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새삼 제대로 된 감상을 할 것 같지는 않으니, 무술이 나오는 만화 중 여태까지 본 것에 대해 간단히 감상합니다. 사적인 견해이므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다르게 느낄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또한, '몇 권까지 나왔다'는 말은 국내 사정입니다. 이하 반말로 서술합니다.


 권법소년: 마츠다 류지 글, 후지와라 요시히데 그림. 전 21권 완결. 내공 팔극권 교범을 미친 듯이 팔리게 한 바로 그 만화. 무술 좋아하는 오덕치고 권법소년 내지 권아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츠다 류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약간의 자기 경험에 무한한 상상력이 부가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 마츠다 류지는 팔극권 영상도 판매했는데, 구한 사람은 보면 알겠지만 ······ 음 이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무튼 만화에서 팔극권은 매우 멋진 무술로 나오며, 가라데나 합기유술 또 홍가권이나 팔괘장 소림권 심의육합권 등의 여러 가지 무술도 제법 멋지게 나온다. 만화 내에서 기술의 각도며 약간의 주의점도 설명하지만 이것은 교과서가 아니며 글을 쓴 마츠다 류지의 팔극권 실력 자체도 그리 훌륭한 것은 아니기에 이걸로 팔극권을 배우다가는 자세 다 망가진다. (물론 내가 그나마 좀 본 것은 오씨개문팔극권이지만 이 만화에서 쓰는 무단 팔극권이라도 이 만화와는 다른 듯하더라) 실제로 진각 잘못하다가 무릎 나갔다는 이야기도 심심치않게 보고됨. 역으로 그런 시도를 하고 싶을 만큼 재미있게는 만들어낸 만화인 것도 사실이긴 하다. 사실 이 만화가 나온 시점에서 이런 현실감을 주는 만화는 거의 없었다. 라고 말하고 보니 지금도 별로 없군.

 격투맨 바키: 이타가키 케이스케 지음. 1부 42권 완결. 2부인 격투왕 바키는 31권 완결. 3부인 한마 바키는 24권까지 나옴. 바키라는 주인공이 이런저런 무술을 다 섭렵하며 지상 최강의 생물인 아버지와 싸울 수 있게 되기 위해 성장해 나가는 만화. 이런저런 무술이라고 말했지만 말 그대로 이런저런 무술이 다 나오고 이런저런 무술가가 다 나옴. 캐릭터 성능으로 보자면 가라데가와 중국무술가에 상당히 힘을 실어주긴 한다. 워낙 뻥이 심한 만화라 누가 봐도 그냥 말이 안 되는데 그 맛에 봄.

 고교철권전 터프: 사루와타리 테츠야 지음. 전 42권 완결. 2부는 32권까지 나옴. 고무술 나다신영류라는 유술계가 기본이 되는 무술을 배운 주인공이 여러 사람들과 싸우거나 시합하는 만화. 바키와 좀 비슷하긴 하지만 이쪽이 그나마 현실성 있다. (라지만 만화에서 현실성을 따져도 곤란한 게 사실이긴 하지) 그라운드기 좋아하는 사람은 재미있게 볼 것 같지만 난 사실 봐도 뭔지 잘 모르겠기도 하다. 작가 자신이 이 만화에 나오는 그라운드기는 현실/시합에 적용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 같긴 한데 기억이 좀 희미함.

 공태랑 나가신다: 1부 59권 완결. 2부인 신 공태랑 나가신다는 29권 완결. 3부인 공태랑 나가신다 L은 8권까지 나왔는데 장기 연재 중단 중 (작가가 아프다 하는데 자세한 정보는 모름). 개그와 에로 테이스트가 강한 만화로, 주인공은 기본 베이스는 가라데지만 다른 여러가지도 섞여 있다. 오래된 만화가 거의 그렇지만 1부의 초반부는 개그풍이 강하며 리얼리티 없는 무술이지만 점차 진행되면서 비교적 현실감 있어진다. 라지만 공태랑이 현실감 있어봐야 공태랑이지 (?). 이 만화에도 중국무술은 강하게 나온다. (심지어 중국무술가인 여월은 공태랑과의 1:1에서 이기기도 한다! 운빨이 좀 있었지만)

 공수도 소공자 코히나타 미노루: 야스시 바바 지음. 41권까지 나왔다. 글러브 없는 맨손으로 안면 풀컨택 허용이라는 룰 (이 룰로 용케도 광대뼈 함몰이나 턱뼈복합골절, 안구 파손 등이 안 일어난다)을 가진 가라데를 배경으로 풀컨택 프로 선수의 시합까지 진출해나간다. 실로 리얼한 기술과 그 적용, 그리고 쌈빡한 인체가 매력적인 만화. 격투기 시합이라는 면에서 말하면 이보다 훌륭한 것 찾기 드물다.

 괴협전: 문정후 지음. 6권까지 나온 후 연재중단. 용비불패 후에 나온 무협 만화인데 남주인공이 두 명으로 한 명이 주술계 한 명이 무술계 (무기사용자계)다. 섬세하고 호쾌한 그림체와 더불어 유머러스한 전개도 섞인 문정후식 무협이라 재미있는데 뭔가의 어른의 사정으로 중단되었다. 현재는 용비불패 외전이 나오고 있고 난 그쪽을 더 좋아하니 별 상관은 없지만..

 꼭두각시 서커스: 후지타 카즈히로 지음. 전 43권 완결. 원래 무술 만화라고 하기는 좀 곤란하지만 작가가 무술 덕후라 무술이 나온 만화. 기본적으로는 자동인형 (=로봇)과 마리오네트 (=조종 실로 조종받는 로봇)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주인공 중 하나인 가토가 쓰는 무술이 형의권이다. 작가는 실제로 형의권을 배웠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확하게 확인하지는 못했고 (일본어 위키를 참조하면 2010년 간행된 유리이카의 '소년 만화의 교리와 실천, 후지타 카즈히로가 <강철의 연금술사>를 읽다'에 뭔가 쓰여있나본데 그 이상 확인은 불가. 일어 구글을 돌다보니 이 사람이 배운 게 하북형의권인가 본데 검색하다 피곤해지기도 해서 여기까지만 확인했다), 어쨌든 만화 속에서 형의권은 무지하게 멋지게 나온다. 사실 별로 흥미없이 보다가 가토 때문에 결국 다 사버리게 된 만화. 만화 자체의 재미도 제법인데 A라는 사건이 있으면 거기에 B라는 새로운 의미와 반전을 추가하고 알고 보니 그게 사실은 C였고 D였고 등등을 반복하다 말미에 가서 Z라며 수습하는 능력이 훌륭하다. 아무튼 대류.. 폭룡가토가 최고다.

 라이벌: 시바야마 카오루 지음. 전 14권 완결. 여자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여자 때문에 복싱하는 만화. 복싱이 좀 나오긴 하지만 복싱보다는 러브코미디라는 인상. 액션 기대하고 보면 약간 실망이겠지만 러브코미디에 액션도 좀 들어간 것 보고 싶으면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링 위의 히어로: 쿠스모토 테츠 지음. 전 19권 완결. 원래 왕따인 주인공이 복싱을 배우며 변화하는 만화. 주인공이 멘토로 삼는 리젠트머리 형님이 있는 것도 그렇고 실로 더파이팅류지만, 주인공의 주먹이 작아서 찌르는 듯한 펀치가 나오며 그로 인해 면도날 펀치를 주무기로 삼는 등의 이야기는 제법 재미있다.

 더 파이팅: 모리카와 죠지 지음. 96권까지 나옴. 복싱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그 만화. 원래 왕따였던 일보가 인파이터로 점점 성장해간다. 초기에는 비교적 리얼한 맛이 있었으나 어느샌가부터 위력/속도/맷집/체격 면에서 리얼함을 포기했고, 그 반동으로 액션의 박력 하나만큼은 액션 만화 중 최강급으로 올라섰다.

 무한의 주인: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27권까지 나옴. 상처가 수복되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과 함께하는 시대극. 주인공이 기본적으로 쓰는 건 검이지만 그 외의 온갖 무기도 쓰며, 적들도 매력적으로 이형적이면서도 시대적인 인물들이 많아 (좀 잔인하지만) 보는 재미가 있다. 무술적인 재미라기보단 액션적인 재미이지만, 아무튼 이것도 무술이라면 무술이니까. (...)

 바람의 검심: 노부히로 와츠키 지음. 원판 기준 전 28권, 완전판 기준 전 22권 완결. 불살의 맹세를 바탕으로 역날검을 차고다니는 검객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시대극. 액션 만화다 보니 여러 타입의 적이 나온다. 권법에 대해서라면 영 아니지만 (...) 검술은 (상당히 만화적임에도) 나름 보는 재미가 있다. (더불어 작가는 실제로 검도를 배운 적이 있다) 확실한 소년 만화지만, 불살의 맹세를 바탕으로 싸워 나가는 주인공에서 나오는 드라마란 매력적인 것이기에 여자들도 꽤 좋아했다.

 배가본드: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33권까지 나옴. 일본의 검성 미야모토 무사시를 그리는 만화. 리얼한 칼부림을 좋아한다면 이 만화는 필견. 사실 배가본드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지만. 슬램덩크 2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딱히 나올 거 같지도 않고 배가본드나 어여 진행해 줬으면 싶다.

 베리타스: 윤준식 글 김동훈 그림. 전 10권 완결. 국내 사정상 완결난 티가 나는데, 1부 완결이라지만 2부가 나올지는 작가도 모를 것 같다. 무술을 베이스로 거기에 위력을 얹는 식으로 현대무협을 구현했으며, 그림체도 훌륭해 (코히나타 미노루가 좀 생각나는 면이 있긴 한데 그림체가 좀 더 부드럽달까)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만화였다. 2부 나와주면 좋겠지만 과연 어떨지.

 사상최강의 제자 켄이치: 마츠에나 슌 지음. 41권까지 나옴. 무술오덕의, 무술오덕에 의한, 무술오덕을 위한 만화. 온갖 종류의 무술이 다 나오고 온갖 종류의 액션과 기법이 다 등장한다. 적당히 어디서 그럴싸한 모션만 빌어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적용하는 방법이 제법 제대로라 더 즐겁다. 사부 등으로 나오는 달인급의 수준은 말 그대로 무협이지만, 제자급으로 통칭되는 일반 무술가들의 수준은 실제 인간이 가능한 능력보다 조금 (?) 더 플러스되는 수준. (덤으로, <싸워라, 양산박! 사상 최강의 제자>는 이 만화의 전신으로 5권 완결. 미묘하게 설정이 다르다. 국내 출판되었지만 구하기 쉽지는 않을 듯. 나는 중고 서점에서 구했지만)

 소용돌이: 문정후 지음. 전 6권 완결. 살막의 고수였던 주인공이 살막으로부터 나와 벌어지는 이야기. 그가 쫓는 무언가와 그를 쫓는 누군가. 惡과 슬픔이 있다. 이 만화의 무술 자체는 대단한 임팩트가 없었지만 그래도 문정후 만화라 재미는 있다.

 야뇌 백동수: 이재헌 글, 홍기우 그림. 6권까지 나옴. 영조 때를 배경으로 실존인물인 백동수를 주인공으로 가상 역사를 그려나가는 만화. 드라마 때문에라도 지금은 아는 사람이 많을 듯. 여기에 나오는 무술은 무예24기인데 실제로 당시 군무술이었다. 작가가 무예24기를 배우고 있으므로 고증 면에서는 탁월하다 할 수 있.. 긴 한데 무예24기 자체가 전승이 끊긴 후 무예도보통지를 기본으로 복원한 것이므로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존재한다. (사실 그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있지만, 뭐 난 그런 시도는 좋다고 생각한다) 만화 자체는 재미있음. 그림체도 좋고 액션도 꽤 박력있고. 이런 만화도 안 팔리면 국내 만화계가 진짜 암울하긴 한 거다.

 열혈강호: 전극진 글, 양재현 그림. 55권까지 나옴. 국내에서 무협 만화라 하면 대표격인 만화다. 무술에 천재지만 무술을 배우기 싫어한 주인공이 여주인공 만나 엮여버린 만화의 연애 패턴 A를 시작으로 전개되는 만화. 무술적 표현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일단 스토리가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므로 무협 만화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국내 대표급 만화긴 한데 요즘 시장 문제로 이것조차도 잘 안 팔리고 있다고 한다.

 용비불패: 문정후 지음. 원작기준 전 23권, 애장판기준 전 15권 완결. 2부격인 용비불패 외전은 7권까지 나옴. 개인적으로 무협 중에선 가장 좋아하는데, 주인공의 기본 무술이 창술을 변형시킨 봉술인데 이 봉술 표현력이 끝내준다. 만화에서 봉술 보면서 멋지다고 감탄한 건 이 만화가 처음이었음. 무협이니만큼 온갖 종류의 무술이 다 나오는데 그것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쿵후보이 친미: 마에카와 타케시 지음. 전 35권 완결. 2부격인 신 쿵후보이 친미는 전 20권 완결. 3부격인 쿵후보이 친미 LEGEND는 11권까지 나옴. (그 외 쿵후보이 친미 외전이 있는데 이건 3권까지 나옴) 아는 사람은 알 다 그 만화로, 용소자나 용소야의 오리지날이 된 만화라 하면 다이나믹·콩콩 코믹스를 아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을 듯. 대림사 무술을 배운 친미라는 주인공이 이런저런 일에 휘말리고 권법가들과 싸우는 이야기인데 1부 초기에는 말도 안 되는 기술이 난무했으나 1부 후기로 가면 비교적 리얼해지고, 요즘은 이제 기본은 리얼한 무술 + 필살기급의 언리얼한 기술이 섞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덧붙여 친미의 기본 자세는 이소룡 포즈에, '뛰어들며 사이드킥'도 종종 보인다.

 천랑열전: 박성우 지음. 원작기준 전 13권, 애장판기준 전 10권 완결. (창작된) 고구려무술 사신무를 익힌 주인공이 역모죄 때문에 중국으로 도망가고 거기에서 무협을 펼친다. 기본적으로 깔끔한 그림체에 액션도 꽤 볼만하다. 실제로 쓸 수 있을 법한 무술은 아니나, 사신무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타로: 후지히코 호노소 지음. 전 24권 완결. 일과 복싱 양쪽을 하느라 죽을 맛인 직장인 복서를 실로 멋지게 그려낸 복싱 만화의 명작. 복싱 · 일상생활 · 연애 · 라이벌 등 모든 요소가 훌륭하게 그려져 있다. 복싱 자체도 재미있는데, 인간의 '삶' 자체도 꽤 심도 있게 그려낸 좋은 만화다. 진실된 마음을 말해달라며 따귀를 때려대는 애인에게 "사랑한다"고 계속 말하다 "왜 진심으로 대해 주지 않는 거"냐는 절규에 결국 "사랑하지··· 않아"라 답하고 서로 눈물 흘리며 부둥켜안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한자의 공수도: 사도가와 준 지음. 5권까지 나옴. 원래 양아치였으나 그 길이 헛되다고 생각함 + 가라데 하는 여자한테 반했다는 이유로 정통파 가라데의 길로 접어든 주인공의 이야기. 임팩트나 위력, 연출 등에서 만화적인 과장이 있으나 기본은 리얼계인 가라데 만화다. 무술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만화일 듯.

 허리케인 죠: 타카모리 아사오 글, 치바 테츠야 그림. 전 20권 완결. "하얗게 불태웠어"로 유명한 바로 그 권투 만화. 밑바닥 부랑자 인생인 죠가 권투를 (이라기보다 단뻬이를) 만나며 변화하고 싸워나간다. 중시되는 것 자체는 액션보다는 사실 스토리와 거기에서 우러나오는 드라마지만. 권투 혹은 액션을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 한번쯤 볼만한 명작이라 생각한다.

 홀리랜드: 모리 코지 지음. 전 18권 완결. 원래 왕따가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권투의 기본 원투를 독학으로 습득한 후 밤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기술을 발전시키고 또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만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 있으며, 깨끗하지 않은 뒷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만화이기도 하다. 소위 후환에 대해 이 정도까지 접근하는 만화는 사실 흔치 않다. 싸움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하는 좋은 만화이기는 한데, 이거 때문에 무술을 독학으로도 할 수 있구나! 라는 허황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생겨나서 좀 안 좋은 부분도 있다. (주인공 유우가 독학한 것은 원투뿐이며 다른 나머지는 뭔가 배운 사람들에게 교정받아가며 향상된 면이 크긴 하지만, 그 원투를 독학으로 습득하는 것조차도 사실 쉽지 않으며 권장할 만한 일도 아니다. 만화에서 작가 자신도 체육관에 가서 배우는 게 좋다고 써놓긴 했지만)


 ······가볍게 쓰려 했는데도 쓰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넘었고 슬슬 피곤해져서 일단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나중에 뭐 또 있으면 Part II를 써보든지 어떻게 하든지. 그렇게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써도 써도 뭔가 또 나오는 것이냐······.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