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가수 관련 이야기입니다. 나름 생각하는 것도 있고, 블로그가 너무 무덕化하는 것도 곤란하다 싶기도 해서.
순위에 대해서는,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듯 그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압도적인 퍼센테이지 차이가 난다면 왜 그런 반응을 얻었을까 생각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만 그것이 가수 사이의 우열을 가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하는 바람이죠. 대중에게 외면받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중의 눈치만 보지는 말기를 바랐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상, 나가수에 나와 초연하려면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겁니다. ①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가도 순위가 높거나, ② 순위가 떨어지고 탈락한다 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거나. 그런데 ①은 사실 아무나 되는 게 아니고, ②는 그러려면 애당초 나가수라는 노골적인 시스템에 나올 필요조차 없는 거죠.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처음에 무대를 즐기다가도 점차 무대를 그저 즐기지 못하고 부담과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우리 스타일대로 가겠다고 했던 자우림이 (정확하게는 김윤아가) 지난번에 스트레스로 목디스크 재발로 목에 기브스를 하고 나왔을 때, 이대로 자기 스타일대로 꼿꼿하게 떨어지는 것을 포기하고 나가수에 맞는 스타일로 변화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달까요. 그런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보고 싶지 않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나가수는 '너희는 청중의 기호를 맞춰줘야 사는 존재다!'라는 의식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프로그램입니다. 그것이 대중에게 자기를 드러내고 돈을 받는 사람들에게 있어 현실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좀 슬픕니다. 이 슬픈 마음은 저 자신이 대중에게 글을 팔아야 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래요. 정말 타협하지 않고 자기 색깔을 고수하고 싶은 가수라면, 나가수에 나와서는 안 됩니다. 나가수는 변화를, 타협을 강요합니다. 그렇기에 자우림은 장르가 다른 3가지를 섞어야 했고 조관우는 댄스를 춰야 했죠.
물론 그 곡들의 완성도가 이러니저러니 말할 생각은 아닙니다. 흥겨운 무대였고, 뭔가 보여주는 무대였습니다. 좋았냐고요? 좋았어요. 즐거웠죠. 하지만 그 가수들은 정말 즐거웠을까? 자기 색깔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변화해야만 하는 그들은 즐겁게 노래를 부른 것이었을까?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게 설령 강요된 변화라고 해도 즐길 수 있었기를, 그리고 그 가수 인생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슬프잖아요.
여담. 전 <거위의 꿈> 이래로 인순이가 싫습니다. 노래를 자기 노래인 것처럼 소화하는 건 좋지만, 자기 노래인 것처럼 부르는 건 싫습니다. 글쎄요, 모르는 사람들은 그 노래를 인순이가 부른 것처럼 생각하고, 혹은 "인순이가 다시 알려준 거니까 괜찮지 않아?"하고 묻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전 싫어요. 그 지나친 자기化가 싫습니다. 원곡의 의미를 뒤틀어버리고 원래 그 노래의 의미가 그런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모습 때문에 전 그녀를 좋아할 수 없습니다. 이번 <서른 즈음에>도, 너무나 자기 식으로 바꿔버려, 원곡이 지닌 쓸쓸함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고는 그냥 자기 자신을 회고하는 곡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전혀 좋지 않았습니다. (그 나레이션은 명백한 오버였어요!) 하지만 아무도 인순이의 편곡이 나빴다고는 말하지 않아요. 직원들 회식에 나온 사장님 같은 존재입니다. 무슨 말씀을 하셔도 "하하하 역시 사장님! 멋지셔요!"라고 말해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