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그렇겠습니다만, 영춘권도 어느 정도 하다 보면 그게 몸에 배어서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게 나오는 상황이 제법 생깁니다. 이번에는 그런 식으로 생활에서 영춘권이 배어 나온 에피소드를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가장 먼저 이야기할만한 건 역시 보법이겠죠. 영춘권을 배우기 시작하고 나서는 전철이나 버스 등지에서 흔들릴 때 이자겸양마나 측신마를 서는 건 솔직히 특기할만한 에피소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제 좀 지나다 보면 이자겸양마는 그렇다 치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닐 때 영춘권 보법으로 빠져나간다거나, 빙판에서 갑자기 미끄러진다 싶을 때 나도 모르게 보법이 나오거나, 계단이 하나 더 있는 줄 알고 몸이 휘청거린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중심을 낮추면서 보법을 한다거나- 하는 일도 생기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보법을 쓰고는 오오 좋다 하고 흐뭇해하면 일반인 아님 인증은 이제 제대로 하는 거랄까요.
더불어 펀치머신을 칠 때 훅을 쳐도 중심을 뒷발에 두는 영춘권 보법으로 친다거나, 간만에 운동 삼아 캐치볼을 하고 사이드암으로 던지는데 웬일인지 발은 역시 중심 뒷발인 영춘권 보법이 나온다거나- 그리고 그게 이상하게 자연스럽고 편안하다거나- 하는 일들도 그냥 일상의 에피소드입니다.
그 외에는 힘쓰는 상황 같은 때가 있는데, 뭔가 밀 때도 더 잘 밀 수 있고, 들 때도 더 잘 들 수 있고, (하체로 밀고, 하체로 들고.. 뭐 그런 거 말이죠) 여러 가지로 응용해 사용할 수 있는 즐겁고도 뿌듯한 상황이 제법 있습니다.
아마, 치안이 불안해 당장 다니면서 써야 하는 게 아닌데도 즐겁게 무술을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본인의 몸 자체가 달라진 걸 살면서 체감할 수 있는 일들이 생기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 그런 글을 쓴 걸 전에 봤는데, 운동하면 수명이 늘어나지만 결국 늘어난 수명 시간은 운동하는 데 쓰고 있으니까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다, 괜히 힘들기만 한다······ 는 이야기였는데, 정말 바보 같은 소리이지요. 운동한 만큼 남은 시간을 더 활력 있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운동하는 시간은 버려지는 게 아니라, 다른 시간을 더 힘차게 보낼 수 있는 소중한 투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