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장에서는 연습하면서 어느 정도 칩니다. 친다고 해서 뻑 소리 나게 치는 건 아니고, 툭툭 친다는 뜻이죠. 머리를 향한 공격일 때는 그나마도 안 하고 대는 정도로만 조절하고요. 파이트 클래스에서는 머리를 향해서도 퍽퍽퍽 치는 것도 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튼 일반적인 수련에서는 그 정도는 안 하고 툭툭 쳐요.
툭툭 치는 게 어느 정도인가 하면, 단련이 되지 않았을 때는 멍이 좀 드는 정도로 툭툭 칩니다.
-라고 말하면, 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뭣이 멍이 든다고!' 같은 이야기를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이걸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걸 꽤 좋아하는 편인데, 이렇게 치는 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단련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단련이 되지 않았을 때는 멍이 좀 든다'고 썼지요. 역으로 말하면 단련이 되면 멍이 잘 안 듭니다. 가슴팍이나 팔뚝에 멍이 좀 드는 일은 수련 초기에는 비교적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만, 어느 정도 지나면 멍드는 일이 줄고 거의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만큼 몸이 단련되었다는 의미이죠. 해서 수련을 계속하다 보면 본인이 크게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도 몸이 단단해져 갑니다. 가끔가다 그냥 보통 사람하고 놀다가 팔이 부딪혀 볼 때, 가볍게 툭 치면서 놀 때 그런 걸 느낄 수 있어요: 가볍게 부딪치는 건데도 아프다고 말합니다. 어떨 때는 조금 당혹스러울 때도 있어요, '뭐 이걸 가지고 아프다고 그러지?' 하고요.
정신적인 의미에서도 단련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수련하다 보면 가볍게 맞는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게 됩니다. 그야 정말 세게 맞으면 아프기야 하지만, 좀 맞았다고 '으엌 아프다 나 졌음!' 하고 손 놓는 건 안 될 일이니 계속 들어가야죠. 영춘권 안 배운 사람이 환상을 가지듯 '우리는 한 방도 안 맞고 상대를 가지고 놀면서 두다다닥 연환충권 할 거야!' 라는 식으로 싸우지 않아요. '배운 대로 싸울 뿐이고, 싸우다 실수할 수 있고 맞을 수 있지만 그래도 계속 들어가야지!' 쪽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실력 차가 나는 상대라면 '가지고 놀면서 투다다다'가 가능하긴 하지만요.
그래서 치는 것을 금기시하지 않는 우리 도장입니다만, 물론 상대 기분이 나쁘도록 치거나 정말 뼛속까지 아프도록 치지는 않습니다. 치더라도 서로 간에 수련을 위한 것이라고 양해된 분위기 속에서 해야지, 기분 상하게 치다가 감정적이 되면 영춘권을 제대로 배울 수 없게 되고, 또 정말 아프게 치다가 부상이라도 입으면 당장 수련하기 어렵게 되니까요.
정말 세게 치는 건 파이트 클래스에서 해볼 수 있습니다. 세게 치는 게 양해된 상황에서 안전하게 풀컨택을 할 수 있지요. 가능한 최고로 세게 치면서도 자세 무너뜨리지 않고 영춘권 하는 것과, 정말로 세게 맞으면서도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영춘권 하는 것을 연습할 수 있지요. 위에 쓴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적 · 육체적으로 단련됩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스트레스나 압박에 눌리지 않고 내가 배운 걸 하는 거죠.
말하자면 그런 점에서 영춘권이 기질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칠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고, 그런 분위기 자체에 익숙하면 실제로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더 잘 대응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