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스쿨 뮤지컬
바네사 앤 허진스 외, 케니 올테가 / 월트디즈니

 기분 좋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이야기에 굴곡도 별로 없이 무난하게 진행되고, 음악은 팝을 좋아한다면 즐겁게 들을 수 있도록 괜찮게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뮤지컬 영화란 음악이 무엇보다 중요한 법인데, 영화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듣더라도 좋다고 생각할만한 곡이라,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뮤지컬로 보자면, 음악과 영상의 조합도 보기 좋게 되어 있고요.

 기본 스토리 라인은 이렇습니다: 농구부의 에이스이자 킹카인 트로이와 천재 소녀 가브리엘라가 송년 파티에서 얼떨결에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둘 다 서로 이런 일을 해본 적 없었기에 어색해하다 어느 순간 화음이 맞게 되고, 멋진 하모니를 이루어 듀엣을 성공시킵니다. 서로에 대해 미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전화번호만 교환한 채 헤어지게 되고, 나중에 개학이 되자 가브리엘라가 트로이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어 둘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운동계와 이과계, 서로 동떨어진 분야에 있는 두 명입니다만 음악이라는 매개체가 있죠. 마침 학교에서는 학교 뮤지컬의 오디션을 하게 됩니다. 과연 두 명은 뮤지컬의 배역을 따낼 수 있을까요?

 하이틴 로맨스를 뮤지컬화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몇 가지 생각해볼만한 주제도 함께 다루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이를테면 '여태까지 사회에서 구축했던 나의 위치'를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죠. 농구부 주장인 트로이가 하필이면 중요한 농구 시합을 앞두고 노래를 한다? 천재소녀 가브리엘라가 과학 10종 경시대회를 앞두고 노래를 한다? 보통은 "하던 일이나 잘 해 (영화 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Stick to the Status Quo')" 라고 하게 되는 거죠.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혹은, 진정한 내 모습을 사회에서는 (또는, 내 친구들은) 받아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 또한 친구로서 내 친구의 또다른 모습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 특히나 스스로의 정체성이 구축되어가는 십대 청소년들이기에 이러한 주제들이가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사실, 이 영화의 기본 줄기 자체는 하이틴 로맨스라 해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죠. 더불어 주위 조연들에게도 그들의 이야기가 있으며 ("말하지 않았지만 난 힙합을 좋아해" "난 사실 첼로를 해" "나 사실 빵 만들어" 등) 트로이와 가브리엘라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감에 따라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어쨌거나 결국 메이드 인 디즈니입니다. 부담 없는 영상과 부담 없는 메시지. 누구나 흐뭇하게 볼 수 있는 흥겨운 뮤지컬 영화죠. 이 영화의 시리즈가 3편까지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