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무엇에 대하여 판단하길 좋아한다.

 ······라는 위의 문장부터 벌써 무엇에 대한 판단이다. 그러나 이런 류의 문장은 사실 사람들에게 상당히 익숙한 문장이고, 익숙하다는 것은 많이 보았다는 뜻이며, 많이 보았다는 것은 이런 문장이나 말이 많이 생겨난다는 뜻이므로 사람들이 무엇에 대하여 판단하길 좋아한다고 우선 전제해두고 시작해도 별 문제는 되지 않을 듯하다. 복잡한 논설은 여기서는 배제하도록 하자.

 판단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들어온 어떤 자료들을 가지고 어떠한 결론을 도출한다는 것이다. 그 자체는 좋고 나쁘고를 논할 대상은 아니다. 다만 그 도출까지 이르는 시간이 지나치게 짧을수록, 오류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문제라는 걸 적어두고 싶다. 대개 사물은 여러 가지 면을 가지고 있으며, 한쪽 면만을 보아서는 제대로 보았다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물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인지라, 한쪽 면만을 보아도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라, 한 번 결론을 내려 버리면 그 다음에 어떤 자료가 들어오든 자신이 이미 만들어낸 결론을 보강하는 자료로 쓰고 싶어하기 쉽다. 자신이 판단하여 결론을 내린 것이기에, 그 결론이 잘못되었다면 자신의 판단도 틀린 것이며 자신이 그리 현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자람에 대해 관대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를테면 어제 방영했던 <1박 2일>을 생각해보자. 요즘 모 씨의 문제 때문에 복잡해진 <1박 2일>이지만, 여하간 나는 계속 보고 있다. 아무튼 그 내부의 문제가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데 상관있는 건 아니니 더 언급하진 않겠다. 어제의 경우, 멤버들에게 조금씩 힌트를 주고 그 힌트를 가지고 가야 할 곳을 찾아가는 미션이 있었다. 그 힌트들로부터 <1박 2일> 멤버들은 초기에 경북 안동에 있는 봉정사라는 결론을 내렸고, 계속 나오는 힌트들이 봉정사의 그것과 합치했기에 그들은 봉정사라는 결론을 고수했다. 도중에 가야 할 곳이 소백산에 둘러싸였다는 힌트가 나와, 소백산이 어디 있는지 검색해보자 경북 영주라는 답이 나와, 안동에 있는 봉정사와는 뭔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경북 영주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대충, 같은 경북이니까 여전히 봉정사가 맞다며 결론을 수정하지 않았다. -나중에 '팔작지붕'이라는 힌트가 나오고서야 (봉정사에는 팔작지붕이 없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결론을 수정했다.

 이 일에 있어서 <1박 2일> 멤버가 특별히 어리석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뒤늦게라도 그들은 결론을 수정했고,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린 즉시 옛날 결론을 버리고 새로운 결론으로 수정했다. 세상에는 자기가 내린 결론이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수정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다만 여기서 나는, 사람이 한 번 무언가에 대해 결론을 내리면 모든 것을 그 틀에 맞추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다고 느꼈을 뿐이다. 그렇다면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보를 더 많이 모으고, 생각을 많이 하고, 결론은 천천히 내리되, 자신의 결론이 틀렸을 수 있다고 언제라도 인정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 생각들을 어디에 써먹을 작정이냐······ 하면 뭐 실생활에서 우선, 많이 말하기보다는 많이 듣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고, 실생활도 실생활이지마는,

 쓰는 소설에 써먹어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추리소설만큼 지금 이 생각이 잘 맞아들어가는 소설이 또 있겠나. 일부러 여러 갈래로 해석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서, 잘못 생각했어도 그 생각을 고수하도록 만들어 마지막에 뒤통수를 친다. 지극히 정석적인 패턴인데, 생각해보면 인간의 사고 패턴 자체가 그렇게 생겨있으니 이런 패턴이 정석인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내가 딱히 뒤통수 때리는 걸 좋아하는 타입의 작가가 아니라는 건데, 그래도 모처럼 추리소설 (추리라고 하기 좀 애매하지만 사실) 쪽을 짜고 있으니 이런 것도 좀 활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책 감상은 너무 밀려있다보니 오히려 부담이 생겨서 잘 안하게 되어, 블로그가 본격 영춘권 블로그처럼 되어버려서 (...) 이런 글도 좀 올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런 거죠.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