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주 됐는데, 제 다니는 도장 카페에 사부님께서 건강!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셨습니다. 내용인즉슨 매일 조금씩 운동하면 건강할 수 있고, 바빠서 도장에서 운동 못 해도 집에서 소념두나 기본 동작 · 가벼운 운동을 하라는 것이었죠. 다시 또 마음을 다잡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영춘권은 대인수련을 (치사오가 아니더라도) 중시하는 무술이라 집에서 혼자 수련하기 어렵지만, 소념두 등의 투로나 기본 기술 등은 얼마든지 집에서 할 수 있죠.
(라고 말한다고 응? 독학해도 된다고? 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길 바랍니다. 모든 무술이 마찬가집니다만 동작 잡아줄 사람 없이 혼자 하면 그냥 자기식대로 하는 거지 그 동작의 의미와 정확한 자세를 안다고 결코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영춘권처럼 근거리에서 상대 힘을 흘리는 무술인 경우 독학은 독입니다)
집에서도 해야 한다고 사부님께선 종종 말씀하시고는 합니다─ 실제로 집에서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는 않지만요. 그러나 매일 도장 나가는 것이 아닌 이상, 집에서 조금씩이라도 해야 좋을 것임은 당연하죠. 도장에서 흔히 하는 충권 천 번 치기 같은 것도 집에서 해두면 좋다고 말씀하셨고, 소념두도 초반 3세션을 느리게 해서 영춘권 나름의 내공 기르기를 하는 것이 있는데 이걸 도장에서 하기엔 시간이 걸려 힘드니 집에서 하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고, 그 외 기타 이런저런 것들도 가르치시는 중에, 종종 집에서도 해야 한다고 하시죠.
그래서 그런 것도 추가하다 보니 집에서 할 게 점점 늘어났다······는 건 뭐 개인 사정입니다만, 특히나 제 경우엔, 도장에서 동작을 익히려 하면 시간이 너무 부족하기에 집에서도 해야만 했던 게 필연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혼자서 하다 보면 조금씩 이상하게 잡히는 것도 있는데 (전 최근에도 연환충권 시 문제점을 지적받았어요! 그새 또 잘못된 게 생겼더만요) 그건 도장에 나갈 때 또 지적받고 새로 교정하면 되니까요.
그건 그렇다 치고 건강, 음, 네, 건강 이야기였죠. 제 기본적인 생활 패턴은 그다지 건강하기 어렵습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고, 밤에 일하죠. 낮에 하면 안 될 게 뭐냐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만, 이게 또 글과 관련된 작업이란 게 낮에는 잘 안 되더군요. (감성과 별로 관계없을 것 같은, 단순한 글 교정 작업조차 그래요) 하여 사실 감기 같은 것에 걸리기 좀 쉽달까 그러한데, 확실히 영춘권을 배우면서부터 감기에 걸려도 별로 심하지 않게 걸리고, 어디 다녀도 체력적으로 나아진 걸 느낍니다. 그렇게 말하면 제 부모님은 "그렇게 하는데 당연하지"라고 하십니다만, 음, 이렇게 하면 당연한 걸까요, 그럴 것 같기도 합니다. 도장 안 가는 날 집에서 하면 집에서 하는 수련도 2시간 정도 걸리니까요. 2시간이라지만 아시는 분은 다 아실 겁니다. 정말 기본적인 것 조금씩만 해도 2시간 정도는 후딱 간다는 거요.
체력적인 면 외에도, 영춘권은 생각 외로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기본이 되는 이자겸양마 자세부터가 몸 밸런스를 좋게 만들어주더군요. 척추를 바로 세우고, 꼬리뼈를 잡고, 견갑을 풀고, 고관절을 원활하게 해줍니다. (무릎을 조이지만, 조이는 건 허벅지지 종아리가 아닙니다. 이 미묘한 차이) 영춘권의 거의 모든 동작은 좌우 번갈아 행하기 때문에 골격적으로 한쪽으로만 치우쳐 기울 일도 없죠. 전에도 책 감상에서 언급했습니다만 전 간단한 추나요법을 배웠는데, 제 몸은 그런 걸 받지 않아도 이미 잡을 데가 거의 없더군요. 특히 척추 상태는 아주 좋았습니다. 꽤나 오랜 기간 의자에 앉아 있는데도 말이죠. 사실 추나요법적 측면에서도, 추나요법 자체는 일시적으로 바로잡는 것뿐, 이후 (뼈를 잡기 위한) 지속적인 운동이 계속되지 않으면 몸은 평상시 자세가 주는 부하 때문에 결국 다시 틀어집니다. 그 점에서 본다면 영춘권이 건강에 주는 긍정적 효과가 지대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영춘권을 배운 건 그 실전적 효과를 의심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흔히 하는 이야기로 이소룡이 처음 본격적으로 배운 게 영춘권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영춘권을 버렸든 어쨌든, 3분이나 걸리도록 싸움을 끝내지 못해 회의가 들기 전까지 그걸 (그 싸움 좋아했던 이소룡이) 유효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도 전 그 효과를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영춘권이 그다지 꼭 전통에 얽매여 변화하지 않는 무술인 것도 아니고요), 어차피 건강을 위해서라도 뭔가 운동은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합니다. 꾸준히 열심히,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갈지 알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계속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