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클래스에 승패는 없습니다. 내가 배운 것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었나? 비슷한 듯하면서도 계속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나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단지 그것만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파이트클래스에서 겨루는 상대가 누구든,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인 셈입니다. 아마도 이게 파이트클래스에서 미친듯이 치고받고도 끝나고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이유일 겁니다.
연환충권이 아니라 자꾸 어깨를 내미는 단타가 되는 것- 그것도 오른쪽을 좀 더 중점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사부님께서 모종의 방법을 사용하셨는데, 효과가 있었고 나아졌습니다. 효과가 있는 것도 좋았지만 사부님께서 나아졌다고 말씀해주셔서 참 기뻤달까요. 글쎄, 아무튼, 안 되던 것이 하나둘 가능해지고, 조금씩이지만 분명히 향상되는 그 맛을 알아버리고 나면 파이트클래스로 생기는 약간의 타박상은 그리 큰 게 아닙니다. 아니 뭐, 쑤시는 건 쑤시는 거지만.
새로운 상대와 겨루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좀 호되게 당하긴 했습니다만, 지금 당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아 그렇다고 이게 딱히 안 배운 상황이면 그냥 넋놓고 당해도 좋다 이런 소리는 절대 아닙니다) 지금 당하는 게 나중에 당황하는 걸 막아줄 겁니다. 더 배우고, 경험을 쌓고, 배운 대로 영춘권 하고, 그게 중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