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나는 플롯을 만지작거리다 지쳐 블로그를 열었지.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더웠고, 내 머리는 잘 돌아가지 않았지. 마치 지금 같은 기분이었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 같은 기분이었다는 거야. 그로부터 한 달이나 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플롯을 끝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해 무어라 말해야 좋을까? 맙소사, 벌써 7월이라구. 2010년도 반 이상이 지나버렸어. 그런데 난 뭘 했지? 이봐, 이리 와서 내가 해놓은 게 얼마나 되는지 좀 보라구. 겨우 이것밖에 못 했단 말이야. 맙소사.
어쩌면 처음부터 너무 벅찬 소재를 건드렸던지도 몰라. 전작 이상을 보여주어야만 한다고 너무 힘이 들어갔던지도 모르지. 하지만 글쎄, 음, 플롯을 짜는 데 벌써 4개월째에 접어들었다는 건······ 어쩌면 문제일지도 몰라. 심각한 문제 말이야. 한 번 써서 몇 쇄나 찍을 수 있는 인기 작가라면 그런 식으로 플롯에 공을 들여도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난 아니라고. 이렇게 써서 (나올지 안 나올지 그것도 사실 알 수 없지만, 나온다 치고) 인세로 일이백 만원을 받았다 치자, 시간 대비 노동 효율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아, 글쎄, 좋아서 하는 거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먹고 살 수 있겠어, 이런 걸로?
그런 의문이야 언제나 해왔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되겠지. 내가 글쓰기를 그만두지 않는 한은 말이야. 하지만 난 아마 글쓰기를 그만두지 않을 테고, 누구보다 먼저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글을 내놓아야 한다는 결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은 계속 이런 식으로 글을 쓰겠지. (플롯을 짜는 데 들이는 시간이 좀 달라질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그러니, 뭐, 어쩌겠어? 써봐야지. 어쩌면 나는 살아가는 방식을 타협하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방식은 타협하지 않을 거야.
머리가 지나치게 아플 때는 인터넷에 올라온 <탐정은 죽지 않는다>에 대한 감상글을 읽어보곤 해. 대개 호의적인 리뷰에, 앞으로가 기대된다거나 등의 말을 해주어서, 의기소침해질 즈음에 그걸 보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어. 사실 눈물나게 고맙지. 기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거야.
그런 그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고, 아마 가능하리라고 생각해. 하지만 대체······ 이놈의 플롯을 어떻게 해야 멋지게 만들어낼 수 있을런지. 어쨌거나 빨리 완성시켜서 본격적인 집필 작업에 들어가고 싶은 바람이지만, 완성도 없는 속도는 의미가 없는 법이니. 가능한 최고를 내놓자고. 어차피- 길게 보기로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