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 평전
제프리 애쉬 지음, 안규남 옮김/실천문학사

 이런 인물에 대한 평전을 읽고 감상을 쓰려면 부담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읽을 때야 오오 그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었구나 하고 읽지만, 막상 정리해보려 하면 쉬운 게 아니죠. 한 인간의 삶을 간단하게 말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그건 간디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의 분량이 팔백 페이지가 넘어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겠습니다.

 간디에 대해 말하라면 보통 무엇을 떠올릴까요? 비폭력 저항 (사티아그라하)? 현대의 성자? 아니면 협상의 대가 (문명 5에서)? 어느 것이든, 간디라는 한 인물에 대해 대개의 사람들이 아는 내용이란 그저 단편적이기 쉽습니다. 물론 저것들만 알고 있어도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인도가 영연방으로부터 벗어난 과정이나, 간디라는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비폭력 저항을 주창했으며 그가 진정으로 이루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간디 평전>은 그런 사람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이를테면, 제가 굳이 <간디 평전>을 읽고 싶게 만든 몇 가지 계기가 있습니다: 문명5, 간디작살, LG의 비폭력 간디야구. (이 키워드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그냥 어떤 식으로든 간디를 언급하는 현대 한국의 화젯거리였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실로 간디의 유산은 여기에까지 이어진.. 블라블라) 말하자면 이 정도로 (제) 주위에서 간디 간디 하고 있으면, 그렇다면 간디는 정말로 어떠한 사람이었는가? 하는 걸 알아보고 싶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죠.

 <간디 평전>은 한 마디로, 신화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간디를 추적하는 평전입니다. 이 평전에서 간디는 고뇌하는 인물이고, 높은 이상을 가지고 그 이상으로 사람들을 이끌고자 했지만 결국 원하던바 사람들의 본성을 변화시키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이죠. 그는 물론 실패한 적도 있었으나, 결국 근본적으로 그 자신이 갖고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과 그 자신의 실천적인 성품으로 사람들이 기꺼이 그를 따르게 하는 인물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고 직접적 폭력 외의 수단으로 저항을 성공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지만, 말년에, 사람들이 그러한 비폭력 저항에 따른 것은 실제로는 폭력으로 저항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비폭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했을 뿐은 아니었는가 고민하게도 되는 인물입니다.

 간디의 비폭력 저항 (사티아그라하)가 실제로 어느 만큼 효용성이 있었는가? 정말로 그것은 모든 권력자의 마음을 (이를테면, 히틀러 같은 사람의 마음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인가? 실제로 인간은 간디가 원하는 만큼 자기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 수 있는가? 비폭력 저항은 사실은 싸우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비겁의 수단은 아니었는가? (간디는 비폭력 저항이 소용없다면, 비겁보다는 폭력을 선호하는 인물이었습니다) -평전을 읽고 나면, 아마 누구나 이런 질문을 마음속에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평전에선 거기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내리지 않습니다. 저 역시, 제 나름의 답이야 어쨌든 굳이 여기에 적지 않겠습니다. 그건 여러분이 각자 스스로 답을 내릴 문제니까요.

 어쨌거나 간디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적어본다면······ 간디 같은 사람을 사람들이 따르게 되는 것은, 최소한 그의 말대로 세상이 변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차치하고서라도, 그 자신이 그 자신의 말대로 살아가려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강한 설득력이 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간디에게는 그 외에도 지도자로서 충분한 덕목이 존재했죠: 상황에 따른 적절한 조치와,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수단을 사용하는 결정력, 본질적인 것을 달성한다면 부수적인 데 매달리지 않는 것, 도저히 안 되는 인물은 과감하게 내칠 수도 있는 것. 그러나 이러한 지도자의 덕목이 어땠든, 간디 자신의 인품이 그 바닥에 갖춰지지 않았다면 간디가 마하트마 (위대한 혼)이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을 리 없으며, 사람들이 그토록 그를 따랐을 리 없었을 겁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역시 간디는 정치가는 아니었습니다. 종교인, 혹은 사상가라고 할 수밖에 없겠죠. (어쨌거나, 성자라는 표현은 저 자신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며, 이 평전 또한 성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간디를 조명하는 책인 만큼 성자란 말을 피하도록 하죠) 말하자면 간디가 사람들을 변화시키려 하고 세상 국가를 변화시키려 한 것은, 그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어서가 아니라 세상 자체를 더 낫게, 사람들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비폭력 저항은 그저 그 와중에 나타난 적용점일 뿐이고, 중요한 건 진정한 자아에 도달하는 것이었죠) 비록 간디를, 그가 주창한 사상을 그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용한 사람이 있었으며, 간디의 비폭력 저항이 현대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해도, 그것만큼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간디의 사상을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를 떠나, 간디라는 한 인간이 세상을 더 낫게 하려고 애쓴 것과 그 자신이 말한 것을 실천하려 했던 모든 것들은 분명히 그를 존경하기에 충분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간디 평전>을 읽고 간디에 대해 생각보다 대단치 않았다고 실망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입니다. 이 책은 간디를 선망하고 추앙하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그 역시 한 명의 인간이었으며 노력하고 이루고 혹은 실패하기도 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죠. 아마 그것으로 충분할 겁니다. 간디는 자신의 약점을 숨기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솔직히 드러내고 모두와 함께 가기를 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인간 이상의 존재는 결코 아니었으나, 여전히 존경하기에 충분한 위대한 인간입니다. 이 책은 그런 걸 알려줍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