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Snow White And The Huntsman, 2012)
감독: 루퍼트 샌더스
출연: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 헴스워스
지난 5일에 보고 왔습니다. 썰을 풀라치면 이것저것 있습니다만, 사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별다른 데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죠: 혹시 샤를리즈 테론이 예쁘다고 생각하시나요? /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예쁘다고 생각하시나요? / 크리스 헴스워스가 멋지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보러 가세요! 그들이 예쁘고 멋지게 나옵니다!
이렇게만 쓰면 좀 성의 없겠군요. 굳이 말하면 이 영화의 양대 대립각은 샤를리즈 테론의 이블 퀸과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스노우 화이트입니다. 제목에 앤 더 헌츠맨..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만 조금 더 작은 폰트로 써놓고 그냥 곁다리처럼 여겨지게 해도 아마 별 상관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실제로 뭔가 굉장한 걸 해내는 건 아닙니다. 아니 물론 나름대로 충분히 보디가드 역도 하고, 마지막 각성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니까 주연이라 불릴 자격은 충분해요. 그래도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저 이블 퀸과 스노우 화이트의 대립에 곁다리로 끼어들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죠. 뭐 애당초 원작에도 사냥꾼은 곁다리였으니까 별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영화의 여성들─ 이블 퀸과 스노우 화이트는 매우 주도적인 여성입니다. 자기 운명을 자기가 개척하고, 실제로 최종 보스 & 용사로 마지막 액션신을 장식하죠. 단지 비주얼적이거나, 이념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액션에서조차 말예요. 사실 막판에 명연설을 하더니 갑옷 입고 출격하는 스노우 화이트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냅니다만 (무려 갑옷이여! 그런데 겁내 잘 움직이네?! 대체 언제 전투 훈련을 받은 거냐!), 까놓고 말해 초반부 감옥 탈출신부터 애당초, 아이에서 어른이 될 때까지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치고는 체력도 운동신경도 지나치게 좋아서 참으로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던 겁니다. 이런 영화를 볼 때는 원래 따지지 않는 게 좋아요. 애당초 시나리오 완성도를 보러 간 건 아니었으니까요. 액션 적당히 볼만하고 배우들 예쁘고/멋지고, CG 적당히 퀄리티 좋아서 볼만하면 괜찮은 것 아니겠습니까?
이블 퀸의 과거라거나, 젊고 이뻐서 자기 자리 위협할만한 애에 대한 위협을 느끼는 부분이라거나 하는 건 좀 와 닿게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오는 캐릭터는 이블 퀸입니다. 그게 딱히 소름 돋게 표현됐다거나 여태까지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라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역시 가장 임팩트가 강했죠. 그에 비해 스노우 화이트는 아무래도 좀.. 겪어 온 아수라장의 수가 다르달까, 이블 퀸의 포스에 대항할 만큼 강인하게 여겨지지는 못하는 게 아쉬웠습니다만. 헌츠맨은 사실 얼굴마담 (응?)이었고요. 전체적으로 다른 캐릭터들도 이블 퀸만큼 임팩트를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문제의 요는, 이 영화가 삼부작 예정 (!)이라는 데 있습니다. 집에 와서 정보 좀 알아보고야 삼부작인 걸 알았는데 (어쩐지 로맨스 진행이 여지를 남기더라니), 저는 이 영화가 그냥 적당히 보기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만 삼부작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져요. 위에서 말하는 약간의 아쉬움들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음 뭐, 괜찮은데? 배우들 멋져! 한 번쯤 봐도 괜찮아!' 정도의 감상이 나오는데, 그 정도로는 안 돼요. '짱! 꼭봐라 두번봐라!' 정도의 감상이 나와야 삼부작으로 쫙 갈 수 있는 겁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그랬고 <반지의 제왕>이 그랬죠. 처음 편을 보고 '이건 진짜 다음 편 보고 싶다!' 해야 하는데,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글쎄요, 시나리오로 소름 끼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액션은 적당히 볼만하지만 뭐 엄청나게 색다른 게 있는 건 아니고, CG도 잘 뽑긴 했지만 요즘은 그런 영화 워낙 많고, 그러면 이 영화만이 가질 만한 특이성은 캐릭터인데.. 물론 배우들은 나쁘지 않고 나름 열연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위 문단에서도 말했듯 이블 퀸 말고 다른 두 캐릭터는 인상이 약해요.
스노우 화이트는 잔다르크형 캐릭터라고 하겠습니다만 그녀의 인생 여정상 그런 캐릭터가 나올 당위성이 너무 적죠. 솔직히 납득이 잘 안 됩니다. 그런데 그런 캐릭터를 딱 내놔봤자 와 닿지 않는 겁니다. 그런 캐릭터를 멋지게 표현하고 싶었다면 그녀의 인생 여정에서 그녀가 그렇게 변화하는 계기들을 보여주었어야만 했습니다. 이게 (강한 게 납득이 되는) 이블 퀸에 비해 스노우 화이트의 임팩트가 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봅니다.
헌츠맨은, 글쎄요, 뭔가 과거가 있는 캐릭터인 게 언뜻 언급되고 실제로 보면 나름 실력도 있는 사람입니다만, 영화 전체적으로 비중 자체가 '히어로'라고 말할 정도로 강하지 않습니다. 과거 좀 있는, 어쩌다 보니 공주님의 보디가드가 된 마초 아저씨랄지 딱 그런 인상이에요. (그리고 스노우 화이트는 그런 사람에게 보호받다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각성하더니 연설도 뽑고 갑옷도 입고 싸움도 잘하고.. ..너 누구야! 죽다 살아나면 강해지는 사이어인이냐?!) 그래서 아쉽게도 이 영화는, 제목이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인 주제에 스노우 화이트와 헌츠맨의 인상이 약합니다. 캐릭터빨로 봐야 하는 영화인데 캐릭터 인상이 약하면 어떡해!
..해서 이래저래 이야기를 풀어나가긴 했습니다만, 이거 다음 편이 나오면 전 아마 볼 겁니다. 어쨌든 배우들 예쁘고 멋지거든요. (...) 그게 캐릭터 자체에서 나오는 매력이라기보다는 배우 포스에 기대는 인상이라 아쉬워서 그렇죠.
감독: 루퍼트 샌더스
출연: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 헴스워스
지난 5일에 보고 왔습니다. 썰을 풀라치면 이것저것 있습니다만, 사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별다른 데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죠: 혹시 샤를리즈 테론이 예쁘다고 생각하시나요? /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예쁘다고 생각하시나요? / 크리스 헴스워스가 멋지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보러 가세요! 그들이 예쁘고 멋지게 나옵니다!
이렇게만 쓰면 좀 성의 없겠군요. 굳이 말하면 이 영화의 양대 대립각은 샤를리즈 테론의 이블 퀸과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스노우 화이트입니다. 제목에 앤 더 헌츠맨..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만 조금 더 작은 폰트로 써놓고 그냥 곁다리처럼 여겨지게 해도 아마 별 상관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실제로 뭔가 굉장한 걸 해내는 건 아닙니다. 아니 물론 나름대로 충분히 보디가드 역도 하고, 마지막 각성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니까 주연이라 불릴 자격은 충분해요. 그래도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저 이블 퀸과 스노우 화이트의 대립에 곁다리로 끼어들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죠. 뭐 애당초 원작에도 사냥꾼은 곁다리였으니까 별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영화의 여성들─ 이블 퀸과 스노우 화이트는 매우 주도적인 여성입니다. 자기 운명을 자기가 개척하고, 실제로 최종 보스 & 용사로 마지막 액션신을 장식하죠. 단지 비주얼적이거나, 이념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액션에서조차 말예요. 사실 막판에 명연설을 하더니 갑옷 입고 출격하는 스노우 화이트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냅니다만 (무려 갑옷이여! 그런데 겁내 잘 움직이네?! 대체 언제 전투 훈련을 받은 거냐!), 까놓고 말해 초반부 감옥 탈출신부터 애당초, 아이에서 어른이 될 때까지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치고는 체력도 운동신경도 지나치게 좋아서 참으로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던 겁니다. 이런 영화를 볼 때는 원래 따지지 않는 게 좋아요. 애당초 시나리오 완성도를 보러 간 건 아니었으니까요. 액션 적당히 볼만하고 배우들 예쁘고/멋지고, CG 적당히 퀄리티 좋아서 볼만하면 괜찮은 것 아니겠습니까?
이블 퀸의 과거라거나, 젊고 이뻐서 자기 자리 위협할만한 애에 대한 위협을 느끼는 부분이라거나 하는 건 좀 와 닿게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오는 캐릭터는 이블 퀸입니다. 그게 딱히 소름 돋게 표현됐다거나 여태까지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라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역시 가장 임팩트가 강했죠. 그에 비해 스노우 화이트는 아무래도 좀.. 겪어 온 아수라장의 수가 다르달까, 이블 퀸의 포스에 대항할 만큼 강인하게 여겨지지는 못하는 게 아쉬웠습니다만. 헌츠맨은 사실 얼굴마담 (응?)이었고요. 전체적으로 다른 캐릭터들도 이블 퀸만큼 임팩트를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문제의 요는, 이 영화가 삼부작 예정 (!)이라는 데 있습니다. 집에 와서 정보 좀 알아보고야 삼부작인 걸 알았는데 (어쩐지 로맨스 진행이 여지를 남기더라니), 저는 이 영화가 그냥 적당히 보기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만 삼부작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져요. 위에서 말하는 약간의 아쉬움들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음 뭐, 괜찮은데? 배우들 멋져! 한 번쯤 봐도 괜찮아!' 정도의 감상이 나오는데, 그 정도로는 안 돼요. '짱! 꼭봐라 두번봐라!' 정도의 감상이 나와야 삼부작으로 쫙 갈 수 있는 겁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그랬고 <반지의 제왕>이 그랬죠. 처음 편을 보고 '이건 진짜 다음 편 보고 싶다!' 해야 하는데,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글쎄요, 시나리오로 소름 끼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액션은 적당히 볼만하지만 뭐 엄청나게 색다른 게 있는 건 아니고, CG도 잘 뽑긴 했지만 요즘은 그런 영화 워낙 많고, 그러면 이 영화만이 가질 만한 특이성은 캐릭터인데.. 물론 배우들은 나쁘지 않고 나름 열연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위 문단에서도 말했듯 이블 퀸 말고 다른 두 캐릭터는 인상이 약해요.
스노우 화이트는 잔다르크형 캐릭터라고 하겠습니다만 그녀의 인생 여정상 그런 캐릭터가 나올 당위성이 너무 적죠. 솔직히 납득이 잘 안 됩니다. 그런데 그런 캐릭터를 딱 내놔봤자 와 닿지 않는 겁니다. 그런 캐릭터를 멋지게 표현하고 싶었다면 그녀의 인생 여정에서 그녀가 그렇게 변화하는 계기들을 보여주었어야만 했습니다. 이게 (강한 게 납득이 되는) 이블 퀸에 비해 스노우 화이트의 임팩트가 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봅니다.
헌츠맨은, 글쎄요, 뭔가 과거가 있는 캐릭터인 게 언뜻 언급되고 실제로 보면 나름 실력도 있는 사람입니다만, 영화 전체적으로 비중 자체가 '히어로'라고 말할 정도로 강하지 않습니다. 과거 좀 있는, 어쩌다 보니 공주님의 보디가드가 된 마초 아저씨랄지 딱 그런 인상이에요. (그리고 스노우 화이트는 그런 사람에게 보호받다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각성하더니 연설도 뽑고 갑옷도 입고 싸움도 잘하고.. ..너 누구야! 죽다 살아나면 강해지는 사이어인이냐?!) 그래서 아쉽게도 이 영화는, 제목이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인 주제에 스노우 화이트와 헌츠맨의 인상이 약합니다. 캐릭터빨로 봐야 하는 영화인데 캐릭터 인상이 약하면 어떡해!
..해서 이래저래 이야기를 풀어나가긴 했습니다만, 이거 다음 편이 나오면 전 아마 볼 겁니다. 어쨌든 배우들 예쁘고 멋지거든요. (...) 그게 캐릭터 자체에서 나오는 매력이라기보다는 배우 포스에 기대는 인상이라 아쉬워서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