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이어 원
데이비드 마주켈리.프랭크 밀러 지음, 곽경신 옮김, 리치먼드 루이스 그림/세미콜론

 출간된 지 꽤 된 작품인데 (미국에서가 아니라, 한국에서라도 말이죠: 벌써 나온지 2년이 다 되어가니까요) 이제 감상합니다. 읽은 지도 좀 되긴 했습니다만 요즘 감상 자체를 더디 했어요. 이런 건 쌓이면 쌓일 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법인데······· 흠, 서론은 이쯤 하고.

 이건 배트맨이 처음 배트맨이 되어 겪는 시행착오 및 배트맨으로서 활동을 시작해가는 모습을 그려낸 만화입니다. 배트맨만이 아니라 고든이나 캣우먼의 시작도 여기에서 볼 수 있지요. 이런 것에 대해 말하라면, 이런 류의 만화 자체가 사실 그런 것이긴 하지만, 팬들에게는 읽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팬이 아닌 사람에게는 그다지 많이 어필되지는 않으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프리퀄이기 때문에, 프리퀄이 의미가 있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어요. 배트맨 자체를 좋아하고 배트맨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이 만화는 충분한 소장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글쎄,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애당초 이 만화를 살 리 없으니 별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야기 구성이나 그림? 이 만화가 나온 건 1986-1987년이고, 그 때의 그림을 지금의 기준에서 판단한다는 건 무식한 일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데이비드 마주켈리가 그린 이 만화는 (이 만화에서 프랭크 밀러는 그림이 아니라 스토리를 담당했죠) 지금 기준에서 보면 몹시 선이 투박합니만, 그 나름대로 멋이 있고 충분한 영상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의 만화만큼 세련되지야 않지만, 그런 걸로 투덜대기만 해서는 아까운 만화를 놓치게 되겠죠.

 배트맨을 좋아한다면 읽어볼 만합니다. 배트맨과 (특히) 고든에게 깊이를 부여하는 괜찮은 만화입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