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 일치감치 일어나 개금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시장에 볼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시장에 있는 곳에 볼일이 있었죠. 그곳인즉슨
보이는 이곳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있는 곳,
개금밀면입니다.
밀면이라면 여기라길래 부산 간 김에 먹어보자 싶었어요.
일치감치 갔기 때문에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적당한 가격? 물론 전 大 시켰습니다.
맛있즉슨 적당히 개운하고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확실히 좀 밀 맛이 나는 면도 찰지고 (...) 맛났고요.
식사를 마치고, 부산 간 김에 가볼까 싶던 곳으로 또 이동합니다.
이런 동상이 서 있는 그곳,
보스턴.. ..이 아니라 보수동 책방골목입니다.
보수동 (寶水洞) 유래비입니다.
책방골목 초입.
사실 뭐 풍경 자체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책방골목이란 느낌인데, 이런 델 가본 지 워낙 오래돼서 또 좋았습니다.
다니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요. 정주영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가 보이는군요.
초등학교 때 이 책 꽤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만서도.
책방골목다운 보도블록.
책방골목이 생각보다 아주 크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적당히 돌아보기에는 괜찮았지만요.
LP판이 진열된 곳도 있었습니다. 사도 집에 전축 사라진지 꽤 돼서 들을 일이 없으니 구경만 했습니다.
최신 (...) 지능개발 완구 원더 볼트. 상상력을 발휘하며 갖고 놀기에는 컴퓨터 게임보단 이런 게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더우먼 코믹. 살까말까 망설였지만 원더우먼은 제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서..
은하철도 999며 구판 미스터리 문학이며.. 추억이 새록새록이랄까 아직도 저런 판형 미스터리 소설이 제 방에 몇 권 있습니다.
책장의 미묘한 활용. 저 책 팔리고 나면 허하겠다는 생각이.
이것은 또 옛추억을 되살리는 게임입니다. 중딩시절에 <무인도이야기>가 해보고 싶었지만 그때 제 컴은 286이었고..
지금 와서는 저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은 또 없습지요. 네.
그나저나 RAMPAGE 에이리언의 디자인이 미묘하네요. 저놈은 오크인가 프레데터인가.
뭔가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분도 있는 모양입니다.
슬슬 돌아갈까 하던 시점에 학우서림이라는 곳에 학우들이 모인 게 보여서 찍어봤습니다.
책방골목에 35년 전통의 유일한 빵집이라길래 찍어봤습니다.
하나 사먹어볼까도 했지만 이 때는 슬슬 점심을 먹을 때여서 제대로 점심을 먹으려고 참았지요.
책방골목에서부터 걸어서, 부산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웬 시민대회를 하고 있더군요.
구경하면서 잠깐 찍었습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제 점심을 먹어야 하기도 하고 배가 고프니까 여기에서 왼편으로 계속 쭉 들어갔습니다. 부산의 명물이라면 또 돼지국밥이라길래 그걸 먹을 작정이었죠. 아침에 밀면 점심에 돼지국밥! 부산에 왔다 간 맛을 느끼고 돌아가리라!
해서 본전 돼지국밥집을 찾아갔더니 찾아간 그 때 딱 내부 주방 공사로 인하여 4일간 휴업.
아니 왜 하필 이 시점이었냐!
그래서 열받은 저는 그냥 부산역사 내 버거킹 가서 와퍼 세트나 먹었습니다.
책은 책방골목에 들렀을 때 산 것. 펭귄클래식은 50% 할인받았고, 잡지는 신간이라 약간의 할인만 받았습니다.
그리고 역사에서 책을 좀 읽으며 기다리다가 기차 시간을 맞춰 돌아왔습니다.
차표 자체는 전날 사두었습니다. 당일 사려다간 제대로 시간과 자리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하여, 총 6일간의 제 느긋한 한국 여행이 종료되었습니다. 이것저것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무언가 본다는 것은 꼭 건축물이나 자연을 본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곳저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자의 시점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또한 무언가 얻게 됩니다. 그게 여행을 통해 시야가 넓어진다는 것일 터이고, 이번 여행에서 제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사람들이 이렇게도 살아가고 저렇게도 살아가는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아서 좋은 풍경을 말한다면 순천의 갈대밭이라거나 소매물도 등대섬을 말하겠지만, 무언가 생각하게 해준 좋은 경험 자체를 말하자면 여관의 호객 행위나, 관광객들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것이라거나, 관광객과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 사람들을 본 것이라거나ㅡ '삶' 자체를 생각하게 해준 여러 광경들을 말하겠습니다. 물론 그것들이 꼭 여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냥 자기 생활 속에서는 의외로 익숙하거나 / 자기가 지쳐 있어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 여행은 제게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또 어디로 여행을 갔다올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능하다면 더 많은 곳을 보고 싶네요.
이것으로 2011년 3월의 한국 여행기를 마칩니다. 블로그의 다른 글들도 즐겨주세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