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아만다 세이프리드, 메릴 스트립, 스텔란 스카스가드 / 필리다 로이드

 아시는 분은 다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뮤지컬을 영화화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가 아니라 뮤지컬로 보이는 부분이 종종 나옵니다. 이건 노래를 하기 위해 대사를 넣는 구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부를 때 나오는 연출 자체가 뮤지컬처럼 나오는 걸 말합니다. 많잖습니까: 대사가 나올 타이밍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옆의 친구들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 맞추어 노래로 화답하기도 하고, 다함께 군무를 하기도 하는 것 말이죠.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를 매우 좋아하긴 합니다만, 어쩐지 보다 보니 뮤지컬이 어떨지 오히려 기대가 되더군요. 어떤 의미에서는, 뮤지컬 홍보 영화라는 느낌도 들었달까요.

Musical!


 <맘마미아!>는 ABBA의 명곡들을 구성하여 만든 뮤지컬입니다. 좋은 노래들이 많이 나와요. 물론 ABBA의 모든 노래들을 사용하는 건 (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불가능하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많은 ABBA 팬들이 납득할만한 선곡이라고 봅니다. 사실 전 이 영화의 스토리 구성상 'The Winner Takes It All'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꽤나 멋진 장면에서 등장해서 기뻐했습니다. 상황에 미묘하게 들어맞는 듯하기도 들어맞지 못하는 듯하기도 한 점이 애매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좋아하는 곡이 나왔는데요. ←

 사실 그런 영화죠. 이야기 전개야 어떤 식으로 전개되건 어떻습니까. ABBA의 곡들로 뮤지컬을 만들었는데! 나는 영상화된 음악을 보고 들으러 갔지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러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쨌거나 곡만 멋지게 구현해주었다면 괜찮은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엉망인 것은 아니고, 로맨스 영화로서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소피 (아만다 세이프리드)의 로맨스보다는 그녀의 어머니 도나 (메릴 스트립)의 로맨스 영화이기는 합니다만, 사실 애당초 소피의 아버지가 세 남자 중 누구냐? 가 문제가 되어 시작된 이 이야기에서 도나가 영화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건 조금만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긴 합니다. 어쨌거나 등장인물들을 잘 사용해서 ABBA의 곡들을 제법 멋지게 엮어냈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 만합니다.

 다만 위에서 '뮤지컬이 오히려 기대가 된다'고 말했는데요,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은, 곡들은 참 좋지만 정작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그리 좋지는 못하다는 점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만다 세이프리드나 메릴 스트립의 노래 실력에는 그렇게 불만은 없습니다만 (사실 I Have a Dream을 부르는 아만다의 목소리는 꽤 괜찮았죠. 가늘고 곱게, 살짝 떨리는 목소리), 메릴 스트립의 주요 상대역인 007피어스 브로스넌의 노래 실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점수 하락 요소입니다. 그냥 영화였다면야 목소리 좋고 괜찮겠지만, 이건 뮤지컬 영화니까요. 아마 얼굴이 중요하다 싶어서 그를 기용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좀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을 캐스팅하지 싶었습니다. 그도 노력은 한 듯합니다만 아무래도 기본 실력 자체가 안 되는 듯하니 아쉽지요. 뮤지컬이 보고 싶어졌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으로, 뮤지컬에 나오는 배우들은 당연히 노래 실력이 좋을 테니 곡을 전부 멋지게 살려내지 않았겠는가 하는 겁니다. 냉정하게 보면 이 영화의 배우들은 노래 실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어서······ ······뭐 코러스 빨로 어찌어찌 멋지게 살려내기는 합니다.

왼쪽 남자가 노래를 조금만 더 잘 불렀어도 정말 그림이 되었을 텐데······


 그렇다고는 해도 이만한 뮤지컬 영화 만나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 글쎄, ABBA 아닙니까! 곡들이 멋진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죠. 영상과 노래를 즐기다 보면 2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요. ABBA를 좋아하시거나 뮤지컬을 좋아하시면 이건 반드시 보십시오.


 여담. Queen도 뮤지컬 We will Rock You가 있는데 이건 영화화 안 되나 싶습니다. 분명 되겠죠. 되리라고 믿습니다.

 여담2. (이건 스포일러가 되므로 일부 가려둡니다) 저는 영화의 갈등이 모두 해결되는 끝자락의 어느 장면을 보고 이런 대사가 머리속에 떠올랐습니다. "의사선생······ 그러니까 내가 게이란 말이오? 게이라니! 내가 게이라니!" 새로운 세계에 눈떴다는 게 그 소리였구만, 그놈의 아자씨······. 이건 굳이 안 들어가도 되는 장면이었는데, 뭔가 극작가에게 그 쪽에 애죵이 있는지. (하지만 이건 뮤지컬에도 있는 장면이라고 하덥니다, 마, 맘마미아!)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