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적인 몸
사람마다 이상적인 몸이 다른 법입니다만, 무술 좋아하는 저로서는 역시 이상적인 몸도 무술 하기에 좋은 몸을 기준으로 하게 됩니다. 배우는 게 영춘권이다보니 영춘권 하기에 좋은 몸을 만드려고 하고 있고요. 일단 복잡하게 말하지 말고 간단하게 영춘권 하기 좋은 몸을 말해보자면 우선 이겁니다: ① 강하고 안정된 하체 (유연성은 큰 폭으로 요구되진 않음) ② 유연한 상체 (팔을 직선으로 앞으로 향하게 하되 팔꿈치가 명치 앞을 가리는 자세가 힘들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대개의 무술이 그렇거니와 그 무술을 열심히 수련하다보면 자연스레 그 무술에 맞는 몸이 형성됩니다. 하체 같은 경우엔 저도 영춘권을 시작한 후 굉장히 다리가 단단해져서 (상대가 다리 벌리는 걸 못 하게 조이거나 혹은 상대가 내 다리를 조이는 걸 벌리거나 하는) 다리씨름에서 져 본 역사가 없다······고 하면 좀 너무 오버고 학과에서 애들 (그러니까 대학생 애들)하고 했을 때 그냥 다 이겨먹어보긴 했습니다. 이자겸양마의 힘이죠 음화화.
······자랑질은 그렇다치고, 상체 쪽은 좀 힘든 편입니다. 영춘권에서 요구하는 상체의 유연성은 꽤 높은 편이라, 가슴 근육 좀 있고 팔근육 좀 있으면 팔꿈치로 명치를 가리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게 힘들어집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자세가 안 나올 만큼 근육이 있는 건 아니니까 스트레칭 계속 하면 각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실제로 조금씩 더 각이 나오고 있고요. 근력 트레이닝도 포기할 생각이 없는 만큼 스트레칭 더 빡세게 해야죠.
· 펀칭
요즘 스스로 펀치가 점점 빠르고 묵직해져가는 걸 느낍니다. (도장에서 수련할 때 파트너가 종종 펀치가 묵직하다고 말하는데 그럴 때 뭔가 참 기분이 좋습죠) 점점 감각이 잡혀간달까······ 펀치에 더 체중이 실려 가는 느낌입니다. 몸 전체의 무게를 보법으로 (중심을 낮추면서) 상대에게 쳐넣는 거죠. 슥 하고 들어가 뻥 하고 친달까, 잘 되면 확실히 속시원하게 들어갑니다. (아, 미트 치기 할 때 이야깁니다. 맨몸 상대로는 라이트 컨택트) 하체가 받쳐주는 느낌이 조금씩 잡혀가다 보니 제자리에서 치는 것도 더 강해지고요.
그리고 확실히 영춘권의 형이 좀 더 손쉽게 강한 힘을 낼 수 있도록 고안된 게 맞다 싶습니다. 허리를 회전시키며 횡권으로 치면 분명 위력이 강하지만 하체에서 발생시킨 힘을 손실 없이 전달하기가 쉽지 않아 잘 쓰기 좀 어려운 반면, 영춘권의 충권은 허리를 회전시키지 않고 종권으로 바로 중심선에서 쳐올리는 방식이므로 하체의 힘을 손실 없이 전달하기가 좀 더 쉽습니다.
뭐 이래저래 말합니다만, 결국 영춘권 같은 스타일이 제가 좋아하는 파이팅 스타일이라는 거죠. 잘 맞는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