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이 1위를 했다.
말이 많았다. 아이돌 출신이다, 뮤지컬이 어쨌다, 하는 짓이 재수 없다, 등등. 그녀가 나가수에 등장하는 게 옳지 않은 일이라고들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도 많다.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 무엇이든, 솔직히 알 바 아니었다. 난 그 가수가 뭘 어떻게 했든 무대 위에 섰을 때 나에게 감동을 주면 그만이다. 옥주현이 뭘 어쨌건, 그 경연에서 다른 가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에 충분한 기량을 보여준다면 그것으로 아무래도 좋은 것이고, 마침 그 때 다른 가수들 컨디션 난조였던 덕분도 있지만 어쨌든 청중평가단이 그녀가 1위할만한 기량 (정확히는 좋았던 무대 3번째까지 고르니까 그 안에 들게 되어서 전체적으로 많이 뽑히게 되면)을 보여줬다고 판단해서 1위를 했다면, 그건 누가 입방아를 찧던 1위라고 자랑스러워해도 좋다는 것이다.
그녀가 1위를 할만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른 법이니까 사람마다 1위감은 다른 법이지. 그러니까 각기 다른 취향일 500명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 정도 되는 사람들에게서 '그 날의 무대'를 평가받았다면, 그리고 애당초 그걸 다들 납득하고 시작한 무대라면, 그 순위에 대해 아쉬워할 수는 있을지언정 어쩌니저쩌니 입방아 찧어댈 일이 아니다. 사실 옥주현과 BMK의 이번 무대를 봤을 때, 물론 모든 노래는 다 멋진 법이지만 굳이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옥주현의 <천일 동안>이 훨씬 대중적으로 폭넓게 받아들여질법해 보였다. 다시 말해 1위할만해 보였다는 거고, 순위 발표 후 다른 가수들의 얼굴을 봤을 때도 BMK가 떨어졌다는 데 대해 놀라워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순위 조작이니 하는 음모론은 솔직히 너무 오버라 별로 고려하고 싶지도 않다. 정말 그런 일 있으면 내가 뭐라 하기 전에 무대 하나하나에 피말라하는 그 가수들이 먼저 나가수 때려치고 나설 게다)
까놓고 말해서, 웃기는 짓들이다. 나오는 가수가 마음에 안 든다? 보지 마라. 그냥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정말 당신들이 '질이 떨어지는 나가수를 보고 싶지 않다'면, 그냥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질이 떨어지는 가수를 투입해서 나가수의 시청률이 떨어진다면 대책을 강구하겠지. 옥주현이 나오는 것 때문에 다른 조명받을 가수가 조명받지 못한다? 그런 식이라면 당신이 생각하는 그 '조명받게끔 하고 싶은 가수'가 나가수에 나올 때까지, 그리고 그 때까지 나가수가 화제성을 가지고 살아남기만을 간절히 빌어야겠군. 정말로 당신이 가수를 생각한다면, '노래 그 하나에 혼신의 힘을 넣어 부르는' 가수를 사랑한다면, 나가수에 누가 나오니 어쨌네를 따질 게 아니라, 앨범 한 장을 더 사고 콘서트 한 번을 더 가라. 애당초 그랬어야 했다. 그게 답이다.
왜 아이돌만 TV에 보이고 아이돌만 뜨겠나? 그들이 팔리니까 그런 거다. 선정적이니 상업적이니 그런 건 다 집어치우고, 그렇게 안 해서는 '돈이 안 벌린다'는 거다. 돈이 안 벌리면 아무리 예술을 하고 싶어도 예술을 할 수가 없다. 적어도 전념할 수 없다. 누군가를 정말 좋아한다면 그를 홍보하라. 앨범 사줘라. 콘서트 가줘라. 제대로 된 가수가 나오는 볼만한 음악 프로가 없다고? 그렇다면 그 제대로 된 가수가 음악 프로에 나와 봤자 사람들이 보지도 않고 별 호응도 없어왔었다는 뜻이다. 나가수의 서바이벌 방식을 솔직히 난 싫어하지만, 바로 그런 방식이었기 때문에 일밤에 음악프로가 들어갈 수 있었고 화제를 불러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할 수 있었다. 그게 내가 나가수의 서바이벌 방식을 욕하지만은 못하는 이유다.
물론 "난 좋아하는 가수 앨범도 사고 콘서트도 가는데, 그냥 묻히는 게 아쉽다. 그리고 난 옥주현은 싫다. 잘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누가 나와도 좋지만 아무튼 옥주현은 난 싫어!" ·····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나야 옥주현이 싫지 않지만, 옥주현이 엄청 싫은 사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게다가 사람마다 취향도 다르고 감성도 다른 법이라 옥주현이 잘 부르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하지만 그런 사람이라도, 정말 '가수'를 사랑한다면 옥주현이 그렇게 수준 이하라고 느끼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옥주현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가수도 있습니다"라고 소개해주기에 나가수는 굉장히 좋은 무대라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그래도 아니다, 난 옥주현이 수준 이하라고 본다? -청중평가단 500명의 귀와 당신을 비교하자면, 그 500명이 전체적으로 평가한 것이 보다 '대중적인 기준'임은 분명하다. 난폭한 이야기지만 더 많은 사람들 (그것도 500명이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지)의 생각과 당신의 생각이 그렇게까지 차이가 날 때는, 대중이 특이하다기보다는 당신이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게 낫다. 아무튼 주는 거 없이 옥주현이 싫다 해도, 나가수는 공연을 평가하는 무대이지 그 외 기타 특성을 평가하는 무대가 아니다. 그런 건 어디 종교인이나 정치인 판단할 때는 괜찮은 기준이겠지만.
아무튼 난 솔직히 좀 짜증이 났다. 끌어내리는 것만 익숙하니까 모처럼 좋은 무대가 생겨도 인정해주기보다는 욕하기에만 바쁜 거 아니냐. 옥주현이 나와서 조금이라도 건성이었거나 영 실력 이하다 싶었다면 나도 다르게 말하겠지만, 솔직히 그렇게도 안 보였고. 끌어내리는 것만 익숙한 거 아니라고? 그럼 좀 작작 까라고. 난 별 생각 없었는데 니놈들 때문에 빠 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