 말만은 하지 말자고 늘 주의하는 말이 있다. 그게 무엇인고 하니: "야 그건 아무 것도 아냐, 나는 ~ 어쩌구저쩌구" 하는 종류의 말이다. 물론 그런 생각이 들 수야 있다. 내가 보기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표현 방식이 저런 방식이어서는, 고민이나 고통을 털어놓는 상대의 마음을 닫게 만드는 결과밖에 남지 않는다. 나 자신을 돌이켜볼 때, 내가 무언가 힘든 일이 있어서 말했는데 저런 말을 들으면 "아 정말 나의 고민은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세상에는 정말 더 힘든 일이 많아 난 입 다물고 있어야지" ······라고 생각할 리가 없다. "뭐 그래서 어쩌라고 그래 너 잘났다 니 팔뚝 굵다" 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물론 다른 사람의 더 심한 일을 보고 "난 별 문제 아니구나" 생각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넌 아무 것도 아냐" 라는 식의 말을 듣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나름대로 고통이 있는 법이고, 무엇보다 먼저 그걸 이해하지 않으면 소통이란 있을 수 없는 법이다. 더 심해 보이는 고통을 겪은 사람만이 고통을 말할 수 있다면, 세상에서 단지 한 명밖에는 고통을 말할 수 없겠지.
그러니 말하자면 이거다. 내가 무시받는 게 싫은 만큼 상대방도 무시받는 게 싫다.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해선 안 된다. 남을 무시해서 얻어질 게 뭐 있겠는가? 값싼 우월감과 상대방의 불쾌감 뿐이다. 물론 만나기만 하면 힘들다며 투정부리는 상대에게는 "아 거 시끄러" 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대가 나를 그런 걸 받아줄만한 상대라고 생각하는 데에 감사하는 게 좋을 듯싶다. 아무도 나에게 힘든 일을 털어놓지 않는다면 그건 좀 슬프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