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무술이 자신에게 맞느냐는 건 그 사람의 체형에 따르는 것도 있지만, 성격에 따르는 것도 있을 겁니다. 성향이 저돌적인 사람이 아이키도 같은 무술을 배우려면 힘들 테고, 성향이 평화적인 사람이 쿄쿠진 가라데 같은 무술을 배우려면 힘들겠죠. 그런데 그렇다면, 영춘권은 어떤 무술인가?
음, 사실 이제 1년 좀 넘게 배운 입장에서 영춘권이 이렇다저렇다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일단 제가 배우는 양정파 영춘권에 대해서만 말하면ㅡ 사실 좀 몰아친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배운 것 중 상대의 훅에 대해 그걸 막고 다른 손으로 충권을 날리면서 옆으로 돌아들어가는 V스텝 탄다를 예로 들어본다면, '① 막고 나서 ② 치고 들어간다'가 아니라, '① 일단 치고 들어가면서 ② 다른 손으로는 그래도 상대가 무너지지 않고 훅을 계속 날려올 것을 대비해 보험 삼아 막는다'라는 느낌이니까요. 솔까말 가장 기본이자 자주 쓰게 되는 연환충권도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연타해서 치고 들어가는 기술 아닙니까? 그런 면을 보자면 꽤나 호전적입니다만 그럼에도 자기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전제한 무술임이 '상대의 힘을 정면으로 막지 않고 흘리는 게 기본이며, 한 방으로 쓰러뜨리면 좋지만 안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연타를 퍼붓는다.' 등에서 느껴지죠.
다른 파의 영춘권은 이렇게 공격적인 분위기는 아닌 모양입니다만, 뭐 사람이나 파마다 접근 방식은 다르기 마련이고 그쪽에서 배우지도 않는 이상 그에 대해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배우면 이러니저러니 말해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요.
영춘권이 기본적으로 나의 약함을 전제하고, 상대의 공격을 흘리고 이쪽에 대한 공격가능성을 최대한 봉쇄하면서 들어가는 무술임에도 "방어보다 먼저 공격을 생각하도록" 가르침받는 이유라면, 역시 그거겠죠. 공격보다 먼저 방어를 생각하면 마음이 수세에 몰리고, 수세에 몰린 사람이 공세에 들어선 사람보다 불리해지는 건 자명합니다. 파이트클래스를 할 때도 우선 치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건 방어를 도외시해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격을 하는 중에 상대의 반응을 보며 흘리고 막는 게 의미 있는 것이지, 나는 공격 안 하고 방어를 우선 하다가 틈 만들어 공격하려는 생각으로는 자칫 두들겨맞기 십상이기 때문이겠지요. (아 게다가 파이트클래스면 둘 다 영춘권인데 둘 다 미친듯이 연환충권 칩니다.. ..그 미친듯한 속도를 다 방어하기 진짜 어렵습니다. 연타가 엔간해야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뭐 사부님 가르침이 그렇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저는 아주 좋습니다. 성격 따라 가는 거죠. 네. (...)
글쎄, 저 자신을 평화를 사랑하는 남자라고는 말하고 있습니다만, 돌이켜보면 격투 게임 할 때도 항상 고르는 캐릭터는 꽤나 밀어붙이는 캐릭터였죠. 그래도 무식하게 덩치 큰 캐릭터는 아니고, 적당히 날렵하지만 제법 강한 한 방도 있고 몰아붙이기 시작하면 폭풍같이 몰아붙일 수 있는 그런 캐릭터.. .. .. 어라?
라며 새삼 납득하고 있는 나날입니다. 아 영춘권 최고예요. 제 성격에 딱 맞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