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이중자아, 겉보기에 문제없는 사람 속에 숨겨져있는 죄성, 이성의 억제를 풀자 드러나오는 비도덕성- 실제 범죄 사례인 '살인마 잭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미결 사례입니다. 이와 관련되어 최근 읽은 만화로 <프롬 헬>이 있는데······ 이것도 조만간 감상을 올려야 하긴 하겠군요)'의 범인을 추측하는 데에 인용되기도 한 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그 인용 가치 때문에라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현대의 고전입니다.

 다만 이같이 유명한 소설인 경우, 실제로는 제대로 읽어본 일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사서 제대로 읽어보았습니다······ 라고 서두를 붙이고 싶었는데, 막상 읽어 보니 이거 예전에 제대로 읽은 적이 있더구먼요, 저. 펭귄클래식은 아니고 다른 번역본이었을 텐데, 읽다보니 내용은 다 기억이 나는데 언제 읽었는지 영 기억이 흐릿한 것이 적어도 최근 5년 내가 아닌 것만은 분명한 듯싶습니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내용에 대해 새삼 설명할 필요나 있을까 싶습니다. '세상에, 지킬 박사가 하이드였대!'라고 외쳐봐야 이제 와서는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라거나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여!' 만큼이나 스포일러가 안 되는 말이고요. 다만 이 내용에 관해 나름 해석해보는 게 그래도 참신한 감상문이 되는 길이 아닐까 싶은데, 책 뒷면에 부록으로 (그것도 몹시 제대로 된) '분석'이 아예 실려 있고 하면 딱히 제 나름대로 뭔갈 또 해석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이 시점에서 커피 한 모금, 아니, 실제로 마십니다)

 그래도 뭐랄까,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할 때 실제로 '육체적'으로 변한다는 건 확실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사실 몸 자체가 아예 변하는 이 부분 때문에 이 소설을 '과학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차라리 판타지에 가까운 괴기소설로 정의하고 싶어지는데요, 털북숭이에 젊은이라니, 책 뒤의 분석에도 실려있거니와 이건 '덜 자랐고 덜 진화한' 모습에서 비도덕적이고 양심 없는 성격을 찾는 시도란 말이죠. 허여멀건하고 지긋하게 나이 먹은 지킬 박사는 문명인이자 지성인이고.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주제 중 하나가 '멀쩡하게 생겼다고 범죄 성향이 없는 게 아니다'라지만 그래도 그런 지킬 박사가 범죄를 저지를 때는 '멀쩡하게 안 생긴 모습'이 되는 걸 보면 역시 생긴 데서 성향을 찾는 걸 버리기가 쉽진 않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직접 읽어보시면서 스스로 찾아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자고로 남의 감상은 남의 감상이고, 내 감상이 내 감상인 법이지요. 짤막한 소설이지만 생각해볼 거리는 여러 가지로 던져주는 소설이니까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점에 적용해볼 거리도 꽤나 있고요. 괜히 고전이 아니죠.


 덧.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워낙 짧아서인지 그게 끝나고 <시체 도둑>과 <오랄라>가 더 실려있는데, 이것들도 재미있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