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올리지 않게 되었다. 올린다 해도 단편적이거나, 필터링을 거친 단상 정도다.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고 어쩌면 당연하다고 본다. 웹이라는 공간이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내밀하지 못하다거나, 내 공간을 찾아오는 방문자들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거나 하는 사실을 정말로 느끼게 되고부터는 가능한 한 이곳에 혹시라도 약점이 될만한 내용은 적지 않으려 하게 되었다.

 이십대 초반의 나와 후반의 나는 어떻게 다른가? 예전의 나는 보다 감정적이었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써나가곤 했다. 지금은 절제하고, 정제한다. 나 자신을 그다지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이해받으려 노력하지도 위로를 얻으려 하지도 않는다. 가능한 한 담담하게 서술하고자 한다. ㅡ하지만 아직 내가 원하는 만큼은 담담하지 못해서, 나 스스로 나에 대해 이런 글을 쓰게도 된다. 글쎄, 좀 더 나이를 먹으면 이런 글조차도 아예 쓰지 않게 될까.

 사람들은 왜 내 블로그에 찾아올까? 써놓은 감상들을 보기 위해서? 아마도 그게 가장 큰 이유일 듯하다. 어쨌거나 현재 내 블로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글은 내가 접한 무엇인가에 대한 감상이다. 옛날에 (라고 해봐야 몇 년 전일 뿐이지만) 홈페이지를 운영했을 때는 감상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일기일 뿐이었지만, 요즘은 그 비중이 역전되어 신변잡기적 글이 오히려 드물다. 아마 내 신변잡기를 기대하고 블로그에 오는 사람도 있기는 하겠지만, 글쎄, 뭐 어쨌건 나야 내가 쓰고 싶은 걸 쓰고 있을 뿐이니까. 요새는, 신변잡기를 안 쓰는 만큼 감상에서 나를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도 싶다.


 ······뭔가 쓸까 말까 쓸까 말까 계속 고민하던 내용이 있었는데, 몇 차례 수정을 거듭하다 그냥 지웠다. 딱히 드러내봤자 별볼일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말한다고 뭐가 해결될 것도 아니고.

 ·······랄까, 여기까지 썼는데, 이걸 다 지우고 없던 걸로 할까 말까 그것도 고민이군. 이게 다 뭐 하는 거래. 이런 글 올리고 혼자 결론 다 내버리면 방문자가 와서 뭐라고 코멘트 달기도 참 뭣하지. ······.


 음. "알아줘, 날 알아줘" 하는 내가 있고 "그런 짓 해봤자 별로 나아질 것도 없어" 하는 내가 있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기대 안 해, 그래봤자 실망할 뿐이야. 라고 말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 않는 내가 있다. 뭐, 기대를 버리지는 않는다는 게 중요하지 않으려나. 스물여덟살이나 먹고서도 "나만 잘 하면 모두 잘 될 거야!" 하고 순진하게 생각하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고.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