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치면서 웃기게 되는 모 포스팅을 좀 아래로 내려보자는 의도에서 ← 간단히 씁니다.

 나가수 자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면서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이미 최고 레벨인 가수들을 상대로 순위를 매긴다는 것에서부터 이미 '가수 자체의 레벨이 문제가 아니라 가수에 대한 평가단의 취향이 문제'가 되리라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라 마음에 안 들지만, 이런 방송을 통해서 '실력 있는 가수들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이번 방송에서 사실 이 생각이 더 강해졌는데.. 최고의 무대를 볼 수 있는 건 참 좋은데 '그걸 평가해서 순위를 매겨야 한다'는 게 문제를 야기한다는 거죠. 예능이니 태생적 한계라고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 안 그러면 그냥 EBS 스페이스 공감이지..

 아무튼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여러분과는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아마 다를 겁니다. 취향이 갈리는 문제니까요.


 임재범 - 빈잔 (남진):

 일단 밝혀두면 저 임재범 별로 안 좋아합니다. 전 깨끗하지 않은 창법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데다, 임재범의 '고해'는 YB의 '너를 보내고'만큼이나 지나치게 많이 들은 곡이라 덩달아 임재범까지 별로 안 좋아지게 되는.. 뭐 그런 문제가 있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수에 나온 임재범의 모습은 굉장히 호감 가게 비춰졌는데, '가족에 대해 책임감을 가진 가장의 모습'이 굉장히 멋지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것을 지켜가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란 언제나 감동적이기 마련이죠.

 ..라고 하면 다른 말이 길었는데, 아무튼 음,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임재범인데 부른 노래는 남진의 빈잔.. ..심지어 전혀 모르는 노래입니다. 내가 남진을 알 리가 없잖여.

 해서 이 노래 자체는 (편곡 풍도 포함해서) 별로 와닿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열기는 와닿았습니다. 혼을 뽑아서 노래를 부르는 느낌인데 굉장히 뜨거웠죠. 안타까운 건 목이 받쳐주지 않아, '더 잘 부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였습니다만 감기몸살로 40도까지 올라간 지 며칠 안 되어 부른 노래인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거 부르고 구급차로 실려갔다고.. ..음, 진짜 혼을 뽑았다 싶네요. (먼산)


 김연우 - 미련 (김건모):

 무난했다.. 는 인상입니다. 노래를 깨끗하고 맑게 잘 부르는 가수라 확실히 노래를 그렇게 부르는데, 깨끗하게 부르는 만큼 관객이 압도되지는 않습니다. 임재범 뒤의 무대라 더욱 그런 인상이 강했을 겁니다. 하지만 꼭 관객이 압도되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강한 맛은 인상깊긴 하지만 오래 듣기 힘든 반면, 독특하지 않은 맛은 처음 들을 때 확 끌리진 않되 오히려 오래 즐길 수 있는 법이기도 하죠.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BMK - 그대 내게 다시 (변진섭):

 BMK는 창법에 대해서만 말하면 나가수에 나온 가수 중 제가 가장 높게 봅니다. 고음이 깨끗하면서 잘 터지고, 저음의 풍부함도 멋지죠. 다만 BMK는 부른 노래들이 제 취향이 아니라 별로 듣지는 않긴 했는데 .. (...)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입니다. 이걸 소울 재즈 풍으로 정말 멋지게 편곡했습니다. 지난주 긴장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곡 자체도 잘 즐기며 굉장히 완성도 있게 불러냈습니다. 긴 말 안 붙여도 될 것 같아요. 이거 감동했습니다.


 YB - 마법의 성 (더클래식):

 윤도현은 나가수에 나온 가수 중 가장 좋아하는 가수입니다.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긴 하는데..

 이번 마법의 성 락 버전은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더 잘 부를 수 있지 않았어?' 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어서요. 선곡은 확실히 누구나 아는 곡이어서 대중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겠지만, 잘 편곡했느냐?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다 발휘하여 노래를 불러냈느냐? 하면 글쎄요.. ..라고밖에는 못 하겠습니다. 기대하는 가수였던 만큼 더 아쉬웠습니다.


 김범수 - 그대의 향기 (유영진):

 일단 곡 자체가 제가 꽤 좋아하던 곡이었죠. (결국 이런 무대에서 곡이 내가 좋아하던, 혹은 잘 알던 곡이냐는 청자 입장에서 아무래도 중요하죠) 파격적인 복장과 함께 등장한 김범수는 이 곡을 RNB 스타일로 아주 멋지게 불러내었습니다. 파격적인 복장 - 멋진 무대 매너 - 좋은 곡 - 가수 본인이 곡을 즐기는 모습이 어우러진, 아주 좋은 무대였습니다.


 이소라 - No.1 (보아):

 이소라만이 가능한 No.1.. 이란 느낌이었습니다. 보아의 원곡을 굉장히 이소라 느낌으로 바꾸면서도 또한 다소 락 느낌으로 열정적으로 불러내었는데, 이소라의 노래가 언제나 그렇듯 호소력이 짙었어요. 듣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해지며 뱃속 깊은 곳이 뜨거워지는- 그런 노래였습니다.


 박정현 -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조용필):

 저로선 박정현 자체는 그냥저냥 무난하게 받아들이는 가수입니다. 잘 부르는 건 인정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잘 부르는 건 인정하는. (뭐 미묘한..) 아무튼 곡은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 잘 불러요. ..근데 이번엔 선곡이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네요. 아 이 곡 진짜 좋단 말이지요.. 라고 하면 조용필 노래 치고 안 좋은 건 없지만요. 베스트 앨범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솔직히 베스트 앨범을 따로 낼 필요가 없는 사람, 앨범 내면 그냥 그게 베스트인 사람, 가왕 조용필 아님까..

 그래서 박정현 식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어땠냐 하면.. 듣고 있다 보니 그게 생각났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것도 애니메이션 다 끝나고 나서 스탭롤 올라갈 때 나오면 딱 어울리겠다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팝이네요. 나중에 노래 끝나고 나서 대기실로 돌아갈 때 BMK도 디즈니 보는 거 같았다는 말을 하더랍니다.



 그래서 저 무대에 대해 제 순위를 내려보면..

 BMK-이소라-김범비-임재범-박정현-김연우-YB입니다.

 그 곡을 좋아했냐 아니었냐, 좋아하는 가수냐 아니냐를 떠나서.. 물론 저 레벨 정도 되면 어차피 다 최고 레벨이니 취향에 따라 순위가 정해지는 거고 그 순위란 누가 잘했냐 못했냐라기보단 또 듣고 싶은 사람 더 듣고 싶은 사람 그냥 고르는 정도라고밖에 생각 안 됩니다만, 아무튼 그 가수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무대였나 아니었나 생각으로 뽑아봤습니다.

 임재범은 몸 상태가 더 좋았다면 아마 순위를 더 올렸을 겁니다. YB는 기대에 못미쳐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에 좋아하는 곡이라도 7위 줬고요. (아니 뭐 내가 순위를 어떻게 매기든 저 방송에는 하등 영향은 없지만..) 그리고 BMK는 정말 완성도 높게 잘 뽑아냈다 생각해서 1위 줬는데.. 나중에 순위 뜬 거 보고 놀랐습니다. 아무리 그냥 취향 따라 순위 나오는 거라지만 저 정도로 불러냈는데도 그 순위라니 이건 진짜 너무하잖아..

 그래서 오늘 포스트의 결론은 솔직히 말하면 BMK 힘내세요 입니다 ←. 뭐 이 글 보실 리는 없지만. (...)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