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아직 중천이었으며 공기는 따듯했다. 이제 9월도 삼분의 일이 지나 가을이 시작되려 하는 시기였지만 여름이 쉽사리 지나가줄 기색은 아니어서 한낮에는 아직 이마에 땀이 맺혔다. 나는 잎사귀가 무성한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주위 거리를 구경했다.
이 시간대의 그레이치 구 1번가는 한산했다. 상점이 늘어서있는 4번가 이후와는 달리 대개 주택이었으며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 서넛이 내 옆을 스쳐지나갔을 뿐이었다. 아이들 특유의 꺅꺅대는 외침과 함께 흐릿하게 먼지가 피어올랐다.
이 거리에 사는 사람들 중 빈곤한 사람은 없었다. 방금 지나친 아이들의 옷도 제법 깨끗하고 말쑥했으며 부모의 손길을 받아 잘 관리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보이는 주택마다 잔디밭과 울타리가 있는 동네다웠다. 아주 잘 살지는 않더라도 부족함 없이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이곳에서 크게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을 터였다. 나는 아직 충분히 쓸 만한 진회색 얇은 반코트와 검정색 면바지를 걸치고 있었다. 구두에도 윤기라고 할 만한 것이 있었으니 그리 나쁘지 않은 셈이었다. 나는 의뢰인의 집에 들어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옷차림을 점검했다.
희고 깨끗하게 칠해진 울타리를 넘어 잔디밭에 놓인 블록을 밟고 연두색 지붕이 있는 갈색 벽돌집으로 걸어갔다. 나무문은 희게 칠해졌으며 마찬가지로 희게 칠해진 문고리가 달려있었다. 나는 문고리를 두드렸다.
“계십니까, 커네스터 양. 탐정 얀 트로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