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보는 앞으로 나가는 보법이고, 충권은 스트레이트 펀치입니다. 그러니까 삼각보 충권은 (이거 이 기법을 칭하는 용어가 따로 있는지 안물어봤는데 아무튼) 앞으로 나가며 충권을 지르는 가장 기초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팔극권으로 치자면 충추, 형의권으로 치자면 반보붕권.. 뭐 그런 건데, 전 이런 기초적인 기술에 로망이 있습니다. 좀 정확히 하면 기초적이면서 매우 위력적인 기술에 로망이 있달까요. 다분히 만화의 영향이겠지만, 뭐 이를테면 <더 파이팅>에서 일보가 쓰는 뎀프시롤보다 리카르도 마르티네즈의 잽이 훨씬 멋있어 보인다거나 그런 거죠.
그래서랄까 개인적으로 삼각보로 나가며 충권을 연습하는 걸 좋아합니다. (아, 물론, 현재 단계에선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연습하는건 역시 이자겸양마 자세에서 계속 치는 연환충권입니다만) 영춘권이 연환충권이나 치사오 등의 이미지가 강해서, 한 방이 강하지는 않다고 여겨지기 쉽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채찍처럼 무게를 날려 치는 충권도 그렇고, 몸 전체를 체중이동시키며 파고들어가는 삼각보 충권의 파괴력이 만만한 것일 수는 없습니다. 사실 도장에서 패턴을 연습할 때, 일단 충권을 치게 하고 그게 좀 익숙해지면 거기에서 다시 연환충권으로 들어가게 연습합니다. 맞아도 안 쓰러지면 쓰러질 때까지 계속해서 치고 들어가라! 는 느낌이죠. 아무튼 그래서.. 영춘권의 삼각보 충권도 위력이 꽤 강맹합니다. 월백이라고 벽에 매다는 (콩이나 뭐 그런 걸 속에 넣는) 타격용 캔버스 백이 있는데 거기다 대고 제가 현재 가능한 풀파워로 삼각보 충권을 쳤더니 (같이 수련하던 어느 분이) 그렇게 치면 사람이 죽는다고 할 정도는 되었으니까요. 더불어 학교에서 같이 무술 이야기 자주 하는 친구에게 킥미트 두개 들고 있게 시킨 후 (이번엔 비교적 가볍게) 치니 뒤로 좀 비틀거리며 물러났고.. 그러니까 즉 연타 이미지가 강한 영춘권입니다만 타격력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실제로 사람을 상대로 한다면 가만히 서 있지는 않는 법이라, 가장 기본적으로 연습하는 방법인 그냥 치고 들어가는 충권은 여간해선 맞지 않겠지요. 그래서 도장에서는 단계별로 수준을 올려 나갑니다. 같은 삼각보 충권이라도, 상대의 공격을 쳐내며 들어가거나, 가드를 흘리며 들어가거나, 그리고 들어간 후 상대가 안 쓰러지는 상황을 가정하여 연환충권이 이어 들어가거나.. ..라는 것이 현재 영춘권 수련 2개월째인 제가 배운 기본적인 기술입니다. 기초를 배우고, 그 기초가 익숙해질 때 덧붙이고 덧붙이고 덧붙이고.. 단계별로 수준을 올리는 방식이라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기술을 세밀하게 들어가는 방식을 배운다 해도, 아무튼 기초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일입니다. (라고 말하지만 뭐 지금 0등급의 저로서는 그 '세밀하다'는 것도 사실 기초긴 하죠. 네) 중국무술의 형을 실제 그대로 쓰지 못한다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만, 원래 기초 단계의 폼을 그것 그대로 대련에서 성공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력차가 여간히 나지 않으면요. 그러니 교묘하게 들어갈 필요가 있지만, 그것도 기초가 되어 있을 때 성립되는 말입니다. 들어가는 보법 자체가 어설픈데 상대에게 제대로 파고들어가는 것이 가능할까요? 충권 자체가 부실한데 연타를 한다고 상대가 아파할까요? 기초 자체를 충실하게 갈고 닦아야 그 위를 바라볼 수 있겠지요. 당연히 기초만 가지고 싸우기는 어렵지만, 기초가 없이는 애당초 위로 올라갈 수가 없다는 겁니다. 이것저것 현란하지만 위력도 기세도 없는 사람보다는 기초밖에 없어도 위력과 기세가 있는 사람이 낫죠. 그리고 그런 사람이 고급 기술을 배워도 제대로 적용할 수가 있을 테고요.
..라는 생각으로 수련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제대로 되지 않던 기술들이 조금씩 감각이 생기는 듯해 기분이 좋은 요즘이라지요. 글쎄, 발전한다는 느낌이란 참으로 좋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