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버스라이트
마크 웨이드 지음/시공사

 21세기에 접어들어 슈퍼맨이라는 히어로를 만나면 몇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히어로인 만큼 지금 다시 보면 그의 기원이나 복장 센스 등이 와닿지 않는다거나, 그동안 출간된 시리즈가 워낙 많은 만큼 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거죠. <슈퍼맨: 버스라이트>는 21세기에 슈퍼맨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이 '슈퍼맨'이라는 히어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글쎄, 사실, 슈퍼맨의 행동양식이나 이야기 전개 등은 그렇다치고, 현대에 '슈퍼맨'이라는 히어로를 볼 때 가장 걸리는 건 역시 복장이겠죠. 파랑 타이즈에 빨강 팬티와 빨강 망토, 그리고 가슴에 늠름하게 새겨진 S 마크. 유사품에 주의해요 오각형에 S자야 위아래로 스판 백프로······ ······랄까 뭐랄까 현대적 감각으로는 용납하기 힘든 복장이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스토리 작가인 마크 웨이드는 대체 왜 슈퍼맨이 이런 복장을 하게 되었는지를 그의 기원으로부터 잡아냅니다.

 요컨대 그는 지구인이 아니며, 지구에 있는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습니다. 그의 양부모는 그에게 따듯하게 대해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정체성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죠. 그는 자신은 어디까지나 혼자라는 감각을 지니게 됩니다. 이건 렉스 루터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는 부분이며 스몰빌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슈퍼맨과 렉스 루터가 친구 관계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가 되죠. 어쨌거나, 슈퍼맨은 성년이 되어 정체성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되고, 그는 이 코스츔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냅니다. 자신이 외계에서 왔음을 알아내고, 그 외계의 사람들과 같은 복장을 취함으로서, "나바호 인디언들, 필리핀 사람들, 아프간 사람들, 타탄을 입는 스코틀랜드 부족들"처럼 "옷을 통해 정체성을 부흥시키는 것"이죠. 이것은 꽤 합리적인 이유이며, 21세기에 들어서도 슈퍼맨의 낯부끄러운 복장이 긍지로 보일 수 있게 해주는 해결책이 됩니다.

 이같이 복장 하나에서도 알 수 있듯 <슈퍼맨: 버스라이트>는 슈퍼맨의 많은 부분을 현대의 독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해석하고 정립해냈습니다. 번역자의 말을 빌려 본다면, "슈퍼맨을 새롭게 소개하는 기회"이며 "앞으로 출간될 슈퍼맨 단행본을 즐기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덧. 번역자의 말을 한 번 더 빌려보면, 이렇게 <버스라이트>에서 기원을 정립했지만 2005년 말부터 전개된 리미티드 시리즈 <인피니트 크라이시스>에서 무효화되고 커트 뷰식의 2009년작 <슈퍼맨: 시크릿 오리진>에서 제시되는 기원 이야기가 공식 설정으로 자리잡게 된다는군요. ······그럼 이거 말고 <시크릿 오리진>을 그냥 내주는 게 낫지 않은가?!

 덧2. 그리고 이 <슈퍼맨: 버스라이트> 다음에 나온 시공사의 그래픽 노블은 <슈퍼맨: 레드 선>입니다. 나쁘지는 않은데······ 어차피 이미 샀고 읽었고 다른 슈퍼맨 시리즈가 또 나와도 사겠지만······ 다른 히어로는 안 나오려나요. 이를테면 배트맨이라거나 아니면 배트맨이라거나 혹은 배트맨이라거나······.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