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엇이든 그렇습니다만, 무언가를 할 때 그에 대해 말이 많은 시기는 대개 ① 그것에 대해 알아보고 있거나, ② 그것을 이제 막 배워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될 때입니다. 신기한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아서 주위에 이 놀라움을 전파하고 싶어지죠. 하지만 시간이 좀 흘러, 이제 그것들이 더 신기하지 않게 되고 그저 꾸준히 해나가고 있을 따름이 되면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이게 인터넷에 고급 정보보다는 초급 정보를 떠드는 사람이 훨씬 많은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딱 그 즈음이 뭔가 많이 말하고 싶을 때거든요. 내가 아는 걸 알리고 싶고, 뭔가 사람들이 모르는 걸 말하고 싶고.

 그 점에서 보자면 저는 글쎄요, 영춘권에 대해서라면 이제 초급이라 말하긴 좀 뭣합니다만, 중급이라 말하기도 좀 어렵네요. 중급을 향해 가고 있는 정도라고 해야 하려나. 그래도 저도 이것저것 다 신기할 때는 지나치긴 한 것 같네요.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에서 영춘권 자료 찾고 보법이니 치사오 자료 같은 거 보고 (그때는 동영상 사이즈도 360x240 막 이랬죠) 오호 이게 영춘권인가? 치사오라니 이런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거래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제가 그 치사오를 하고 있네요. 새삼 뿌듯합니다.

 사실 이제 도장에서 사제들을 보면 자세가 이상하다거나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게 제법 보여요. 하지만 특별한 경우 (이를테면 어쩌다 같이 대인수련을 하게 돼서 조언 한두 마디 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아니면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가르치는 건 사부님의 일이고, 때가 되면 사부님이 고칠 것이기 때문이죠. 제가 이러니저러니 하다가 괜히 (제가 뭔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잘못된 걸 가르칠 수도 있고, 아직 그걸 받아들일 수준이 안 됐는데 이렇게저렇게 말한다고 고쳐지지도 않아요. 본인이 수련하면서 어느 수준이 되었을 때 이제 저걸 고칠 수 있는 거죠. 저 자신도 그렇게 배워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배울 겁니다.

 아 물론 수련생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배우려 하고 하나라도 더 고치려 하고 하나라도 더 물어보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형 입장에서도 그런 사제가 더 좋은데 사부님 입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지 싶습니다. (근데 전 그다지 자주 물어보지는 않는 제자 축에 속하는군요. 당장 가르쳐주시는 거 소화하기만도 벅차서요. 엉엉)

2.

 무언가에 관심이 있기는 쉽지만, 그걸 꾸준히 계속 하기는 뜻밖에 어렵습니다. 돈, 시간, 아니면 기타 어떤 이유로든 하다가 그만두는 일이 생기게 되고, 일단 한번 그만두게 되면 다시 하기는 쉽지 않아요. 다른 할 일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고, 그걸 해야 할 어떤 절실한 이유가 있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옛날에 했었던 어떤 것이 된 채 끝나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같이 하는 사람들은 항상 소중합니다. 계속 볼 수 있고 계속 같이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죠. 반농담 삼아 하는 말입니다만, 그만두게 되는 고비는 다음과 같은 주기로 찾아옵니다: 하루, 사흘, 1주, 한 달, 세 달, 반년, 1년, 그리고 계속해서. 처음에는 그냥 하면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게 사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거든요.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데다 처음 상상했던 것처럼 멋있는 기술 팍팍 쓸 수 있지도 않고, 살다보면 또 이런 일 저런 일 생기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하나둘 그만두는 걸 (물론 누구나 '잠깐' 그만둔다고 말하지만, 그게 정말로 '잠깐'인 사람은 극소수죠. 저도 알고 여러분도 알고 다들 압니다······) 보다 보면- 같이 하는 사람이 더 소중해집니다. 우어 낯간지러! 스러워서 얼굴 대고는 하기 어려운 이야깁니다만. (...)

 무술 하다 보면 사람이 소중한 것도 알게 됩니다. 진짜예요. 아니 적어도 전 그렇습니다. (난 아닌데? 라는 소리를 언제나 경계해야 하는 이 인터넷의 피곤함을 보라. 여긴 정말 피곤한 동네입니다 그런데 난 왜 여기서 놀고 있을까 난 망했어 하하하하하)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