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사이언스TV의 <고수비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죠. 거기 영춘권도 나왔는데, 우리 도장의 사부님도 나오셨습니다. 새삼스럽다면 굉장히 새삼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굳이 이야기하는 건 제가 그걸 본 게 도장을 결정한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도장 다니면서도 심심할 때마다 봐서, 과장 안 섞어도 백 번은 넘게 봤을 정도로 자주 보았기 ─그리고 앞으로도 또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배우지 않은 부분을 보며 저건 어떤 걸까 궁금해했고, 그걸 배우고 나서는 아 그게 이런 이야기였구나 하고 새삼 고개를 끄덕였죠. 그런 게 또 재미있습니다. 하나하나 느껴 가는 재미 말이죠.
실전 실전 말하고, 물론 도장에선 실전을 가정해 수련하긴 하지만, 실제로 수련하면 이걸 당장 배워서 어디서건 써먹어야지! 하는 마음이 크지는 않습니다. 그야 연습을 위한 연습을 해선 안 되고 실제로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연습하는 건 맞지요. 다만 말하자면, 수련하다 보면 자기 몸을 영춘권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게 가장 재미있어지지, 당장 누구와 싸울까 어떨까가 제일관심사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죠. 사실 그게 아니면 도장 오래 다니긴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치사오를 하게 된 지도 어느덧 근 1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치사오는 확실히 좋은 훈련이에요. 더 잘 반응할 수 있게 되고, 방어가 더 좋아지며, 충권의 궤도까지도 잡아주죠. 충권 궤도 하니, 어제 도장 갔다 오면서 그런 이야기를 섬그림자 횽과 좀 나눴어요: 이젠 연환충권을 미트에 칠 때도, 예전엔 세게 치려면 아무래도 팔꿈치가 좀 바깥으로 나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젠 그래도 팔꿈치가 낮게 내려가면서 퍼붓게 되었다고요. (사실 이걸 좀 느꼈던 게 8번째인가 9번째 파이트클래스 할 때였던 것 같은데.. 상대를 쓰러뜨리고자 강하게 연환충권을 칠 때도 궤도가 제법 잡혀 나가더군요) 그런데 이게 치사오 하면서 확실히 더 잡힌 게 있거든요. 계속 충권을 궤도에 맞게 뻗어야지, 안 그러면 역습을 제대로 당하니 칠 때마다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뭔가 이렇게 하나씩 잡아가는 게 참 즐거워요.
치사오를 어느 정도 하게 되면, 랏사오도 하게 됩니다. 랏사오는 상대와 몇 발짝 떨어진 정도의 거리를 좁혀 공격하고 방어할 때의 방법을 말하죠. 물론 원거리에서 공격하고 방어하는 것 자체는 치사오를 배우기 전부터도 연습합니다만, 랏사오는 거기에 치사오의 원리를 적용한다는 게 다르죠. 그래서 치사오를 어느 정도 하고 나서 합니다. 저도 랏사오를 배우기 시작한 지는 아직 몇 개월 되지 않았는데, 그리 쉽진 않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뭐 요 두어 주는 도장 가선 랏사오보다는 치사오 기초적인 부분을 좀 더 공고하게 하고 있었긴 합니다만. (솔직히 말하면, 저야 기초 반복하는 거 좋아합니다)
창밖으로는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비가 와도 시원하지 않았는데 이젠 비가 오면 시원해서 좋네요. 한동안 인간적으로 너무 더워서 집에서 운동하는 걸 쉬고 있었는데 슬슬 다시 집에서도 운동할 때가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