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무술을 했다고 할 때, 그 사람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에 가장 간편한 지표는 역시 "몇 년 했어?" 혹은 "몇 단 (혹은 급)이야?" 같은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합니다. 제목을 좀 도발적으로 써놓기야 했지만, 오래 했거나 등급이 높다면 그만한 실력이 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으며 그것이 지표가 되어주는 게 상식적이지요.

 그래서 지금 쓰는 글은 사실 개인적인 경계입니다.

 말하자면, 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래, 열심히 해야 늘지! 내가 하는 만큼 실력이 붙는 게 당연하잖아!" 라는 생각을 합니다. 영춘권을 배웠다고 해서 그게 자동으로 절 강하게 해줄 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아요. 그건 뭘 배우든 마찬가지죠. 영춘권 배운다고 다 엽문 되는 게 아니고, 복싱 배운다고 다 파퀴아오 되는 게 아니고, 주짓수 배운다고 다 그레이시 되는 게 아니죠. 언제나, 기술이란 늘 솔직한 분야입니다. 재능에 따른 도달점의 차이가 존재할 수는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열심히 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의 문제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무엇에든 경지에 이른 사람을 존중하게 되는 것이고요.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어쩌면 저에게도 자만심이 조금쯤 생겨나고 있을지 모릅니다. '내가 그래도 2년 넘게 했는데, 8레벨인데, 이보다 적게 했거나 낮은 급수보단 당연히 나은 거지.' 라거나, '난 8레벨이야! 그만큼의 실력이 있다고!' 라는 등의 생각 말이죠. 물론 제가 영춘권을 설렁설렁 대충대충 하진 않았고, 사부님도 실력 안 되는데 인정으로 승급 심사에 합격시켜주시는 분은 아니므로 저는 제가 받은 등급을 소중하게 여기며 어느 정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소중하지 않게 여기는 것도 오히려 실례되는 일이겠죠.

 그렇지만 제가 원하는 건 '2년 넘었다, 8레벨이다' 라고 제가 말한다면 정말로 그에 걸맞은 실력을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확인시켜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겁니다. 물론이죠. 이제 저는 초보자는 아니며, 어느 정도 영춘권의 맛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제게 '네가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만큼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가끔 능력이 오르는 걸 게임과 비교하긴 했습니다만, 이 부분은 분명히 게임과는 다릅니다. 게임은 레벨이 올랐기 때문에 능력치가 오르지만, 실제로는 능력치가 올랐기 때문에 레벨을 받는 것이니까요. 그런 만큼 더욱 제가 열심히 해야 합니다. 저레벨이 아니므로 그만큼의 책임감이 더 생겨납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더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하며, 더 많은 힘이 듭니다. 아마 이게 당연한 것이겠죠. 하지만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배우고, 더 좋아지고,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하며 수련할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