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비슷한 글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무술을 전혀 배워보지 않은 사람의 경우 이런 질문들이 많은데, 어떤 무술을 해야 하는가? 어디로 가야 좋은가? 하는 것들이 많죠. 저더러 물어보면 전 영춘권을 배우고 있으며 영춘권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당연히 영춘권을 추천합니다만, 다른 무술도 다른 무술대로 훌륭한 기술과 전법이 있으며 얼마든지 잘 배우고 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무술이라고 좋지 않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사람마다 자기 취향이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오늘 글은, 배울 무술을 선택하고, 그걸 계속해 가는 것에 대해 제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참고가 되실 분도 있고 아닐 분도 있으시겠지만, 아무튼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하네요.


1. 무엇을 배울까

 뭔가 배우고 싶은 게 생겼다면, 무엇보다도 그걸 배우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의욕의 문제인데요, 어차피 자기가 배우고 싶은 걸 배워야 열심히 할 수 있는 만큼, 당연히 자기가 배우고 싶은 걸 배우는 게 가장 우선입니다. 아무리 도장의 환경이 좋고 회비도 싸고 가르침이 좋아도, 자기가 별로 안 땡기는 걸 가서 배울 순 없는 노릇이죠. 극단적으로 말해, 의욕이 있다면 도장과의 거리가 수 시간 이상급으로 멀고 회비도 몇십만이라도 나갈 수 있지만, 의욕이 없다면 집안에서 가족이 공짜로 가르쳐준다고 해도 안 배웁니다. 안 배운다고 생활에 지장에 생기는 게 아니니까,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러나 배우고 싶은 건 있지만, 사실상 자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멀거나 혹은 비싸서 배울 수 없다면? 별수 없습니다. 자기가 갈 수 있을 만한 지역에 도장이 생기길 기다리거나, 그걸 배울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어야죠. 아니면 차선책으로, 그래도 조금 비슷한 느낌의 다른 무술을 배울 수도 있겠죠. 다만 이 경우는 역시 '차선책'이 되는 만큼, ─그 무술 자체는 '차선'이 아닙니다만 배우고 싶은 무술을 못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차선'이 될 수밖에 없죠─ 의욕이 아무래도 떨어져서 문제가 생길 여지는 존재합니다.

 배우고 싶은 무술은 딱히 없지만, 뭔가 하나쯤 배워야겠다! 라고 생각해서 무술을 배우고 싶다면? 주위에 무술을 좀 아는 사람에게 추천받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대개 그 사람의 체격이나 성향을 좀 고려해서 추천해줄 테니까요), 가능하다면 집 근처에 있는 무술을 배우는 게 베스트입니다. '응? 처음에는 아무리 멀어도 배우고 싶은 거 배우라더니?' 그건 배우고 싶은 게 이미 확실하게 있는 사람의 경우입니다. 그게 없으면야 가까운 게 최고죠. 비가 오고 눈이 와도 가까우니까 훨씬 덜 귀찮고, 이런저런 핑계 댈 거리가 줄어드니까요.

 다만 셋 중 어떤 경우라도, 배우려는 그 무술이 사이비는 아닌지 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훨씬 사이비가 많거든요. 인터넷에서 그 무술에 대해 검색해보면 대개 이런저런 말들이 있을 거고, 그걸 기초로 어느 정도 정보를 얻어둘 필요는 있습니다. 돈과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데 배운 게 사이비라면 속상하잖아요. (아, 여담인데 일단 영춘권의 경우는.. 계보 제대로 안 밝히면 우선 의심부터 하세요. 제대로 깊이 있는 영춘권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요즘 영춘권 인기가 올라간 참이라 이 인기를 이용하려는 경우도 있고 해서..)


2. 어떤 도장?

 배우고 싶은 무술의 종류를 정했어도, 그 무술을 가르쳐주는 도장이 전국에 한 곳뿐인 경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제가 다니는 영춘권만 해도 서울에 몇 종류가 있죠. 제가 다니는 양정파도 있고, 양상파도 있고, 완캄릉계도 있고, (배우신 분이 홍가권 전문이시라 별로 영춘권 가르쳐주시는 쪽은 아닌 듯하지만) 노문금계도 있고, 최근에 서상전계도 한 분 들어왔다는데 이쪽은 잘은 모르겠군요. 아무튼 이런 식으로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러면 그 중 어떤 곳으로 갈 것인가?

 여기서 이제 그 중 어떤 곳이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가를 봐야죠. 이왕이면 가까운 게 좋습니다. 그리고 수련비는 어떻게 책정되는가, 내가 적절히 감당할 만한가를 봐야겠고요. 사실 이 두 가지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분명히 민감한 요소이니까,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스스로 충분히 고려하시겠지 싶군요.

 수련비의 경우 인터넷에 분명히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사실 좀 애매한 부분입니다만, 기본적으로 무술 도장은 수련비를 가지고 이러니저러니 인터넷상에서 떠드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설령 실질적으로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려졌다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일단 와서 보고, 그 수련비를 낼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보고 난 후에 말하더라도 말하라는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전화 한 번만 해도 수련비가 얼마인지는 알 수 있는데, 뭔가 무술을 배우려는데 적어도 전화 정도는 하는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그리고 전화도 좋습니다만, 무엇보다 일단 한 번쯤 참관을 하는 게 좋습니다. 한 번 가서 분위기도 보고, 어떤 기술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적용하도록 하는지 봐야겠죠. 같은 무술이라도 도장마다 분위기가 다를 수 있는 법이고, 내가 그 분위기에 잘 들어갈 수 있을지 신중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들면? 등록하는 거죠. 제 경우는 전화 한 번 해서 수련비도 알아보고 도장 참관해도 괜찮은지 확인한 후, 가서 좀 해보고 (저 땐 아직 무료체험이라고, 단지 참관만이 아니라 하루 정도 맛보기로 기초도 같이 수련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바로 등록한 케이스였죠.


3. 즐겁게 계속해 나가려면

 선택할 땐 신중하게 해야 하지만, 일단 선택한 후에는 다른 데로 눈을 돌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다른 데선 이렇게 하고 저기에선 저렇게 하고, 물론 그건 그것대로 나쁜 건 아닙니다만 지금 배우고 있는 게 있다면 우선 거기에 집중해야지요. '난 이제 이것만 배운다! 다른 무술은 없어!' ..라고도 좀 생각하는 게 좋을 겁니다. 물론 막상 배우다 보면 정말 '이건 나랑 안 맞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그러면 별수 없는 것입니다만, 사실, 하다 보면 몸이 거기에 맞게 변하거든요. 그 무술에 맞는 몸이 아니었더라도 점점 그렇게 변해갈 거고, 점차 그 무술이 더 자연스러워질 겁니다.

 아마 생각보다 힘들 겁니다. 원래 뭐든 제대로 배우려면 힘듭니다. 전혀 힘들지 않고 편하기만 하다면, 오히려 뭔가 설렁설렁 잘못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힘은 힘대로 들고 별로 향상은 없는 것 같더라도, 꾸준하고 진득하게 하다 보면 분명히 향상이 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향상은 언제 어디서건 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하루하루 비슷한 것들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예전보다 분명하게 실력이 올라 있는 것이죠. 그건 비단 무술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영역에서도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같이 배우는 사람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저같이 중국무술을 배우면 아예 말 그대로 사형제인데, 이건 단지 호칭만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죠. 비록 현대에 들어와 예전처럼 정말 유사-가족 같은 관계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남'이 아니라는 겁니다. 남과 가족의 차이는? 사실 가족이라고 자연스럽게 맘에 들지 않습니다. 남이 될 수 없기에 친해지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더 하게 되어 있고, 그러면서 가족이 되는 것이죠. 단지 피만 이어졌다고 친밀감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이와 같이, 가족이라 생각하고 친해지고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함께 수련하면, 도장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4. 그러니까 말하자면

 배우고 싶은, 성향에 맞는 거 배우고, 돈이나 시간상 감당할 만한 거 배우고, 일단 뭐 하나 배우기로 골랐으면 다른 데 눈 돌리지 말고 꾸준히 파고, 같이 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하면 좋다는 이야깁니다. (마무리 이 친절한 요약을 보세요. 오오 나는야 방문객 카인들리한 사나이)

 즐거우려고 배우는 것이니, 즐겁게 해얍지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