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할 때, 그걸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그걸 즐기는 일입니다. 즐겁지 않은 것을 억지로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그 무언가를 즐기고 재능이 있어 잘할 수 있어도 그게 언제까지나 끝없이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수준이 올라가고 더 깊이있어지면 반드시 벽에 부딪힙니다. 그 벽은 자신이 여태까지 즐겨왔던 걸 더이상 즐기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고통스럽게 만들고 힘겹게 합니다. 이건 비단 직업으로 삼으려 할 때만이 아니라 취미로 즐기려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두 가지 정도의 길이 제시되죠: 그쯤에서 멈추고 그 수준으로 만족하느냐, 아니면 계속 도전해 벽을 돌파하느냐.
단지 즐기는 것으로 끝나고 싶다면 멈추어도 상관없습니다. 잠시 멈추고 다른 걸 즐겨도 괜찮습니다. 다른 걸 즐기는 사이 자신 자체의 수준이 높아지고, 다시 돌아오면 예전보다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겠죠. 하나만 보고 지나치게 초조해져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보다는 이게 낫습니다. 하긴 이건 멈춘다기보다는 잠깐 휴식하고 여유를 갖는 것이고, 엄밀한 의미에서 멈춘다고 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해요. 그 멈춘다는 게 얼마나 오래 멈추게 될지, 잠깐 휴식일지 오랫동안의 도피일지에 대해서요. 여유를 가진 것일 수도 있지만 단지 어려워서 도망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어려워도 계속 나아가는 게 필요합니다. 진전이 없는 듯해도, 발전하지 않는 듯해도, 거대한 벽으로 가로막혀 갈 길이 보이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론 이게 재능이 그 이상 없는데 그냥 미련을 가지는 것이었다면 문제일 수 있고 사실 이게 많은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을 힘겹게 하는 원인이긴 합니다만, 때로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다는 것 그 자체가 '무언가 쌓아온 것 중 하나'가 되어줍니다. 그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올라가기 힘든 계단을 뒤에서 밀어 올려주는 힘이 되어줍니다. 무언가를 즐기는 자세로 하는 게 무언가를 잘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인 건 사실이지만 단지 즐기는 것만으로 고수준이 될 수는 없어요. 그 어떤 분야라도 고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부분과 계속해 맞닥뜨려야만 합니다. 당신이 무언가 하고 있을 때, 그게 그저 즐겁기만 하다면 그건 그에 대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그게 힘겹고 어렵고 포기하고 싶다면, 오히려 그걸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즐기라고 있는 게임조차도, 그걸 잘하고 싶다면 단지 그걸 즐기는 마음만으로는 고수준에 이를 수 없어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노력하는 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뭔가 잘하려면 즐겨야 한다는 말은, 그 어려움이 닥칠 때 애당초 그걸 즐거워하는 마음이 없다면 버텨낼 수 없다는 소리지 그냥 즐기기만 하면 잘할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어떤 분야의 대가를 존경한다면 바로 그것 때문이죠. 그들이 가진 재능만이 아니라, 그 재능이 빛나도록 갈고 닦았을 노력을 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가 칼같이 정확한 악기 연주를 하는 데서 감동할 사람은 없지만, 사람이 칼 같은 연주를 할 때 감동할 사람은 많겠지요. 그런 수준까지 이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을까요. 그걸 단지 재능이나 즐거움만으로 이룰 수는 없습니다.
······뭐, 저도 이런 글 쓰면서 저 스스로 다잡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