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기감 느끼는 간단한 방법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약간의 공간을 두고 손바닥이 마주보도록 손을 모으고, 그것이 서로 밀어낸다고 생각하면 밀어내고, 서로 끌어당긴다고 생각하면 끌어당겨지는 것이었죠. 안에 보이지 않는 공이 있는 듯한 느낌인데, 마치 자석처럼 작용하는 게 신기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영춘권을 배울 때 소념두에서 영춘권식의 기 쌓기 방법이 있습니다. 그렇게 소념두를 하고 나면 몸에서 기분 좋은 땀이 나고, 몸이 덥혀져서 후끈후끈해집니다. (방법을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고, 제가 여기서 설명해선 안 될 것 같네요) 저 개인적으로 수련할 때는 꼭 이렇게 소념두를 하는 걸 포함하는데, 몸이 개운해지고 이후 동작들을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 중국무술에 대한 어떤 로망을 좀 충족시켜주기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하간 이거 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도장에서는 하기 어려우니, 집에서 해줍니다.

 그렇게 영춘권을 계속하고 있는 나날입니다만, 불현듯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배웠던 그 기감 느끼기 기초가 생각나더군요. 어차피 말 그대로 기초만 알 뿐이고, 뭔가 향상한다면 영춘권으로 향상할 생각이기 때문에 그걸로 뭘 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어쨌거나 간만에 해보니.. 그 기감 느끼기가 굉장히 잘 되더군요. 고등학교 때는 눈을 감고 손가락도 다 모으고 굉장히 열심히 집중해야 더디게 공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하니 이건 눈 뜬 채로 손가락도 약간 벌어진 채로 해도 팔이 다 벌어질 만큼 스윽 벌어지고, 또 아주 수월하게 서로 끌어당겨졌습니다. 안을 뜨겁게 이미지하면 뜨거워지고, 차갑게 이미지하면 차가워지고- 뭐 그런 것도 말이죠.

 딱히 이 기감 느끼기 자체를 수련할 생각은 없습니다. 위에도 적었듯 이건 영춘권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온 결과고, 수련한다면 여태까지 하던 대로 해오면 될 것 같으니까요. 단지 새삼스레, 확실히 영춘권이 이런 쪽으로도 몸을 더 좋게 만들어주는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