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했습니다. 격투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 있어서, 이놈은 전에 실전을 꽤나 하긴 했는데 운동에서 손 뗀 지 좀 되어서 체력이나 스피드가 많이 떨어진 상태 (기본적으로 유도 조금 했었고, 타격기보다는 꺾는 기술을 더 연습했다 하더군요). 하지만 여하간 뭔가 '더 강해지고 싶다!'는 데에 의기투합해서 요즘 이래저래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오늘은 빈 강의실 등에서 대련을 좀 해보았습니다.
룰은 단순: 모든 기술 허용. 다만 실제로 치지는 않으며 (하다 보면 몸통이나 팔다리 정도는 조금 가격하게 되지만), 기술이 먹혀들어갔다 싶은 상황이 되면 일단 브레이크. 시간제한도 없고 심판도 없다! 그냥 서로서로 기술을 써보자!
해보니 일단.. 전 영춘권 기술을 제대로 쓰기는 힘들었습니다. 그야 뭐 아직 한 달밖에 안 됐으니까요. 아무래도 안 맞고 치려는 마음이 생기다보니 충권을 칠 때 어깨를 쭉 내밀게 되는데, 영춘권 충권은 어깨를 내밀고 치면 안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건 거의 단타 수준이었고, (물론 얼굴-바디 콤보 정도는 꽤 빠르게 들어가지만) 연환충권은 쓸 수 없어서 연타를 종종 쓰긴 했어도 연환충권이라 하기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이건 사실 방어기술에 좀 자신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기도 하다고 생각됩니다만.
예전에 배운 다른 무술 식으로 하는 게 아직 좀 더 편하기도 합니다. 그거라고 그리 수준이 높은 건 아니지만, 상대가 공격해올 때건 내가 공격해 들어갈 때건 방해되는 상대의 팔을 내 팔뚝으로 냅다 쳐버리는 방식을 전 좀 애용하는데, 이거 몇 번 했더니 상대 방어가 무너지더군요. 그야 뭐, 난 한동안 팔뚝을 철봉에다 쳐댔으니까.. 하지만 힘으로 좀 밀어붙인 경향도 있습니다.
보법은, 영춘권 식 보법을 쓰려고 했지만 뭐 역시 아직 안 익었죠. 애당초 펀치부터 어깨를 내미는 식으로 쳐버렸으니 허리의 정렬도 잘못될 것은 당연한 일. 나중에는 (몇 번이나 했었는데, 막판에 가서) 좀 더 보법에 신경을 써봤는데, 확실히 하체의 힘이 받쳐주면서 안정적으로 파고들어가고, 상대가 들러붙을 때 하체 힘으로 밀어내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상대가 킥을 하려고 할 때 앞에 둔 다리를 슉 들어올려서 (영춘권 보법은 뒷발에 거의 모든 무게를 싣기 때문에 앞발 들기가 편합니다) 막는 것도 가능하긴 했고요. 아, 다리는 막으면서 손은 펀치했지요.
그리하여 오늘의 대련으로 무엇을 알게 되었느냐: 영춘권 기술은 실용적입니다. 하지만 전 일단 이자겸양마 및 보법수련을 통해 하체부터 단련해야겠습니다. 보법에 좀 더 신경쓰면서 해봤더니 부담이 팍팍 오더만요. 그리고 보법 할 때 엉덩이 말아올리는 데 더 신경써야 하겠고. 충권도 그렇고 이것저것 다 그런데, 수준이 올라갈수록 확실히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기초를 더 확실히 해야 한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그리고 같이 한 친구의 소감을 말하자면.. 자기가 좀 더 실력을 키우면 나를 상대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지금 체력이며 (팔뚝 내구도며) 핸드스피드가 워낙 딸리는 탓에 상대하기가 힘들다고 (...). 음 글쎄, 확실히 이 친구가 좀 더 강해지는 게 저한테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더 하다 보면 피차 감각이 더 좋아지지 않을라나요.
아무튼 저 개인적으로는 절대로 도장에서 하는 식으로 기술을 받아 주지 않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시간 나는 대로 꼬셔서 계속 할 작정입니다. 아니 뭐, 일단 재미있으니까.
그나저나 나 소설가였던가? ..뭐 이런 경험 소설 속에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와하하하.
덧. 그리고 생각난 주의점 하나. 몸을 옆으로 반쯤 돌린 스탠스에서 파고들어가서 얽혀서 잘못 밀렸을 경우, 등을 잡혀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거 설마 이래서 영춘권에서 몸을 바로 하고 파고들어가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