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2010
감독: 이정범
주연: 원빈, 김새론
본격 아저씨가 멋있는 영화. 본격 원빈 멋있게 보여주는 영화. 본격 한국영화같지 않은 리얼액션을 보여주는 영화, <아저씨>. 어제 보고 왔습니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추석이라 영화나 보려고 나온 사람이 많았는지 영 자리가 없어서,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너무 앞자리다보니 스크린이 윗단이 짧은 등변사다리꼴로 보이더군요······ 뭐 목 건강에는 좋은 자리였긴 합니다. 보다 보니 익숙해지기도 했고요.
음, 스토리에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남의 약 훔쳐서 한탕하려다 잡힌 여자가 보복당하느라 잡혀가고, 잡혀가는 길에 그 여자의 딸도 잡혀갔는데, 그 여자의 딸이 유일하게 나름 친하게 지내던 옆집 전당포 아저씨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이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나섰고, 보통이라면 별볼일 없었겠지만 알고보니 이 옆집 아저씨의 이력이 장난이 아닌지라, 너희들은 이 사람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는 그리 어려울 것 없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이 스토리 라인을 보자면 <테이큰>이 생각나는데요, 그 때 저는 그 영화를 '시걸 + 제이슨 본'이라고 평했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테이큰>만큼 되지는 않습니다. 찾아가는 과정을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보여주었던 <테이큰>과는 달리 <아저씨>는 그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고, 탐색하고 정보를 얻는 과정이 굉장히 생략됩니다. '알아서' 찾아갔으려니 하게 만드는데 이 영화에서 거기에까지 신경쓸 여력은 없었다는 뜻이죠.
스토리 라인에서 <테이큰>의 열화판이라고 하면, 액션은 <제이슨 본 시리즈>의 열화판입니다. 아, 물론 <아저씨>의 액션은 매우 리얼합니다. 여태까지 한국 영화에서 흔히 나왔던 720도 돌려차기 따위는 나오지 않고, 상대의 공격을 근원에서부터 미리 차단하는 수기를 주로 사용하는 근접액션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런 액션이 나와주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액션 영화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해줄만 하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만.
<아저씨>의 액션은, 한마디로 필리핀 무술 칼리죠. 정확하게 하면 칼리 + 아르니스 + 브루나이 실라트입니다. (근거는 <한국경제에 실린 원빈의 인터뷰>) 필리핀 무술 칼리는 중국무술의 그것과 비슷한 근거리 수기를 사용하는데, 수련 과정의 초기에서부터 맨손 - 나이프 - 단곤 등을 병행하여 수련합니다.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이지만 손을 쓰느냐 무기를 들었느냐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차이가 되죠. 용법이 조금 다르지만 기법 자체는 같다고 해야 할까요? 뭐 여기서 칼리 이야기를 그리 깊게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하니, 이 정도까지만 적어두죠.
굳이 칼리 이야기를 한 건, <제이슨 본 시리즈>의 무술도 사실 칼리였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아저씨>의 액션이 <제이슨 본 시리즈>의 열화판이라고 했죠. 좋은 다른 말도 있을 텐데 왜 열화판이라는 기분 나쁠 말을 사용했느냐······ 하면, <아저씨>는 너무 화면을 흔들어댔기 때문입니다. 눈이 아플 정도로요. 액션 영화에서 화면을 흔드는 건 둘 중 하납니다. ① 박력을 주기 위해서 ② 또는 액션의 수준이 좀 떨어지는 것을 관객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아저씨>의 경우에는 아마 둘 다일 겁니다. 다른 모든 무술이 그렇듯 칼리 역시 제대로 배우지 않고는 아무래도 어설픈 티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원빈은 무술 배우는 아닙니다. 아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요. 그러나, (비록 시리즈 후반으로 갈수록 카메라를 더 흔들긴 했지만)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는 항상 카메라를 흔들지는 않고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액션인지 관객들이 알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무술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본다면 60-70년대의 무술 영화가 (비록 세련미는 떨어질지언정) 배우의 무술 실력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정직한 무술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점에서 말하면 <아저씨>는 정직하진 않았지요. 저도 무술 영화를 보는 눈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도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아보기가 쉽지만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무술에 아무런 견식이 없는 분들에게는 그냥 어떻게 어떻게 쳤나보다······ 정도로밖에 이해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열화판이건 어쨌건 그런 '현실적(이어 보이는)' 액션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가능한 부분까지는 연습해서 가능한 것을 보여주고, 불가능한 것은 화면 전환으로 때워서 만들어서, '건드려서는 안 되었던 남자'의 모습을 훌륭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무술 영화를 환장하게 좋아하다보니 이런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좀 박하기도 한 저도 호의적으로 감상할 영화라는 거죠.
그래서 이 영화에서 감상할 액션 포인트는······ 글쎄요, 솔직히 평 자체는 괜찮게 내리고 있습니다만, 단검 액션 정도가 괜찮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총쏘는 거야 (아니, 한국에서 총을 쏴대다니!) 딱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고, 기본적으로 다른 액션들은 워낙에 카메라를 흔들어대서 제대로 보기도 힘드니까요. (총 쏠 때는 카메라 안 흔들었죠? 그건 못해도 티가 별로 안 나거든요) 아마, 상대가 공격해 들어올 때 그 팔 안쪽을 차단하거나, 손목이 아니라 팔뚝을 쳐서 들어간다거나 하는 '상대의 무기 (=팔)을 제압하는' 개념을 주의 깊게 보면 이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체 휙휙 지나가긴 합니다만) 마지막에 사람을 끌고가면서 그 사람을 방패로 삼고, 나이프를 한방에 푹 찌르는 게 아니라 슬금슬금 베어서 힘을 빼놓는 개념이야 뭐 누가 봐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하지만 방어의 견지에서, 상대의 팔 끝보다는 팔 자체의 움직임을 뭉개놓는 방어법은 좀 신경써서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마지막 1:1 나이프 대결 신에서도 사실 방어가 이런 식으로 되고 있거든요.
······랄까 그런 영화입니다. 무술 좋아하는 사람도 비교적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들어줬어요.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나올 줄이야 하고 여러 가지로 놀랐습니다. 차를 과감하게 부수는 것도 그렇고 나이프를 석석 베어대는 것도 그렇고 총을 빵빵 쏴대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한국 영화 같지가 않네요.
중간중간 오돌오돌한 대사 몇 개나, 감정 짜내는 게 딱 보이는 장면 같은 건 확실히 한국영화스러웠습니다. 그러고보면 엔딩도 좀 한국영화스러웠죠. 한 10년쯤 후라면 엔딩도 다른 방법으로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만.
아무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괜찮았어요.
감독: 이정범
주연: 원빈, 김새론
본격 아저씨가 멋있는 영화. 본격 원빈 멋있게 보여주는 영화. 본격 한국영화같지 않은 리얼액션을 보여주는 영화, <아저씨>. 어제 보고 왔습니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추석이라 영화나 보려고 나온 사람이 많았는지 영 자리가 없어서,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너무 앞자리다보니 스크린이 윗단이 짧은 등변사다리꼴로 보이더군요······ 뭐 목 건강에는 좋은 자리였긴 합니다. 보다 보니 익숙해지기도 했고요.
음, 스토리에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남의 약 훔쳐서 한탕하려다 잡힌 여자가 보복당하느라 잡혀가고, 잡혀가는 길에 그 여자의 딸도 잡혀갔는데, 그 여자의 딸이 유일하게 나름 친하게 지내던 옆집 전당포 아저씨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이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나섰고, 보통이라면 별볼일 없었겠지만 알고보니 이 옆집 아저씨의 이력이 장난이 아닌지라, 너희들은 이 사람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는 그리 어려울 것 없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이 스토리 라인을 보자면 <테이큰>이 생각나는데요, 그 때 저는 그 영화를 '시걸 + 제이슨 본'이라고 평했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테이큰>만큼 되지는 않습니다. 찾아가는 과정을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보여주었던 <테이큰>과는 달리 <아저씨>는 그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고, 탐색하고 정보를 얻는 과정이 굉장히 생략됩니다. '알아서' 찾아갔으려니 하게 만드는데 이 영화에서 거기에까지 신경쓸 여력은 없었다는 뜻이죠.
스토리 라인에서 <테이큰>의 열화판이라고 하면, 액션은 <제이슨 본 시리즈>의 열화판입니다. 아, 물론 <아저씨>의 액션은 매우 리얼합니다. 여태까지 한국 영화에서 흔히 나왔던 720도 돌려차기 따위는 나오지 않고, 상대의 공격을 근원에서부터 미리 차단하는 수기를 주로 사용하는 근접액션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런 액션이 나와주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액션 영화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해줄만 하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만.
<아저씨>의 액션은, 한마디로 필리핀 무술 칼리죠. 정확하게 하면 칼리 + 아르니스 + 브루나이 실라트입니다. (근거는 <한국경제에 실린 원빈의 인터뷰>) 필리핀 무술 칼리는 중국무술의 그것과 비슷한 근거리 수기를 사용하는데, 수련 과정의 초기에서부터 맨손 - 나이프 - 단곤 등을 병행하여 수련합니다.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이지만 손을 쓰느냐 무기를 들었느냐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차이가 되죠. 용법이 조금 다르지만 기법 자체는 같다고 해야 할까요? 뭐 여기서 칼리 이야기를 그리 깊게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하니, 이 정도까지만 적어두죠.
굳이 칼리 이야기를 한 건, <제이슨 본 시리즈>의 무술도 사실 칼리였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아저씨>의 액션이 <제이슨 본 시리즈>의 열화판이라고 했죠. 좋은 다른 말도 있을 텐데 왜 열화판이라는 기분 나쁠 말을 사용했느냐······ 하면, <아저씨>는 너무 화면을 흔들어댔기 때문입니다. 눈이 아플 정도로요. 액션 영화에서 화면을 흔드는 건 둘 중 하납니다. ① 박력을 주기 위해서 ② 또는 액션의 수준이 좀 떨어지는 것을 관객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아저씨>의 경우에는 아마 둘 다일 겁니다. 다른 모든 무술이 그렇듯 칼리 역시 제대로 배우지 않고는 아무래도 어설픈 티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원빈은 무술 배우는 아닙니다. 아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요. 그러나, (비록 시리즈 후반으로 갈수록 카메라를 더 흔들긴 했지만)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는 항상 카메라를 흔들지는 않고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액션인지 관객들이 알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무술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본다면 60-70년대의 무술 영화가 (비록 세련미는 떨어질지언정) 배우의 무술 실력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정직한 무술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점에서 말하면 <아저씨>는 정직하진 않았지요. 저도 무술 영화를 보는 눈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도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아보기가 쉽지만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무술에 아무런 견식이 없는 분들에게는 그냥 어떻게 어떻게 쳤나보다······ 정도로밖에 이해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열화판이건 어쨌건 그런 '현실적(이어 보이는)' 액션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가능한 부분까지는 연습해서 가능한 것을 보여주고, 불가능한 것은 화면 전환으로 때워서 만들어서, '건드려서는 안 되었던 남자'의 모습을 훌륭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무술 영화를 환장하게 좋아하다보니 이런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좀 박하기도 한 저도 호의적으로 감상할 영화라는 거죠.
그래서 이 영화에서 감상할 액션 포인트는······ 글쎄요, 솔직히 평 자체는 괜찮게 내리고 있습니다만, 단검 액션 정도가 괜찮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총쏘는 거야 (아니, 한국에서 총을 쏴대다니!) 딱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고, 기본적으로 다른 액션들은 워낙에 카메라를 흔들어대서 제대로 보기도 힘드니까요. (총 쏠 때는 카메라 안 흔들었죠? 그건 못해도 티가 별로 안 나거든요) 아마, 상대가 공격해 들어올 때 그 팔 안쪽을 차단하거나, 손목이 아니라 팔뚝을 쳐서 들어간다거나 하는 '상대의 무기 (=팔)을 제압하는' 개념을 주의 깊게 보면 이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체 휙휙 지나가긴 합니다만) 마지막에 사람을 끌고가면서 그 사람을 방패로 삼고, 나이프를 한방에 푹 찌르는 게 아니라 슬금슬금 베어서 힘을 빼놓는 개념이야 뭐 누가 봐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하지만 방어의 견지에서, 상대의 팔 끝보다는 팔 자체의 움직임을 뭉개놓는 방어법은 좀 신경써서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마지막 1:1 나이프 대결 신에서도 사실 방어가 이런 식으로 되고 있거든요.
······랄까 그런 영화입니다. 무술 좋아하는 사람도 비교적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들어줬어요.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나올 줄이야 하고 여러 가지로 놀랐습니다. 차를 과감하게 부수는 것도 그렇고 나이프를 석석 베어대는 것도 그렇고 총을 빵빵 쏴대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한국 영화 같지가 않네요.
중간중간 오돌오돌한 대사 몇 개나, 감정 짜내는 게 딱 보이는 장면 같은 건 확실히 한국영화스러웠습니다. 그러고보면 엔딩도 좀 한국영화스러웠죠. 한 10년쯤 후라면 엔딩도 다른 방법으로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만.
아무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괜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