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전쟁
아리카와 히로 지음, 민용식 옮김, 아다바나 스쿠모 그림/대원씨아이(만화)

 미디어 검열이 '미디어양화법'이라는 것을 통해 법적으로 가능해진 시대에, '도서관자유법'이라는 것을 통하여 검열에서 책을 지키기 위하여 싸우는 도서관이 등장하게 됩니다. 검열을 주장하는 쪽은 무력을 불사하며, 도서관 측은 이 검열파들이 먼저 무력을 사용할 때만 도서를 지키기 위하여 반격을 합니다. '더 좋은 세계를 위하여 불순한 사상을 무력으로라도 배제시킨다'와 '모든 사상은 자유롭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상의 대립이 되겠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개념을 극단적으로 밀어 붙여 현실 자체를 고쳐놓아 만든 세계라는 점에서 왠지 모르게 <배틀 로얄>이 떠오르더군요. 민주주의 사회였을 세계에서 어처구니없는 법이 제정되었다는 점이나,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실제로는 이런 식으로는 흘러갈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에서 말이죠.

 혹자는 실제로도 어처구니없는 법들이 제정되는 세태를 비판하며 '그럴 리가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라고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만, 1인 독재에 의한 파시즘 국가가 아닌 이상 <배틀 로얄>이나 <도서관 전쟁>에서 이야기하는 극단적인 사회로 흘러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어느 정도 어물쩡 넘어가는 선이 있을지는 몰라도, 실제로 위와 같은 극단적인 사태를 불러일으킬 법안이 상정될 경우 이를 비판하는 쪽에서 공론화시켜 막을 가능성이 오히려 높겠죠. ······라는 것은 뭐 사실, 이 책을 읽는 데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요는, <도서관 전쟁>의 세계는 판타지입니다. 검열을 주장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논리가 무력이라는 형태로까지 부딪히는 세계를 그려낸 판타지죠. 그리고 그것이 무력으로서 발현되기에 소설의 액션성은 상당히 강화됩니다. 검열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작가의 논지를 펼치면서, 동시에 제법 흥미진진한 액션을 만들어내기에 아주 적합한 무대라는 뜻이죠. 진지한 소설이냐 하면 생각할만한 주제를 꽤 던져주는 편이긴 한데, 머리 아플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라이트노블'이라고 광고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인데, 대개 라이트노블이라 광고되는 책들은 어느 쪽이냐면 독자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책들이죠. 캐릭터 일러스트가 모두 실루엣으로만 표현되고 사실 소설 중간에 삽입되는 일러스트는 전혀 없는 만큼 꼭 이걸 라이트노블이라고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만 <우부메의 여름> 같은 것도 라이트노블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으니 안 될 이유도 없다 싶습니다. 라이트노블의 정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 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데 사실 문제되는 건 아니니 넘어가죠.

 이러니저러니 썰을 풀어놓았습니다만, 저는 이 시리즈 (<도서관전쟁> - <도서관내란> - <도서관위기> - <도서관혁명>의 네 권을 이름입니다만. 전부 네 권이지만 사실 감상은 한 번에 묶어서 하는 게 나을 듯해 이렇게 감상하고 있습니다)의 본질을 로맨스라고 보고 있습니다. 능력 있고 출중하지만 까칠한 (이라고 말하면서도 사실 알고 보면 따스한 도시남..) 남자와, 그 남자와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실은 그 남자와 다른 누구보다도 닮은 (행동력 넘치고 솔직한) 여자와의 로맨스죠. 소녀를 구해준 왕자님이라는 로맨스의 기본 도식을 세계관과 더불어 꽤나 맛깔나게 만들어놔서, 독자 입장에서는 사실 이게 결국 어떻게 진행될지 뻔히 알면서도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이걸 '어떤 건지 좀 맛이나 보자' 하고 쉽게 생각하고 <도서관전쟁>을 샀다가 그 다음 날 <도서관내란>을 사고 그 다음 날 <도서관위기>를 사고······ ······그렇게 하루에 한 권씩 해치웠다죠. 재미있냐고요? 재미있습니다.

 로맨스소설로서 기본 도식에 충실하면서, 색다른 세계에서 펼쳐지는 투쟁과 암투, 그리고 검열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제공하니, 이런 거 좋아하시는 분들은 만족스럽게 읽으실 수 있을 듯하네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