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기초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최근에 영춘권 검색으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가슴이 깝깝해지는 글을 보았거든요. 뭔가 하니, 도장 수련비 비싼데 초급 과정을 굳이 도장에서 배울 필요가 없고, 동영상 보고 파트너랑 모여서 어느 정도 단계에 들어서 도장 가서 지도받아도 된다고, 서로 모여서 동영상 (그 동영상은 물론 마ㅁ터 Wong TV.. 아 그놈의 ㅁ스터 Wong 진짜) 좀 보고 수련하자는 글이었습니다. 무슨 카페에 올라온 글이었습니다만 네이버는 검색하면 가입 안 한 카페 글도 검색 결과로 떠서, 보게 돼버렸죠.

 사실 이런 걸 굳이 찾아가면서 뭐라 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만, 혹시나 모르는 사람이 저런 식의 글 보고 '아 초급은 대충 배우고 나중에 도장 가도 되는구나' 할까 봐 적습니다. 좀 있어 보이게 말하면, '혹시 이런 게 잘 모르는 사람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인식 중 하나는 아닐까?' 하는 노파심 때문에라도 적습니다. 이건 그냥 스타일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거나 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에요. 무술 발전 자체에 지장을 주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초는 덜 중요하고 대충 해도 돼서 처음에 배우는 게 아닙니다. 그 무술에 가장 기본이 되며 모든 움직임에 토대로 쓰이기 때문에 제일 처음에 배우는 겁니다. 이를테면 우리 도장에 나오면 처음에 연환충권, 이자겸양마, 보법을 배우죠. 그건 아직 영춘권을 잘 모르는 사람이 대충 익혀도 괜찮기 때문에 처음에 배우는 게 아니라, 이제 영춘권 하면서 주야장천 써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이기 때문에 처음에 배우는 겁니다. 그걸 잘못 쌓으면 당연히 뭘 하든 계속 문제가 생깁니다. 괜히 그걸 계속 도장에서 다시 잡고 또 잡고 또다시 잡고, 사부님이 보시면서 자세 · 각도 · 힘 들어간 것 다 교정해주는 게 아닙니다. 게다가 영춘권은 그런 부분이 굉장히 섬세한 무술이에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을 상대한다는 컨셉으로 나오는 움직임이기 때문에 잘못된 각도나 힘쓰기는 치명적입니다.

 도장비 낼 돈이 별로 없으면, 차라리 처음에 도장을 가서 기본기를 익혀서 그걸 바탕으로 수련하세요. 그게 낫습니다. 물론 동영상 보고 (아, 그 동영상이 확실히 보고 배울 만한 것이라는 전제하에 말입니다만) 그 핵심을 파악하고 그 동작을 정말 각도 하나하나 제대로 따라 할 수 있으며 힘쓰기도 올바르게 배울 수 있다면─ 동영상 보고 배워도 됩니다. 왜 안 되겠습니까? 근데 그게 가능한 천재는 정말 얼마 없을 것이며, 그 정도 천재라면 영춘권 배우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자기식으로 싸워도 상대 움직임 다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전략 다 짤 수 있겠죠. 글쎄요, 그런 천재가 아니니까 저는 그냥 돈 내고 도장 다닙니다.

 그럴싸하게 싸우는 듯하게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정말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가, 그걸 정말 쓸 수 있는가, 그 동작을 사용할 수 있는가, 영춘권적인 움직임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요즘 도장에서는 프리스타일로 들어오는 공격에 대해 반격할 때 빠르게 하기보다 천천히 하면서 자세 자체를 정확하게 잡는 연습을 또 하고 있습니다. 정말 영춘권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물론 내 마음대로 움직여서 상대를 두들겨 팰 수도 있겠죠. 근데 그 움직임이 영춘권이 아닐 것이면, 왜 굳이 영춘권을 배웁니까?

 무술은 싸움에 합리적인 동작을 몸에 박아 넣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같은 동작을 수천 수만 번 반복하며, 움직임에 대한 반응을 몸에 새겨 넣는 것이죠. 기초는 그런 동작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움직임입니다. 결코 적당히 대충 해도 되는 것이 아니에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