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상태가 어떠하였는가에 대해 조금쯤 궁금해하시는 분도 있을 줄로 생각되므로 좀 적어봅니다.

 발단은 목요일 저녁부터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트림이 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때는 별 이상을 못 느꼈습니다만 점점 뭔가 안 좋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빈도도 점점 많아지고 속도 점점 부글거리기 시작했고요. 안 좋았어요.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안 좋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죠. 그리고 자정이 될 무렵에는 속이 확실히 더부룩하고, 얹힌 느낌이 나더랍니다. '이런, 체했나?' 싶어서 일부러 토해볼까 했지만 먹은 게 아까워서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ㅡ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때 토했어야 옳았습니다만.

 어쨌거나 몸 상태가 안 좋다 싶었으므로 자정이 되는 시점에서 일단 냅다 잠자리로 이동. 잠들면 안 아프다! 잠들면 아픔도 잊는 법이지! 이 목요일 자정으로부터 금요일 아침에 이르기까지, 반은 잠들고 반은 열에 들끓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전에 식중독(이라고 생각한 증상에 시달렸던) 때와도 비슷했군요. 구역질 - 설사 - 고열 (물을 마셔도 잠시 후 입술이 마를 정도의) 등. 하지만 이번은 예전에 아팠던 때와는 달라서 그럭저럭 참을 만은 했습니다. (그땐 말 그대로 하루가 날아갔었죠) 숨이 가빴고 열이 올라 힘들긴 했지만 어쨌거나 아침이 되어서는 학교에 출근할 수는 있을 만큼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갔는데, 가는 것만으로 (가는 데 1시간 30분이니까) 사실 겨우 모아둔 체력을 다 소모해버렸습니다. 원래 내렸어야 할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해서 돌아서 가는 바람에 더 늦게 가버렸다거나 하는 사소한 에피소드는 그렇다 치고, 여하간 뭘 할 만한 힘이 없었습니다. 금요일이라 거의 교수님들이 안 나오시는 날이라 일이 별로 없어 다행이었죠. 그나저나 학교에 나가기는 했고 일이 별로 없다 쳐도, 그렇게 숨을 골골대면서 저녁 6시까지 있어야 한다니 참 암담한 일이더군요. 의자에 앉아 존다고 해도 침대에 누워 있을 때와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서, 몸 자체가 계속 뻐근했습니다. 목 뒤와 어깨가 쑤신다고 한달까 뭐랄까.

 그런데 웬일로 아주 다행인 일이 있었습니다. 금요일에 잘 나오시지 않으시지만 가끔 나오는 어느 교수님이,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학회실에 들렀다가 다 죽어가는 제 모습을 보시고는 일찍 조퇴하라고 절차를 밟아주신 것이지요. 그때는 전 장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체한 것 같다고 하긴 했었습니다만 확실히 그 때의 제 모습은 누가 봐도 좀 아파 보이긴 했을 겁니다. 일단 숨부터 가빴으니. 뭐 그런 연유로 집에 가서 쉴 수 있게 되었는데ㅡ 정말 다행이었지요.

 집에 돌아와, 사혈이라고 몸을 침으로 따고 부항으로 혈전 뽑는 게 있는데 그걸 했죠. 체한 거라면, 낮에 이걸 하고 나면 저녁에는 뭘 먹어도 좋을 정도로까지 회복됩니다. 그런데 그러고 잤는데 밤에 일어나도 몸이 영 안 좋더군요. 그 시점에서 이건 아무래도 체한 게 아니라는 게 분명했습니다. 뭔가 다른 거였는데, 여기서 비로소 저는 식중독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음, 머리가 좋아야 몸이 고생을 안 한다던 옛말도 있는데 참 뭐랄까.

 아무튼 굶고 자고 폭풍설사하며 이틀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바로 병원에 갔다ㅡ 는 스토리면 참 좋겠습니다만, 이날은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게 뭔고 하니: 친구 결혼식 참석. 교회에서는 하나뿐인 동갑내기 친구(♂)의 결혼식이었던지라 참석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여 참석하러 가는데.. 차에서 난방을 하고 시끌시끌한 소리 때문에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토할 뻔했습니다. 몸이 왜 이렇게 맛이 간 거야.. 하고 저주받은 육체를 한탄하며 결혼식에 참석. 축하하고 사진찍고. 고기초밥이 가득한 파라다이스를 눈앞에 두고 전복죽이나 먹었습니다. 정확히는 전복죽을 빙자한 계란죽이었다 싶습니다만. 초밥도 좀 먹어봤습니다만 도저히 속에서 안 받아줘서 눈물을 머금고 단념.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병원 들르고, 장염 진단 받고, 약 받고, 약 먹고 스프 먹고 자고 포카리 스웨트 마시고 .. 등을 반복하며 어제까지를 보냈습니다. (뭐, 예배 정도는 참석했습니다만 원래 하던 성가대 등은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양해를 구하고 빠졌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되어서야.

 점심이 되기 전, 일이 있어 들렀던 도서관에서 얻어온 꽈배기를 시험삼아 먹어보았는데 구역질이 안 나더군요. 옳거니 이렇다면 가능성이 있겠어. 하고 점심에는 기분 좋게 곰탕을 먹었습니다. 그걸 먹은 게 낮 12시 경이었는데,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해서 그런지 이 글을 적는 4시 30분 즈음까지도 더부룩하니 배가 부르네요. 죽이나 국이나 스프 같은 거야 물론 음식은 음식이지만 식사다운 식사는 아니잖아요?

 물론 지금 배가 더부룩한 건 곰탕도 곰탕이지만 그걸 먹고 나서 후식으로 해치운



더블 쿼터 파운더 치즈 버거
아니 저 이거 진짜 환장하게 먹고 싶었어요
오늘 학교 오는데 누가 전철 맞은편에서 무가지 읽는데 그 무가지 1면 광고가 이 버거였음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양배추가 안 들어 있는 건 아쉽지만 두꺼운 패티와 그 패티가 두 겹이라는 점 그리고 치즈맛도 제법 잘 어우러지면서 한 입 베어물면 육중한 쇠고기 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야채 부족의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누가 뭐래도 이건 고기 중시 버거지요. 음. 맛있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여러분도 오늘 저녁엔 가서 햄버거라도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호호.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