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할 때를 돌이켜보면, 확실히 이젠 좀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헤드기어 특성상 시야가 좁아지는데, 이젠 그렇게 시야가 좁아져도 (제가 심각한 근시인데 안경 벗어서 명확히 안 보이는 것까지 포함해서도) 상대의 움직임을 제법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좁아진 시야 자체는 불편함입니다만 상대도 조건은 같은 데다, 만약 싸울 때 흥분한다면 시야가 좁아지기 쉬운데 그럴 때를 위한 연습도 다소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시야도 넓어졌고, 기술 수준도 처음 할 때보단 나아져서 (파이트클래스를 처음 한 게 3개월 전이고 그 사이에 당연히 기본 기술 수준이 늘었죠) 나름 대응도 하고 기술도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습니다. 좋아요. 발전은 언제나 기분 좋습니다.
사실, 파이트클래스를 할 때가 아니라 평소라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제법 합니다. 이렇게 파고들고 저렇게 파고들고 상대가 이렇게 나오면 요렇게 하고, 샥샥 슥슥 스샤샥. 그런데 이게 이미지에서야 내가 멋지게 파고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해보면 절대로 만만치 않습니다. 왜냐면 상대도 연환충권을 할 줄 알고, 팍다도 하고 탄다도 하고 칸다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할 수 있거든요. (뭐 타무술을 배웠다면 그 무술의 방식으로 대응하겠고요) 그야 멋지게 영화처럼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상대는 가만있나요? 상대가 멋지게 나를 제압하도록 내가 가만있을 리 없는 것만큼이나, 내가 상대를 제압하도록 상대가 가만있지 않으리라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니 별수 없이 나오는 게 (영춘권 특성상) 난타전- 입니다만 그러는 와중에도 점점 자세가 더 잡히고 난타 중에도 팍다나 탄다가 슥슥 나오고 (파이트클래스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가 처음 하면 팍다 탄다가 어디 있어요 그냥 연환충권이지 오라오라오라) 어퍼치고 무릎치고 엎어뜨리고······ 뭐 그런 식으로 하나둘 늘어가며 발전하는 것이죠.
사실 처음부터 잘하면 재미 없어요. 못했지만 점점 잘하게 되고, 이미지대로 안 되던 게 점점 이미지대로 되어가는 맛에 하죠. (하긴 무술의 경우, 영화 보고 상상했던 '이럴 것이다'와 실제로 '어떻게 하는가'가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되면 그 '이미지 잡는 것' 자체도 좀 달라지긴 합니다만)
오늘도 부족한 점이 많은 저였습니다만, 해내려고 하던 것 중 하나가 좀 돼서 기분이 좋습니다. 생각하고 한 게 아니라 몸이 알아서 반응해주어서 기분이 좋았죠. 아직 안 고쳐지는 문제점 몇 가지가 밟히긴 합니다만 그것도 계속 신경 쓰면서 하면 언젠가는 고쳐지겠지요- 제대로 된 자세로 계속 연습하고, 압박 속에서도 그 자세를 유지하도록 수련을 쌓으면요. 글쎄 뭐, 아무튼 전 파이트클래스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니까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