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쉽게 착각하는 것이, 게임에서 기술 습득하듯 무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게임에서는 기술의 레벨이 낮으면 위력이 낮을지는 몰라도 기술 자체는 어쨌든 쓸 수 있죠.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의 형태와 몸 쓰는 법 자체를 다듬으면서 계속해서 연마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흔히 듣는 말로 '많은 기술을 아는 자를 두려워 말고 하나에 숙련된 자를 두려워하라'고 말하는데, 그건 많은 기술을 아는 건 좋지만 그것들을 모두 숙련하는 것이 지극히 어려우므로, 오히려 쓸 수 있는 하나에 집중해서 숙련되게 만들어 낸 사람이 더욱 무섭다는 뜻입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요것도 한다면 모르는 사람이야 '오 무시무시하다, 다 할 줄 안다니!' 하겠지만, 좀 아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진짜로 할 수 있는 건 무엇인데?'하고 묻겠지요. 물론 자기 기본 무술을 제대로 할 줄 알고 거기에 더하여 다른 무술을 습득하고 많은 기술을 할 줄 안다면 그런 사람은 정말로 무섭습니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을 무술에 투자해야 하죠. 하루 한두 시간 운동해선 그러기 어렵습니다.
기술을 쓴다는 것은 내가 보고 '이게 무엇인지 알았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사실 일단 이해하기부터가 쉽지 않습니다만, 올바르게 이해했다 하더라도 그 이해에 따라 몸이 움직이게 만들려면 지난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배우기는 차라리 쉽지만, 내 것으로 만들기는 어려워요.
전 레벨 10으로 승급했기 때문에 이제 치사오 섹션 3를 배웁니다. 여기에서는 몸 전체의 쓰임, 영춘권적인 구조를 만들고 몸이 모두 하나로 움직이는 게 보다 강조됩니다. 이걸 아직 배우기 전에 섹션 3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동작 하나만 하고 있는데도 무지 어려워하는데, 정말 그렇게 어려운가?' 했는데, 해보니 이해가 됩니다. 요구되는 것이 많고, 무엇 하나 잘못되면 내가 상대에게 그냥 밀려버립니다.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는 알아요. 배웠습니다. 하지만 잘 되진 않습니다.
어제 진도를 좀 더 나가 어떤 동작을 또 배웠는데, 그 힘의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제가 잘못 움직이자 사부님께서 그 동작을 다시 보여주시고 힘을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리고 알겠느냐고 물어보셨죠. 전 알았다고 답했고, 사부님도 제가 안 것 같다고 말씀하시고는 덧붙이셨죠. "삼천 번 하세요."
늘 그러한 과정입니다. 배우고,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 때까지 꾸준히 연습합니다. 이것은 언제나 정직한 것이어서 연습하지 않고 잘 쓸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무술이 비록 사람들과 싸우는 기술이라지만 숙련된 동작에서 감동을 느끼는 건, 그렇게 될 때까지 얼마나 연습하고 자기와 싸웠을지 짐작되기 때문이겠죠.