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라보세
Zal.Sa.Ra.Bo.Se.

-의미불명패러디난무엽기발랄실험소설-


『…식상한 것을 식상하다고 말하는 것조차도 식상하다. 왜냐하면 식상하다고 말하는 이들 또한 너무나도 많으므로. 그러나 식상함이 잘못인가? 어쩌면 인간이 써낼 수 있는 것은 이미 누군가가 썼던 내용의 재탕일 뿐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패러디아 오마지우 저, 「내 문헌에 침을 뱉어라」. 1024년.

제 1장. 용사여 깨어나라 …… (1)


목소리가 들렸다.

- 용사여…… 제 목소리가 들리나요?

목소리가 들렸다고 서술한 시점에서 목소리가 들린다는 점은 분명하다. 어쨌거나, 아리따운 여성의 목소리였다. 대강 추측해보면 물경 20세 전후.

잠을 자던 이대팔 군 (대역가명, 1X세)은 이것이 꿈인가 현실인가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몽롱하게 답했다.

“들립니다.”

- 저희 세계는 지금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대팔의 시야로 이미지 영상이 떠올랐다. 푸른 산이 보이는 초원에 그림 같은 집이 있고 젖소와 아이가 함께 뛰노는 영상이었다. 영상 한구석에는 다음 같은 글자도 있었는데: “선진 유럽형 주택 판타지아” “수도 막부로스에서 ‘마차 타고 (웬일인지 이 글자는 매우 작았다)’ 삼십 분 거리!” “이 사진은 이미지 영상이므로 실제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등의 글자들이었다.

대팔이 물었다.

“저희 세계라니요?”

여성의 목소리는 친절하게 답했다.

- 저희 세계는 당신들의 언어로 말하자면 이세계 (異世界), 혹은 패러랠 월드 (parallel world)라고 하는 곳입니다. 당신들의 지구와는 다른 또다른 곳이죠.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마치 전화 상담원과도 같은 상냥한 어조로 목소리가 답했다. 대팔은 자세한 것을 알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아, 그렇군요.”하고 무성의하게 넘겼다. 이미지 영상에서 젖소와 함께 놀다가 젖소의 화를 돋운 아이가 젖소의 머리에 한 대 들이받히는 가운데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 이처럼 평화스러운 저희 세계, 뢰이마사에 최근 암운이 드리웠습니다.

이미지 영상이 바꾸었다. 웬일인지 세계가 검게 바뀌고 로브를 쓴 누군가가 세계 뒤에 클로즈업으로 서서 세계를 손에 넣을 듯이 양손을 내민 영상이었다. 영상 한구석에는 Insert Coin이라는 문자가 깜빡거리는 듯도 싶었다.

- 암흑 대마왕, 젤리오스 젤라틴의 부활을 꿈꾸는 악의 무리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이 힘을 얻는다면 이 평화도 깨지고 말 거예요.

“아, 그렇군요.”

- 그들은 젤리오스 젤라틴의 부활을 위해 이 세계 각지에 새겨진 다섯 개 봉인을 풀려 하고 있습니다. 그 다섯 개 봉인은 각기 천인 (天人)의 도시 잘쓰부르크 (Zalthburg), 지인 (地人)의 도시 사쓰 (Sars), 소인 (小人)의 도시 라디오 (Radio), 수인 (水人)의 도시 보쓰 (Boss), 화인 (火人)의 도시 세쓰코 (Sethco)에 있습니다. 우리는 편의상 이것들을 줄여 잘사라보세 봉인 (Seal of Zal.Sa.Ra.Bo.Se.)이라고 부르죠.

“뭔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이름들인데요. 게다가 마지막 건 특히나 더.”

- 신경 쓰지 마세요. 신경 쓰면 지는 거예요.

“아, 네.”

- 그 도시들은 각기 천인, 지인, 소인, 수인, 화인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사실 안전하지만 안전하기만 하면 이야기 진행이 안 되기 때문에 약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봉인들이 깨져나가려 하고 있어요. 이 봉인들을 강화시키기 위해 인의예지신 (仁義禮智信)의 다섯 가지 덕을 지닌 오덕한 사람이 필요한데 우리 세계에는 적합한 사람이 없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당신이 필요해요!

“말하자면 차원이동을 해서 당신 세계를 지켜달라는 거죠?”

- 그렇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다섯 개의 덕을 지닌, 덕후나이트 (Dark Knight)가 뢰이마사를 구원한다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이미지 영상이 바뀌더니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카메라는 공중에서 돌아가고 있고,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고 두 손을 모으고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길고 검은 생머리가 바람에 휘날렸고 무척 예뻤다. 아무튼 예뻤으니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바람이 너무 거세서 휘날리는 치마를 여성이 마릴린 먼로 같은 모습으로 내리누르고 속옷이 보일락 말락 보일락 말락 아일락 하는 시점에서 대팔은 생각할 것도 없이 답했다.

“가, 가겠습니다!”

- 잘 생각하셨어요!

다음 순간, 자기 방 침대에서 눈을 감고 누워 있던 대팔의 모습이 현란무쌍 오색 찬란 나이트 휘광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것은 푹 꺼진 이불뿐. 그는 차원을 이동해 또다른 세계의 위기를 지키러 이 세계에서 사라졌다.

과연 그는 뢰이마사에 엄습하는 악의 그림자에 대항해 싸울 수 있을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여자 얼굴 예쁘고 우리 모두를 위한 서비스 신이 조금 있었다고 생각도 없이 차원이동이라는 대사를 결정하는 주인공이 뭔가 해내기는 할 수 있을 것인가? 감동과 눈물의 판타지 소설, 잘사라보세의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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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도 무엇도 없는 생라이브 소설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생각나는 대로 내키는 대로 쓰는 소설이므로 앞으로의 예정도 불확실합니다. 그저 재미있다 싶으면 다음 편을 독촉해주세요. 그러면 좀 빨리 다음 편이 올라올 겁니다.

그런 이유로 업로드 주기도 특별히 예정되어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대책 없이 뭔가 써보는 것도 오래간만이군요. 생각 없이 편하게 쓰는 글이라 뭔가 행복합니다!

이 글을 보신 여러분이 “이건 뭐야?!” 소리를 하시면 참 기쁠 것 같은 Neissy였습니다. 아, 인터넷 연재란 참으로 오랜만이군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