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복숭아를 먹은 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까 사온 콜라가 있고 전에 사둔 우유가 보였다. 이걸 사놓은지 꽤 오래됐지 싶어서 유통기한을 확인해보니 14일까지.

 "이거 유통기한 14일까진데? 오늘이 며칠이죠?"

 "몰라?" 어머니가 대답하신다.

 "이쪽에서는 달력이 안 보여서." 부엌에서 거실 쪽으로 이동해 거실에 걸린 달력을 보고 내가 말했다. "오늘이 10일인가?"

 "에엥?"

 거실에 누워 TV를 보고 있던 여동생이 이쪽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내가 달력을 보고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17일이지. 이거 우유 유통기한이 14일까진데 사나흘은 괜찮겠지 뭐. 내일 먹어도 될거야."

 "안되지!" 어머니가 말했다. "먹을려면 오늘 먹어야지!"

 "아 근데 되게 배불러서. 지금 먹기가 좀."

 그렇게 말하며 거실 테이블에 우유를 내려놓으니 그 우유를 들어본 어머니가 무게에 놀란다. 그야 거의 먹은 적이 없는 우유니까. 약간 멋적게 내가 말했다.

 "그거 운동하고 단백질 보급하려고 사놓은 거거든요. 근데 이번주에 몸이 별로 안좋아서 운동을 별로 못했더니. 아 그래."

 문득 나는 며칠 전 산 핫초코 분말이 생각났다.

 "코코아 좀 만들까요. 드실래요? 야 너도 먹을거?"
 "아니 난 엄마 꺼 좀 뺏어먹을래."

 동생이 답하니 어머니는 동생을 한대 가볍게 친다. "내껄 왜먹어 니가." 히죽거리며 내가 묻는다.

 "그래서 만들어 말어?"
 "반잔만~!"




그런 것입니다



 후기.

 어머니 "내거랑 선미거랑 다른게 뭐야?"
 나 "양이요."
 아버지 "양 다르네."
 나 "아버지도 좀 만들어드릴까요?"
 아버지 "아니 난 안 먹어."
 동생 "이거 맛있다~!"



 뭐 그런 풍경입니다. 내년 1월 8일이면 결혼할 여동생을 두고 이런 풍경도 이제 얼마 못 보겠지 싶어 적어둡니다. 그야 뭐 부모님하고 저 셋이서만 있어도 나름 이래저래 재미있게 지낼 겁니다마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